미 법원, 이민당국 구금 5세 아동 석방 명령…"트라우마 남겨"

문재연 2026. 2. 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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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명령서에 어린이 체포 당시 사진
"졸속 할당량 설정으로 어린이에 트라우마"
미네소타 연방법원, "3일까지 석방" 요구
'이민단속 강화 효력정지' 요청은 기각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요원들이 지난달 20일 어린이집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에콰도르 출신 5세 어린이 리암 코네호 라모스를 붙잡고 구금시설로 이동시키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미네소타주 단속 강화를 명분으로 구금해 논란이 됐던 5세 아동이 풀려나게 됐다.

프레드 비어리 텍사스 연방서부지법 판사는 지난 31일(현지시간) 리암 코네호 라모스와 그의 아버지 아드리안 코네호 아리아스를 2월 3일까지 석방하라고 미국 정부에 명령했다.

민주당 소속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비어리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정부가 졸속으로 기획하고 무능하게 추진한 일일 추방 할당량 설정에서 비롯됐다"며 "어린이에게 트라우마를 안기는 상황도 개의치 않은 듯하다"고 비판했다.

비어리 판사가 언급한 할당량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지난해 5월 제시한 '이민자 하루 3,000명 체포'라는 목표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비어리 판사는 법원 명령서에 이례적으로 리암의 체포 당시 사진도 첨부하고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하늘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담았다.

프레드 비어리 텍사스 연방서부지법 판사는 지난달 31일 5세 어린이 리암 코네호 라모스와 그의 아버지의 석방을 명령했다. 사진은 법원 명령서에 담긴 성경 구절과 리암의 구금 당시 사진. AP 연합뉴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향해서도 "정부는 '독립선언서'라는 미국의 역사적 문서를 모르는 것 같다"며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영국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5세 리암 체포 사진 확산되며 여론 들끓어

앞서 리암은 토끼 모양의 파란색 비니 모자를 쓰고 스파이더맨 백팩을 멘 채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됐다. 이민당국에 연행되는 5세 아동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에콰도르 출신인 리암 부자는 지난달 20일 미네소타에서 체포돼 텍사스주 딜리의 구금 시설로 이송됐다. 체포 당시 이웃과 학교 관계자 등 목격자들은 단속 요원들이 리암을 미끼처럼 삼아 집 문을 두드렸다고 주장했지만, 국토안보부는 이를 부인했다.

연방 당국은 리암의 아버지 아드리안이 불법 체류자라고 했지만, 가족 측 변호인은 그가 국경 검문소를 통해 합법적으로 입국했다고 반박했다. 또 망명 자격을 얻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어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호아킨 카스트로 연방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28일 리암과 아버지 아드리안을 면회한 뒤 리암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민단속 강화 중단 가처분 신청은 기각

한편 미네소타주 연방법원은 미네소타주와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시(市) 측이 제기한 연방 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캐서린 메넨데스 판사는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주장을 각각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고 양측의 상반된 입장의 상대적 타당성이 불분명하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다만, 최근 이민단속 요원들의 총격 사건을 언급하면서 "ICE와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인종차별적 프로파일링과 과도한 무력 사용, 기타 유해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단속 요원에 의한 잇단 총격사건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정치인이 이끄는 미국 내 도시에서 격렬 시위나 폭동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연방 당국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민주당이 형편없이 운영하는 여러 도시의 시위 또는 폭동에 관해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담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신 "우리는 많은 돈을 받는 미치광이들과 선동가, 반란자들에 의해 공격받는 모든 연방 건물들은 매우 강력하게 지킬 것"이라며 "내가 ICE 또는 국경순찰대에 연방 정부 재산을 매우 강력히 보호하라고 지시했음을 유념하라"고 했다.

그는 연방 요원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나 연방 차량 헤드라이트를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는 행위, 요원이나 차량에 돌·벽돌을 던지는 행위 등을 언급하고 "해당자들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후과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전날 밤 오리건주 유진에서 범죄자들이 연방 건물에 침입한 사건을 언급하며 "현지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지방 정부가 반란자, 선동가, 무정부주의자들을 통제할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즉시 지원을 요청하는 현장에 투입돼 상황을 매우 쉽고 체계적으로 수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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