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과 소망,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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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소식'은 쏜살처럼 흘러갔고, 다섯 해가 지나도록 현실에 닿지 않았다.
이들은 '죽은 자들의 원망, 산 자들의 소망'을 기원하며 공공주택사업 지연 기간에 숨진 동자동 쪽방 주민 153명의 영정을 들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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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소식’은 쏜살처럼 흘러갔고, 다섯 해가 지나도록 현실에 닿지 않았다. 그사이 153명의 주민은 별이 되었고, 남은 이들의 가슴에는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만이 남았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 16곳이 모인 ‘2026홈리스주거팀’과 정당·종교단체, 시민이 2026년 1월26일 공공주택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며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들머리까지 영정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죽은 자들의 원망, 산 자들의 소망’을 기원하며 공공주택사업 지연 기간에 숨진 동자동 쪽방 주민 153명의 영정을 들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했다.
정부는 2021년 2월5일, 국내 최대 쪽방 밀집 지역인 동자동 일대를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해 주거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이후 임시이주와 착공을 거쳐 2026년 입주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만 5년이 다 되도록 사업시행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과 단체 쪽은 “민간 재개발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리는 소유주의 반대와 이들의 이익을 확대하거나 보상을 강화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조치로 사업이 지연됐다”며 “사업 지연이 곧 ‘죽음의 시간’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겨울에는 수도가 얼어 터져 계단이 얼음판이 되고, 한여름에는 벌레가 들끓는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소망의 주인공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동자동 주민 오영섭씨는 “윤석열이 갇혀 있는 감방보다 작은 공간에서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사용하고 방음도 전혀 안 되는 곳에서 살고 있다”며 “‘국민주권정부’라는 현 정부는 이전 정부처럼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주택을 기다리다 숨져간 이웃들의 시간에 이제는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진 뒤 청와대 들머리에서 결의대회가 열렸고, 참가자들은 공공주택지구의 즉각적인 지정과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투쟁결의문을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의 응답을 기다리며 천막 설치를 시도했으나 경찰이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감히 어디 청와대에 와서 천막을 치려 하느냐”고 발언하자 참가자들은 “주거권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또다시 억누르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면담요청서’는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됐고, 동자동 쪽방 주민 대표들과 단체는 2026년 1월30일 청와대에서 공공주택사업을 담당하는 관계자와의 면담을 약속받았다.
“정부는 좀 ‘빨리빨리빨리’ 임대주택 만들어라”라는 한 주민의 외침이 매서운 추위 속에 울려 퍼졌다. ‘죽은 자들의 원망’이 ‘산 자들의 소망’이 되는 그 ‘꿈’같은 소식이 전해질 날은 언제일까.
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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