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와 함께] 기미ㆍ주근깨는 봄보다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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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피부는 햇빛을 만나는 순간 '방어 모드'에 돌입한다.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과 DNA 변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방어 모드의 핵심은 멜라닌 색소다. 먼저 피부 표피의 멜라닌세포(멜라노사이트)에서 멜라닌 색소가 형성되고 이 색소는 주변 각질형성세포(케라티노사이트)로 전파된다. 동시에 자외선의 자극을 받은 각질형성세포는 멜라닌세포에 멜라닌 색소를 더 만들라고 지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멜라닌 색소는 각질형성세포의 DNA 핵 위에 모자처럼 덮여 피부를 지킨다. 그래서 멜라닌 색소는 '천연 선크림'이라 불린다. 하지만 자외선에 대한 방어 반응이 과해지면 기미, 주근깨, 잡티, 검버섯 같은 색소 질환이 발생한다. 반대로 멜라닌세포가 자가면역의 공격을 받아 사라지면 피부가 하얘지는 백반증이 된다.
오상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멜라닌은 피부를 검게 만들지만 우리 몸을 지키는 중요한 방패"라며 "방패가 깨지거나 과도하게 쌓일 때, 또는 방패를 만드는 공장을 면역이 공격할 때 피부 손상과 노화를 가져오거나 다양한 색소 질환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오상호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색소 질환 치료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백반증과, 햇빛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광과민질환, 그리고 피부 림프종 환자를 많이 진료한다. 국제색소학회 학술지인 <피그먼트 셀 멜라노마 리서치>에 색소 질환 관련 좋은 논문을 발표해 '피츠패트릭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특정 시기에 다른 연구자의 연구 논문에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을 쓴 연구자에게 주며 세계 피부과 학계에 영향력이 있다. 오 교수는 또 국제색소학회와 아시아색소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하는 등 세계 색소질환 연구자들과 활발한 교류를 펼치고 있다.
오상호 교수는 "색소 질환의 주요 요인인 자외선은 햇빛이 강한 봄, 여름에 강하지만 겨울-봄 환절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피부가 겨울 동안 자외선에 대한 경계를 푼 상태에서 갑자기 자외선이 많이 들어오면 기미 같은 색소 질환이 악화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색소 질환 Check Point
□ 과다한 멜라닌 색소가 색소 질환의 주요 원인
□ 기미는 원인이 가장 다양하고 치료도 까다로와
□ 혈액응고약이 색소 질환 치료제로 새롭게 주목받아
□ 미백 화장품을 미백 치료제로 사용할 수 없어
□ 이마에는 선크림 사용을 주의해야
□ 진한 피부가 DNA 변성 줄여 피부암에 강해
□ 백반증은 흔한 병, 초기 치료가 중요
□ 토마토 등 채소, 과일 충분히 섭취
기미·잡티·주근깨·검버섯
원인은 비슷해도 '방아쇠'가 다르다
색소 질환들은 원인이 대체로 비슷한가요?
자외선이 공통으로 영향을 주지만 질환마다 주요 방아쇠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잡티(의학적으로는 흑자)는 자외선과 노화 영향이 큽니다. 검버섯은 잡티와 유사한데, 둘 중 어느 하나가 많으면 대체로 다른 것도 많아요. 주근깨는 유전적 영향이 특히 큰데, 젊은 나이나 MC1R 유전자(멜라닌세포 수용체 유전자로, 멜라닌 종류를 결정함) 변이가 있는 사람에게 잘 생겨요. 기미는 자외선, 호르몬(특히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호르몬), 스트레스, 노화까지 여러 요인이 총망라됩니다.(아래 표 참고)

기미는 유발 요인이 특히 다양하군요?
기미는 자외선 외에 호르몬 특히 여성호르몬, 나이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젊은 나이에는 별로 없고 30~40대에 많이 생겼다가 폐경이 되면 완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50~60대 이상에서는 기미 있는 분이 드물어요.
여성호르몬이 어떻게 색소 질환에 관여하나요?
에스트로겐이 멜라닌세포에 작용해 멜라닌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에스트로겐이 오르내리며 불균형이 심할 때 신체가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기 때문에 여성호르몬 자체보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도 원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버섯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까?
검버섯은 색소 질환이면서 양성 종양 질환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어요. 많은 경우 잡티가 진행되어 검버섯으로 발전하기도 해요. 모든 각질세포는 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보통 피부의 층이 5층이라면 검버섯은 10층, 20층으로 쌓여 마치 종양처럼 보입니다. 물론 양성 종양이므로 암은 아닙니다.
다크서클도 색소 질환에 포함되나요?
색소 질환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실제 색소가 늘어난 경우 ▲눈 밑 꺼짐이나 주름으로 인해 음영이 생긴 경우 ▲피부가 얇아 혈관이 비쳐 보이는 경우입니다. 원인에 따라 치료도 달라요. 색소 문제면 색소 치료를, 꺼짐 문제면 자가지방이식 등 볼륨 치료를, 혈관이나 얇은 피부 문제면 혈관 치료를 하거나 피부를 두껍게 만드는 치료를 합니다.
병원에서는 이렇게 치료한다
약·레이저·박피·에너지 기기 '복합 처방'이 기본
색소 질환 치료의 큰 축은 무엇인가요?
크게는 약물, 레이저, 화학박피, 그리고 고주파/초음파 같은 에너지 기기 치료가 있습니다. 치료는 멜라닌 생성 억제, 멜라닌 이동·분포 조절, 그리고 피부 재생 촉진 같은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주로 어떤 약물을 사용하나요?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하이드로퀴논, 비타민C)과 멜라닌 이동을 차단하는 약물(나이아신아마이드)을 많이 씁니다. 각질 제거와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레티노이드 계열의 약물(레티놀, 레티날, 트레티노인)도 사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염증‧혈관 조절제인 트라넥사믹 애시드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어요.
트라넥사믹 애시드는 어떤 약인가요?
요사이 기미 치료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수술 후 출혈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약이지만, 기미 개선 효과가 관찰되면서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고 치료 효과도 좋아요. 다만 아직 기미 치료에 허가난 약제는 아니기에 오프라벨(허가받지 않은 약을 의사가 의학적 근거에 따라 사용하는 치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 혈액 응고와 관련된 질환 위험이 있는 분들은 금기입니다.

이 성분이 포함된 일반의약품이 약국에 나와 있는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트라넥사믹 애시드 성분이 저용량으로 포함된 일반의약품을 병원 처방없이 1~2달 코스로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 비타민C 같은 미백 개선 성분이 같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용량이므로 약물로 인한 위험은 거의 없지만 혈액 응고와 관련 질환의 잠재적 위험성을 갖고 있는 분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색소 레이저 치료는 어떤 원리인가요?
멜라닌 흡수도가 높은 파장의 빛 에너지를 증폭해 멜라닌을 함유한 조직이나 세포를 분해 또는 파괴하는 치료예요. 멜라닌세포 문제가 큰 잡티 치료에 특히 효과적이에요. 색소 레이저는 멜라닌을 표적으로 삼지만 주변 조직에 열 손상을 일으켜 염증이 유발되면 치료 후 치료 부위가 까매질 수 있어요. 그래서 경험 많은 의료진이 강도·간격·조합을 세심하게 조절하고, 또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지 않고 복합 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기미는 복합 요인으로 발생되므로 치료가 어렵습니다.

미백 의약품과 미백 화장품 차이점
화장품을 치료와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순 없어
의학적으로 미백(美白)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말 그대로 색소를 흐리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상적으로는 톤이 밝아지는 것을 미백이라고 부르지만, 방법은 몇 가지로 나뉩니다. 멜라닌 생성을 줄이기도 하고, 이동을 막아 분포를 줄이기도 하고, 턴오버(재생 주기)를 빨리 돌려 멜라닌을 지닌 세포의 배출을 돕기도 하죠.
미백 화장품과 미백 의약품은 어떻게 다른가요?
미백 화장품은 멜라닌 생성 과정의 일부를 완화하거나 피부 톤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어요. 하지만 효능보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요. 반면 미백 의약품은 멜라닌 생성 자체를 억제하거나 병적인 색소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화장품은 질병 치료와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보조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어요.
색소 질환이 없는 사람이 피부 톤을 밝게 할 목적으로 미백 의약품을 사용하는 건 어떤가요?
병원에서 처방하는 미백 의약품으로는 하이드로퀴논이 유일하게 허가되어 있지만 많이 쓰이지 않아요. 효과는 확실히 검증되어 있지만 사용시 피부 자극이 심하고 오래 썼을 때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용량의 하이드로퀴논 성분이 함유된 약품은 약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데, 이 경우도 장기간 사용시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백반증이 있을 경우 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트레티노인 성분의 약은 여드름과 주름 개선을 위해 사용되지만 미백 측면에서도 피부 턴오버를 빨리하여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백옥 주사라 불리는 글루타치온의 치료 효과는 어떤가요?
글루타치온은 항산화제의 일종으로 피부 톤이 밝아진 느낌을 가질 수 있으나 명확하고 지속적인 미백 효과에 대해 의학적으로 엄밀히 검증돼 있진 않아요. 게다가 대부분의 미백 치료제에는 항산화제가 일부 포함되어 있어요.

미백과 색소 관리를 위해 선크림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까?
선크림은 색소 질환 치료‧예방과 미백 관리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대개 SPF 30 이상, PA+++ 이상을 권합니다. 자외선 노출 1~2시간 전에 500원 크기 정도의 충분한 양을 얼굴 전체에 2시간마다 반복적으로 바르는 게 좋습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마 부위에 바를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간혹 탈모를 유발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에요. 또 눈물이나 땀으로 인해 눈에 들어가면 따갑고, 일부 제품은 눈을 자극해 각막염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이마는 햇빛에 예민한 부위가 아니므로 눈 아래 위주로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물리적 차단 방식(무기자차)과 화학적 차단 방식(유기자차) 중, 뭐가 더 좋은가요?
무기자차는 거울처럼 반사시키는 방식이라 UVA까지 차단이 비교적 유리한 편이고, 광과민 피부질환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기자차는 자외선을 흡수해 분해하는 방식이고요. 다만 제품 별로 성분 차이가 있어서, 자극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경우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피부 색이 진하면 어떤 점이 불리한가요?
피부 톤의 차이는 멜라닌을 만드는 능력 차이 때문에 발생합니다. 피부가 어두울수록 멜라닌 합성 능력이 좋은 편이라 자외선을 받으면 잘 타고, 레이저 치료 등 시술 후 색소침착이 남기 쉬워 치료가 더 까다로울 수 있어요.
진한 색 피부의 장점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멜라닌이 풍부하므로 자외선으로 인한 DNA 변성을 줄여 피부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자외선이 진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콜라겐 변성을 줄이기 때문에 노화가 늦어지는 경향도 있어 진한 피부 색이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백반증은 불치병 아니다
치료 가능한 자가면역질환, 초기에 치료해 번짐을 막아야
백반증은 어떤 질환인가요?
외부 침입자를 공격해야 할 면역 체계가 자기 몸의 멜라닌세포를 공격해 파괴하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공장이 불타버린 것처럼 멜라닌세포가 줄어들거나 사라져 하얗게 보이는 거죠. 환자들은 번질까 봐 두려워하고,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도 큽니다.
어떻게 치료 하나요?
크게 두 단계로 진행합니다. 첫 번째, 면역의 '불'을 끄는 치료로 면역을 조절하거나 억제해 번짐을 막고, 두 번째, 이미 하얗게 된 부위를 다시 채우기 위해 자외선 치료 등의 광치료를 해 멜라닌세포의 회복을 돕습니다.
백반증은 흔한 질환인가요?
국내 병원 방문 데이터로는 인구의 약 0.12% 정도로 확인되었지만, 실제로는 전 인구의 0.5~1%로 봅니다. 치료를 포기하거나 다른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어 통계에 덜 잡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반증도 조기 치료를 하면 효과가 좋은가요?
백반증이 형성된 부위가 작을 때 치료하면 회복이 더 좋습니다. 무엇보다 번지는 것을 빨리 막아야 하고요. '불치병'으로 오해해 병원을 늦게 찾으면 치료가 어려워집니다.
미백을 포함해 피부 개선에는 어떤 음식이 도움됩니까?
미백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물질들로는 항산화 성분이 많아요. 토마토를 포함해 채소·과일을 충분히 드시고,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흡연이 색소 유발에 관여하므로 금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색소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젊을 때부터 선크림을 바르는 등 주범인 햇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미 색소 질환이 생겼다면 혼자 붙잡고 고민하기보다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정확히 진단받고, 자신의 피부 톤과 질환 유형에 맞는 치료‧생활관리를 함께 설계해 실천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오상호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ㆍ석사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주임 교수, 피부생물학연구소 소장,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과장으로 재임 중이다. 색소 질환(특히 백반증)과 광과민 질환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 국제색소학회 및 아시아 색소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색소 분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기획 김지은 기자
취재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대표기자)
사진 이종현 기자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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