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축제' 끝나고 난 뒤… 남겨진 산천어·송어는 어디로?

이소라 2026. 2.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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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량 수거'가 원칙… "식당 공급" 의혹도 제기
주최 측 "살아남은 물고기는 모두 어묵공장행"
'생명경시 풍조 확산' 동물 축제 근본적 비판도
지자체들 "지역 경제 효과 창출하는 주민 밥줄"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지연… "관계 기관 이견"
지난달 25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 일대에서 열린 '2026 화천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올해는 하루 평균 10만 명의 관광객이 산천어축제를 방문했다. 화천=뉴스1
"와 월척이다. 월척."

지난달 25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일대.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진 추위도 잊은 듯, 낚시꾼들 사이에선 연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얼음 구멍 사이로 은빛 몸뚱이가 튀어나올 때마다 입질을 기다리던 관광객들은 짜릿한 손맛에 웃음을 터뜨렸다.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몇몇 관광객은 이내 얼음 구멍에 얼굴을 바짝 대고 엎드리기도 했다. 산천어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초등학생에게 산천어 한 마리를 선뜻 양보하는 인심도 이곳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올해 1월 10일부터 2월 1일까지 열린 화천 산천어축제 풍경을 보여 준 한 장면이다. 이번 축제엔 하루 평균 10만 명이 화천천을 찾아 지난달 28일 기준 누적 방문객 130만 명을 넘어섰다. 평소 접해 보기 힘든 얼음낚시를 해보고, 직접 잡은 물고기를 현장에서 조리해 먹는 이색 경험이 인기 비결이다. 이날도 화천천은 어린 자녀에게 색다른 추억을 남겨 주려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방문객의 시선을 한몸에 받던 산천어는 축제 종료와 함께 이제 '휑한 축제장'에 남겨질 운명이다. 쓰레기와 뒤엉켜 죽어 있거나, 살아도 상처를 입은 채 물속을 헤매게 된다. 산천어뿐만이 아니다. '평창송어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안성 동막골 빙어축제' 등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자'였던 물고기들은 축제가 끝나면 '처분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렇게 남는 물고기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폐사한 산천어는 '농가 비료용'으로 활용

지난달 11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에서 열린 '2026 화천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이 맨손잡기 체험으로 잡은 산천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화천=뉴스1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5 화천산천어축제 현장 기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2월 초 축제 종료 후 화천천에서 수거된 산천어는 약 13톤에 달한다. 축제에 투입된 산천어(156톤)의 8.2%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축제 이후 수거되는 산천어는 2023년 8톤, 2024년 9.5톤에 이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평창송어축제(1월 9일~2월 9일)에는 송어 약 70톤이, 홍천강 꽁꽁축제(1월 9~25일)에는 인삼송어 약 40톤이 각각 투입됐다. 화천산천어축제보다는 방문객이 많지 않아 투입량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매년 축제가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물고기가 일정량 남는 건 마찬가지다.

규정상 축제 종료 후 남은 물고기는 전량 수거해야만 한다. 상처가 나거나 폐사한 물고기에는 대장균 등 미생물이 침투하고 부패가 시작돼 수질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해방물결은 "지난해 현장 조사 결과, 일부 남은 산천어가 별다른 위생검사 없이 인근 식당에 공급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그러나 화천군은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남은 물고기를 모두 거둬들여 폐사한 개체는 농가 비료용으로 보내고, 살아남은 개체는 어묵 공장에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송어축제의 경우, 행사와는 별개로 한동안 전문 낚시꾼들에게 축제장을 개방한다. 이후 3월쯤 얼음이 완전히 녹으면 남은 송어를 본격적으로 수거한다. 죽은 개체는 산천어처럼 비료용으로 강릉 공장에 실려 가지만, 살아 있는 개체는 다시 양식장으로 보내진다. 축양(살아 있는 수산물을 일정 기간 양식장에 보관)을 통해 상품 가치를 높여 다시 활용하기 위해서다. 평창송어축제위원회 관계자는 "송어는 상대적으로 고가 어종이라 상품 가치가 있는 것에 한해 최대한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 축제 양면성… 동물 학대 vs 지역민 밥줄

‘2026 화천산천어축제’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한국비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산천어축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주최 측 설명대로 '남은 물고기'의 처분이 이뤄진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동물 학대 논란'으로, 어쩌면 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실제로 동물을 이용한 축제와 관련, '생명을 오락 수단으로 소비하면서 생명 경시 풍조를 확산시킨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경북 청도군의 '소싸움'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4일 올해 첫 경기가 열린 청도 소싸움 대회나 매년 봄 개최되는 청도 소싸움 축제는 '전통문화라는 허울 속에 생명의 고통을 돈으로 바꾸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소들은 서로 싸우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뿔이 뽑혀 피를 흘리는데, 주최 측이 국소마취제와 향정신성 물질(카페인 등)을 투입하면서 억지로 링 위에 내몬다는 것이다. 매년 4월 열리는 전남 함평나비대축제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축제 일정 때문에 너무 일찍 번데기에서 나와 '축제용'으로만 쓰이고 곧 죽음을 맞는 나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탓이다.

특히 물고기의 경우, '인간의 축제'에 활용되는 여느 동물에 비해서도 유독 거리낌없이 학대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승찬 동물해방물결 캠페인국장은 "어류는 강아지처럼 사람과 교감하는 동물이 아니고, 흔히들 낚시로 포획해 먹기도 하기 때문에 '학대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러나) 표정 없는 어류도 사람의 발에 밟히고 맨손에 아가미가 쥐어 터지는 과정에선 다른 동물과 똑같이 극한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축제를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강원 일부 지역에선 겨울 축제가 '주민의 밥줄'이라 할 정도로 지역 경제 창출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예컨대 화천군이 전문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산천어축제가 가져오는 직접 경제 효과는 매년 1,000억 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1월 평창송어축제의 경우 '943억 원 경제 파급 효과'와 '780명 고용 유발 효과'를 낳았던 것으로 추산됐다. 화천군 관계자는 "산천어를 양식하는 분들만이 아니라, 농·특산물을 판매하거나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등 산천어축제에 직간접적으로 생계가 걸려 있는 지역민이 많다"고 전했다.


주최 측 자정 노력에… "축제 방식 바꿔야" 반론

지난달 25일 강원 평창군 오대천 일원에서 열린 평창송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송어 맨손잡기 체험을 즐기고 있다. 평창관광문화재단 제공

물론 주최 측에선 각종 논란을 의식해 나름대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산천어축제와 송어축제 등 대부분은 훌치기 낚시와 맨손잡기 시 '입으로 무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물고기의 고통을 줄이는 차원에서다. 평창송어축제는 과거 평일 3회, 주말 4회에 걸쳐 했던 '맨손잡기 체험'을 각각 1회 줄인 평일 2회, 주말 3회로 운영하고 있다. 또 축제마다 산천어는 1인당 3마리, 송어는 1인당 2마리까지 각각 반출하도록 정하는 등 무분별한 낚시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는 주최 측이 여전히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국장은 "어류를 대량학살하지 않으면 축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생명을 죽이지 않는 방향으로 개편하거나, 지역 농산물·풍경 등을 활용한 '생태적 축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0년 '동물이용축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음에도 5년이 넘도록 이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어류 등 동물을 축제에 이용할 때 운송·보관·폐기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부 관계자는 "초안을 만들긴 했지만 관계 기관과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나와 최종 확정안까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물 이용 축제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 주거나 지역민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히자, 가이드라인 확정·공표에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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