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10년간 정기예금 넣어봤자 '이자 15만원'...예테크족 '비명'
5대은행 정기예금 10년간 재예치할 경우 연평균 수익률 1%대
저금리 기조에 자산 불평등 심화…정책적 고려 필요
[편집자주] 유동성의 시대다. 돈이 풀리자, 돈은 가치를 잃었다. 시중에 풀린 돈은 자산 시장으로 향했다.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는 달라진 자산 시장의 흐름을 보여준다. 자산 가치가 올라가자 돈의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 랠리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실제로 가난해졌다. 그 현상을 짚어본다.

원금 100만원에 10년간 이자가 약 15만~21만원 붙은 셈이다. 10년 합산 누적 세후 수익률은 15.04%~21% 수준이며, 연평균 복리 수익률(CAGR)은 1.41~1.92%에 머물렀다. 지난 10년간 5대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 금리는 2022년까지 대체로 2%를 밑돌다 2023년 3%대로 올랐다.
코스피는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75.63% 올라 미국 S&P500지수(17.41%) 등을 가뿐히 넘고 전 세계 주요 국가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새해에도 주요국 증시 가운데 수익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274.35%, 125.38%에 달한다. 지난해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으로, 코스피 수익률은 2021년 3.63%, 2022년 -24.89%, 2023년 18.73%, 2024년 -9.63%로 등락이 심했다. 다만 최근의 주식 과열 상황은 포모(FOMO·소외 공포감)를 낳기에 충분하다.

정기예금 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와 은행채 등을 기반으로 도출된 기본금리에 은행의 자금 조달 전략에 따른 가산금리 등이 더해져 산정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면서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지만, 은행은 예금금리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단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제조업에서 원가가 오르면 판매가가 오르는 것처럼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서 은행에서 예금금리를 함부로 올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예대금리차는 이미 낮은 편이라고 본다.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도 OECD 국가에 비해서 낮은 편이라는 연구도 있다"고 밝혔다.
새해 들어 증시 랠리가 가속화하면서 은행의 예치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43조26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말(674조84억원)과 비교해 30조7450억원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937조2122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939조2863억원) 대비 2조741억원 감소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산 가격이 10% 오르면 1억 가진 사람은 1000만원, 10만원 가진 사람은 1만원을 번다"며 "반면 근로소득은 배수효과가 없다. 정상적 사회면 근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제 자본소득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짚었다.
안 교수는 고령층과 2030 세대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간의 근로·자본소득이 누적된 고령층은 빈부격차가 심하다"며 "자식한테 손벌리지 않으려면 모아둔 돈으로 저축해서 스스로를 부양해야 하는데 저금리라 생활이 안 되니 주식, 부동산 투자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리스크도 커진다"고 했다. 이어 "젊은층은 격차는 더 적은데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없다. 고령층과 젊은층 세대 내에 양극화 현상이 계속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에 실물경제는 1% 성장했는데 증시만 부양되는 건 문제"라며 "금융자산 없이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고령층 등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금리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고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높이는 한편, 궁극적으론 경제성장률을 높여 실질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소득세 구간을 유연하게 해서 근로소득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급여소득자들의 연말정산 공제항목을 신설하거나 예적금 이용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여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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