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죽겠어" 몰래 녹음...주호민 아들 사건, 1심 유죄→2심 무죄 [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주 씨 아들 사건에 대해 검찰은 녹음 파일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0개월 및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24년 대법원 판례를 두고 "최근 판례와 이 사건은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이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고 방어 능력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이 사건 특성상 녹음 외에는 피해 아동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찾기 어렵고 A씨 발언이 공유되지 않은 대화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아동은 4세 때 장애 아동으로 등록돼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피해자의 모습이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낀 피해자의 모친은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며 "CCTV가 있는 어린이집이나 일반적인 초등학교 교실과 달리 해당 학급은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녹음 외에는 학대 정황을 확인 할 수 있는게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녹음 파일은 충분히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는 장애인 복지법에 규정하는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으로 지자체가 보호할 대상이고 학교 수업은 장애인 의무교육의 일환인 공교육으로, 사생활 침해보다는 공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싫어 싫어 죽겠어 정말 싫어"라는 A씨 발언이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너'라는 표현을 5회 연속으로 사용했고 대상이 피해자 자신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 점, 녹음된 음성 크기 등에 비춰 보면 감정 이해가 어려운 자폐성 장애라고 하더라도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과 가능성이 존재했다고 보인다"며 "특수교사로서 전문성을 가진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정서적인 학대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본 주 씨는 판결 직후 "자식이 학대를 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당연히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 헌신하시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간단히 입장을 밝혔다. 판결 이튿날에는 6개월 만에 라이브 방송을 열어 "기사 터지고 3일째 됐을 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가족이 살아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교총은 또 "특수교육 여건상 교사는 지도 과정에서 더 강하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제지해야 하는 상황이 있고 혼자 넋두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판결로 교육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긴급 논평을 내고 "교육방법이 제한적인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해당 교사가 교사로서 성실하게 근무했던 점이 참작된 것은 다행이지만, 불법 녹취 자료가 증거로 채택된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며 "이번 판결로 해당 교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자폐성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지식이 높은 특수교사가 짜증섞인 큰 소리로 피해 아동에게 말한 것은 '미필적 고의'와 '학대 의도'가 있다"면서 원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쟁점은 '몰래 녹음 파일'에 대한 증거 능력 인정 여부였다. 검찰은 "피해 아동이 불안증세가 심해지고 배변 실수가 잦아져 모친이 녹음 행위를 한 것이다. '목적의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누구든지 몰래 녹음해서 획득한 녹음파일은 어떤 형태로든 소송에 사용할 수 없고, 이는 예외적인 게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025년 5월 2심 재판부는 "몰래 녹음한 녹취 파일과 녹취록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은 피해 아동이 모친의 도움을 받아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아동과 모친이) 엄격히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모친의 녹음 행위를 피해 아동의 녹음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주 씨 아내가 아들에게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것은 위법성 조각 사유, 즉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다. 주 씨 아들 사건의 경우에서도 법을 어겨 상대방 몰래 녹음한 내용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선고 후 주 씨는 취재진을 난 자리에서 "굉장히 속상하지만 일단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장애아가 자신이 피해를 당했을 때 증명하는 방법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밝혔다. 반면 A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지금까지 지지해 준 교사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며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주 씨는 "1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2심에서는 '부모가 대신 녹음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며 "특수학급이나 요양원처럼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녹음이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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