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죽겠어" 몰래 녹음...주호민 아들 사건, 1심 유죄→2심 무죄 [뉴스속오늘]

윤혜주 기자 2026. 2.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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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웹툰작가 주호민 씨/사진=뉴시스
2024년 2월1일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부모가 몰래 넣은 녹음기를 증거로 인정했으나 이듬해 항소심에서는 해당 녹음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이유로 증거 능력을 부정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아동 외투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
주호민 씨는 2022년 9월쯤 당시 9살이던 자신의 아들이 특수학급 교사 A씨에게 정서적 학대 발언을 지속적으로 들었다며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주 씨 아들은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받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특수학급으로 분리 조치된 상황이었는데, A씨가 주 씨 아들을 향해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 정서적 학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주 씨 아내는 평소와 달리 불안 증세 등을 보이는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고, 이 녹음기에 녹음된 정황을 증거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A씨의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너가 왜 여기만 있는 줄 알아", "왜 그러는건데. 친구들한테 왜 못 가. 성질부릴 거야?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 가 못 간다고 읽으라고" 라는 등의 발언이 담겨있었다.
'몰래 녹음 파일' 증거 능력 있나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부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을 법적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통신비밀보호법 제 3조에 따르면 제 3자가 타인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동법 제 4조에는 3조를 위반한 내용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2024년 대법원은 부모가 초등학교 3학년 아이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로 확보한 녹음 파일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과의 대화라며 증거 능력을 부정했다.

주 씨 아들 사건에 대해 검찰은 녹음 파일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0개월 및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24년 대법원 판례를 두고 "최근 판례와 이 사건은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이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고 방어 능력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이 사건 특성상 녹음 외에는 피해 아동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찾기 어렵고 A씨 발언이 공유되지 않은 대화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애정으로 가르친 장애 학생의 학대 피고인이 된 사실이 너무 슬프고 힘들다. 부디 저와 피해 아동이 그동안 신뢰를 쌓고 노력한 과정을 고려해 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이번 판결로 저와 유사한 일로 지금도 어려움에 처한 교사들에게 희망이 될 수있기에 무죄를 내려달라"고 했다.
"녹음 외에 학대 정황 확인할 길 없어" 1심 유죄
1심 선고 후 입장 밝히는 주호민 씨/사진=뉴스1
2024년 2월 수원지법 형사9단독은 '몰래 녹음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일부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A씨에게 벌금 200만원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 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1심 재판부는 "피해아동은 4세 때 장애 아동으로 등록돼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피해자의 모습이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낀 피해자의 모친은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며 "CCTV가 있는 어린이집이나 일반적인 초등학교 교실과 달리 해당 학급은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녹음 외에는 학대 정황을 확인 할 수 있는게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녹음 파일은 충분히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는 장애인 복지법에 규정하는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으로 지자체가 보호할 대상이고 학교 수업은 장애인 의무교육의 일환인 공교육으로, 사생활 침해보다는 공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싫어 싫어 죽겠어 정말 싫어"라는 A씨 발언이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너'라는 표현을 5회 연속으로 사용했고 대상이 피해자 자신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 점, 녹음된 음성 크기 등에 비춰 보면 감정 이해가 어려운 자폐성 장애라고 하더라도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과 가능성이 존재했다고 보인다"며 "특수교사로서 전문성을 가진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정서적인 학대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본 주 씨는 판결 직후 "자식이 학대를 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당연히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 헌신하시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간단히 입장을 밝혔다. 판결 이튿날에는 6개월 만에 라이브 방송을 열어 "기사 터지고 3일째 됐을 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가족이 살아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주 씨는 "선처를 통해 사건을 원만히 해결해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는데, A씨 변호인 측이 서신을 보냈다. 여기에 '무죄 탄원이 아닌 고소 취하서를 쓰고 그동안 선생님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학교도 못 나간 게 있으니 물질적으로 보상을 하라'는 요구사항들이 쓰여 있었다"고도 했다.
"학교가 감시의 장으로 변질" 교육계 반발
특수교사 A씨/사진=뉴스1
교육계는 일제히 유감을 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입장문을 내고 "특수교사의 현실과 학생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교육적 목적을 외면한 판결이라 유감스럽다"며 "학교 현장을 사제 간 공감과 신뢰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학부모 등 제3자에 의한 무단 녹음 행위와 유포는 명백히 불법임을 밝힌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또 "특수교육 여건상 교사는 지도 과정에서 더 강하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제지해야 하는 상황이 있고 혼자 넋두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판결로 교육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긴급 논평을 내고 "교육방법이 제한적인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해당 교사가 교사로서 성실하게 근무했던 점이 참작된 것은 다행이지만, 불법 녹취 자료가 증거로 채택된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며 "이번 판결로 해당 교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역시 "현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참아가며 버텨온 선생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수학급뿐만 아니라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을 맞지 않으려는 선생들의 기피 현상이 더 커질까 우려된다"고 입장을 냈다.
"몰래 녹음 증거 안 돼" 항소심서 '무죄'
1심 판결에 검찰과 A씨 측 모두 항소했다. A씨는 항소장 제출 전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녹음기를 넣기 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학부모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불법 녹음만이 최후의 자구책이었는지 확인한 후에 판결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검찰은 "자폐성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지식이 높은 특수교사가 짜증섞인 큰 소리로 피해 아동에게 말한 것은 '미필적 고의'와 '학대 의도'가 있다"면서 원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쟁점은 '몰래 녹음 파일'에 대한 증거 능력 인정 여부였다. 검찰은 "피해 아동이 불안증세가 심해지고 배변 실수가 잦아져 모친이 녹음 행위를 한 것이다. '목적의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누구든지 몰래 녹음해서 획득한 녹음파일은 어떤 형태로든 소송에 사용할 수 없고, 이는 예외적인 게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항소한 특수교사 A씨(가운데)가 인사를 하는 모습/사진=뉴스1


2025년 5월 2심 재판부는 "몰래 녹음한 녹취 파일과 녹취록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은 피해 아동이 모친의 도움을 받아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아동과 모친이) 엄격히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모친의 녹음 행위를 피해 아동의 녹음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주 씨 아내가 아들에게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것은 위법성 조각 사유, 즉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다. 주 씨 아들 사건의 경우에서도 법을 어겨 상대방 몰래 녹음한 내용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선고 후 주 씨는 취재진을 난 자리에서 "굉장히 속상하지만 일단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장애아가 자신이 피해를 당했을 때 증명하는 방법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밝혔다. 반면 A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지금까지 지지해 준 교사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며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주 씨는 "1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2심에서는 '부모가 대신 녹음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며 "특수학급이나 요양원처럼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녹음이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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