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중징계, '공정성 심의' 사라져도 가능하다

박재령 기자 2026. 1. 31. 23: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 언론 자유 안녕하십니까]
'공정성 심의' 폐지돼도 가능한 '정치심의'
"위원 추천구조 바뀌지 않는 한 문제 반복될 것"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2023년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정치심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성 심의'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러한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그러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현 방미심위) 위원장 시절 의결된 법정제재 내역을 조사한 결과, '공정성' 이외 조항으로도 '정치심의'가 다수 발생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공정성 심의' 폐지보다 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건 이하 유지되던 법정제재, 류희림 때 48건으로

미디어오늘이 연도별 방심위 의결내역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지상파·종편·보도PP의 보도·시사프로그램 기준 △2018년 21건 △2019년 20건 △2020년 23건 △2021년 3건 △2022년 2건 △2023년 29건 △2024년 48건 △2025년 3건의 법정제재가 의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 연도별 방미심위 시사보도프로그램 법정제재 내역. 그래픽=안혜나 기자

4기 방심위(2018~2021년) 시절 매년 약 20건 정도 이뤄지던 법정제재가 5기 방심위(2021~2024) 들어 급감했고, 류희림 전 위원장이 취임(2023년 9월)한 이후 다시 급증했다. 2023년 9월 정연주 당시 위원장의 보궐로 취임한 류희림 전 위원장은 2024년 7월 6기 방심위원장을 연임했다.

'정치심의'는 류희림 전 위원장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바이든-날리면 논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가 무더기로 법정제재를 받았다.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현 방미통위)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가 되는 중징계다.

2024년 법정제재 70% '공정성 위반' 아니었다

심의위원들은 이들 방송에 중징계를 의결하며 방송의 공정성 위반을 빈번하게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 의결내역을 보니, 법정제재 다수가 방송심의 규정 9조(공정성)가 아닌 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14조(객관성), 16조(통계 및 여론조사) 등을 적용조항으로 뒀다. 공정성 조항이 있더라도 객관성 위반 등을 포함한 법정제재가 대다수였다. 2024년 보도·시사프로그램에 의결된 법정제재 48건 중 34건은 적용조항에 공정성 위반이 없었다.

'공정성 심의'가 없어도 '정치심의'가 가능했다는 뜻이다.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를 수차례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특정 업체가 서울중앙지검 증축사업을 따낸 것이 특혜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KBS라디오 '주진우라이브'(2022년 10월18일)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2022년 10월6일)은 2023년 '객관성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받았다.

▲ 2023년 10월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후쿠시마 2차 방류 상황을 보도하며 앵커 배경에 죽은 물고기떼 사진을 넣은 MBC '뉴스데스크'(2023년 10월3일)도 '객관성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받았다. 방송심의 규정에 따르면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할 때 객관성 위반이 해당되지만 실제 심의 현장에선 그 기준이 자의적으로 적용됐다. 심의위원들 입장에서 방송이 객관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법정제재가 가능한 구조다. 2022년 9월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보도한 방송사들도 일제히 객관성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논평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2022년 9월26일), '신장식의 신장개업'(2022년 9월19일) 등은 심의규정 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위반이 적용됐다. 진행자가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대립되는 견해를 가진 개인의 출연을 보장하며 토론의 결과를 암시하거나 유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방송심의 규정 16조(통계 및 여론조사)도 정치적 악용이 가능하다. 여론조사를 보도할 때 조사의뢰자, 조사일시 등을 고지해야 한다는 조항인데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에 엄격하게 적용해 우회적으로 '정치심의'를 할 수 있다.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에 기자들 80%가 반대했다는 조사를 보도한 MBC '뉴스투데이'(2023년 8월11일)가 16조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았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옆에 인공기를 합성했다는 이유로 의결된 MBC 법정제재 사유는 방송심의 규정 27조 '품위유지' 위반이었다.

방송법 바꿔도 선방위 '공정성 심의'는 그대로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공정성 심의' 폐지 법안(방송법 개정안)은 방송법 32조와 33조에 명시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심의'를 '방송의 공공성 및 공적 책임 심의'로 바꾸는 안이다. 안이 공포되면 방송심의 규정 9조(공정성)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14조(객관성) 등의 규정은 계속 남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법 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가 여전히 '방송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심의 대신 다른 방법으로 방송에 공정성을 주문할 가능성도 있다.

황석주 언론노조 방미심위지부장은 지난달 방송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당시 미디어오늘에 “'공정성 심의 폐지'만으로 정치심의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긴 어렵다. 과거 사례를 보면 공정성 조항이 아니더라도 객관성 등 다른 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해 법원에서 패소한 사례가 적지 않다”라고 했다.

공정성 심의 폐지 법안이 '공정성 심의'를 전부 사라지게 하는 것도 아니다. 공직선거법에 '선거방송의 공정성(8조의2)'이 있기 때문에 방미심위가 설치·운영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선거 기간 공정성 심의를 계속한다. 일기예보 '파란색 1' 징계 등 윤석열 정부에서 '입틀막 심의' 논란을 자초한 법정제재 다수는 방미심위가 아닌 선방위에서 의결됐다.

“정파적인 위원 어떻게 배제할 수 있을지가 관건”

방미심위는 대통령과 국회가 위원 추천 몫을 나눠 갖고 대통령이 최종 위촉하는 구조라 정치권에 종속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형식상 민간기구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행정기구로 인식되며 지난해부터는 위원장이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바뀌어 기구 차원에서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했다. 이러한 정치적 후견주의를 해소하는 것이 '정치심의' 문제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 ⓒ연합뉴스

선방위원장을 5번 지낸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위원 구성이 중요하다. 정파적인 사람을 어떻게 배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대부분의 민원이 정당 민원인 상황에서 정당 추천 위원이 정당 눈치를 보지 않고 심의하기가 어렵다. 정파성을 배제할 수 있는 (위원) 추천 방식이 되지 않는 한 규정을 어떻게 고쳐도 (정치심의 문제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4기 방심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지난해 9월 공정성 심의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공정성 심의조항의 남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방송심의 제도를 자율규제와 행정규제를 결합한 공동규제(협력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규제는 방미심위가 일정한 조건을 갖춘 방송사업자에게는 자율심의지정사업자로 인증하고, 자체적인 심의가 불가능한 소규모 사업자에게는 업계에 독립적으로 자율규제기구를 출범시키도록 하고,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에는 행정규제기관(방미심위)이 직접 심의를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