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에 미묘한 변화…압박 멈춘 정치권, 몸 낮춘 쿠팡

변덕호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ddoku120@mk.co.kr) 2026. 1. 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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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멈춘 쿠팡 사태
통상 변수에 정치권·쿠팡 모두 ‘톤다운’
쿠팡 압박·외교 리스크 앞에 숨 고르기
한미 통상 불똥 우려에 달라진 대응 수위
서울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배송작업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던 정부·여당이 최근 압박 수위를 낮춘 가운데, 쿠팡도 대응 강도를 조절하며 ‘로키(Low-key)’ 모드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쿠팡을 겨냥해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예고했던 여당이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쿠팡은 99원짜리 생리대를 내놓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보였다.

쿠팡 사태가 한미 통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양측 모두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리스크 의식?…멈춰 선 ‘쿠팡 바로잡기 TF’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과 을지로위원회 쿠팡바로잡기 TF 소속 의원, 시민단체 대표들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이 내놓은 소비자 배상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주도로 출범이 예고됐던 ‘쿠팡 바로잡기 태스크포스(TF)’ 일정이 잇따라 연기됐다. 해당 TF는 당초 지난 27일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일정이 조정돼 다음 달 2일로 미뤄진 데 이어, 다시 한번 연기된 상태다.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압박이 쿠팡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외 환경을 감안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근 의원이 단장을 맡은 쿠팡 바로잡기 TF에는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등 유관 상임위 소속 의원 1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쿠팡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는 별도로, 쿠팡 관련 제도·정책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는 2월로 예정됐던 쿠팡 국정조사 역시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쿠팡 사태가 대미 통상 문제와 맞물려 거론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국정조사 과정에서의 표현이나 압박 수위가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99원 생리대 내놓은 쿠팡
쿠팡의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가 생리대를 최저 99원에 제공하기로 했다. 중대형 PB 생리대 판매가를 최대 29% 인하했다. [쿠팡 제공]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쿠팡의 최근 행보에서도 감지된다.

쿠팡은 최근 99원짜리 자체 브랜드(PB) 생리대를 선보이며 필수 소비재 가격 부담 완화에 나섰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생리대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나온 조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쿠팡이 정부·정치권과의 대치 국면에서 로키 전략으로 전환해 전반적인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보이는 등 상대적으로 유연한 메시지를 통해 국면을 관리하려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쿠팡을 둘러싼 논의가 통상 이슈로까지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선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려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라며 “가격 이슈를 앞세운 이번 조치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톤 조절 나선 로저스…정면 충돌 대신 국면 관리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셀프 조사’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30일 서울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지난달 쿠팡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도 최근 들어 태도를 한층 낮춘 모습이다.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된 로저스 임시대표는 전날(30일) 오후 서울경찰청 청사에 도착해 영어로 “쿠팡은 계속 그래왔듯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에 완벽하게 협조하겠다”며 “오늘 경찰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로저스 임시대표가 장시간 공개 발언을 통해 쿠팡 측 입장을 적극 항변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뒤 세 번째 만에 경찰에 출석한 만큼 발언을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을 둘러싼 제재와 조사 움직임이 한미 통상 현안으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 로키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통상 변수까지 맞물리면서 당분간 한국 정부와 쿠팡 모두 신중한 태도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은 분명하지만, 사법·정치적 대응 수위가 외교·통상 문제로 비화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측의 문제 제기가 보다 노골화할 경우, 쿠팡을 둘러싼 압박 기조 역시 일정 부분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사태가 단순한 국내 규제 이슈를 넘어 한미 통상 프레임으로 전환되는 순간 정부로서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미국 측 압박이 본격화할수록 쿠팡에 대한 제재·조사 수위는 자연스럽게 완급 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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