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걸 사람이 만들었다고?…전통 공예로 풀어낸 쿠키런 주역들

이가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r2ver@mk.co.kr) 2026. 1. 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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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한복판서 장인들과 컬래버
국가대표 IP 선언한 데브시스터즈
채승웅 샌드아티스트의 모래 그림. 미스틱플라워쿠키의 허무가 전해진다. [이가람 기자]
“이제는 모바일 게임 속에서만 달리는 캐릭터들이 아닙니다. 쿠키런과 예술인·제작진이 진심을 다했습니다. 이곳에서 시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특별한 가치를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많이 알려 주세요.”

깜찍한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로 사랑받는 데브시스터즈의 대표작 쿠키런이 전통 예술 및 첨단 기술과 만났다. 쿠키런 특유의 모험 서사를 현실로 확장하고 문화유산의 미학을 공유할 수 있는 몰입형 전시 형태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게임팬 필수 코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0일 매경AX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는 ‘쿠키런:킹덤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 특별전, 위대한 왕국의 유산’ 전시가 한창이었다. 데브시스터즈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총망라한 대규모 전시회다.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이 전시 공간을 누비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2024년부터 다수의 무형 유산 장인 및 현대 미술 작가와 협업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디어 아트 작품과 전통 공예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쿠키런 캐릭터들을 △모래그림 △나전칠기 △분청사기 △금박 △전통탈 △한지 △자수 △화각 등으로 표현했다.

전영일 전통등 전승자의 세인트릴리쿠키 연등. 화합의 메시지가 담겼다. [안선제 기자]
전시는 건물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이어진다. 바닥면적 2843㎡(약 860평)에 달하는 압도적인 전시공간을 쿠키런 지식재산권(IP)으로 가득 채웠다. 게임이라는 현대적 취미와 공예라는 전통적 문화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문화적·경제적 시너지를 실험하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의 주제는 △의지 △역사 △지식 △행복 △연대 △화합 등이다. 세부적으로 △허무 △결의 △파괴 △풍요 △진리 △거짓 △열정 △나태 △침묵 △자유 등 쿠키런 캐릭터가 가진 서사를 인간의 가치로 해석한 작품들이 배치됐다.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제1전시실에는 채승웅 샌드아티스트의 ‘허무’(미스틱플라워쿠키)가 느껴지는 모래 그림과 손대현 나전칠기장의 ‘결의’(다크카카오쿠키)를 소재로 자개 장식이 전시됐다.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자니 결 고운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착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조명의 빛이 자개에 부딪혀 산란하는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손대현 나전칠기장이 표현한 다크카카오쿠키. [연합뉴스]
제2전시실에서는 박상진 분청사기장과 김기호 금박장의 작품을, 제3전시실에는 박명옥 한지조각장과 신정철 전통탈 전승자와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부정적인 단어로 분류되는 거짓을 탈춤과 연결해 풍자와 희화로 해석하며 긍정성을 부여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제4전시실에서는 최정인 자수장과 이재만 화각장의 작품이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했다.

제5전시실에는 김영조 낙화장과 전영일 전통등 전승자의 작품이 놓였다. 스테인리스 위에 한지를 덧붙인 커다란 세인트릴리쿠키 연등은 주변 전구의 불빛이 반사되는 슈퍼 미러 연출에 힘입어 포토 스팟이 돼 있었다. 캐릭터의 서사와 가장 잘 맞는 공예 분야를 찾는 데 가장 긴 시간을 소모했다더니 과언이 아닌 듯했다.

자신을 미대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게임의 캐릭터가 나전칠기나 분청사기로 표현된 것을 보니 생경하면서도 고급스럽다”며 “전통 공예가 이렇게 힙하게 느껴질 줄 몰랐고, 소품의 일종이 아니라 전시의 중심이 돼 신선하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이 전시의 또 다른 묘미는 기술 결합이다. 관람객은 NFC 기능이 탑재된 팔찌형 입장권을 이용해 단순 관람을 넘어서 작품과 공간에 직접적 개입이 가능하다. 예컨대 작품 근처 통신 장치에 팔찌를 태그하면 바닥에서 조명이 솟구치거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배경음이 들려오는 식이다.

종이에 쿠키 그림을 그리고 스캔하면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연동돼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기자도 초콜릿 컬러의 쿠키 그림 한 장을 만들어 미디어 아트 체험을 해 봤는데 복수의 스크린을 넘나들며 뛰노는 쿠키가 귀여워서 넋을 놓고 쳐다봤다.

조길현 데브시스터즈 대표이사는 “가장 진보적인 방식과 가장 전통적인 문화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했다”라며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많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쿠키런의 서사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길현 데브시스터즈 대표이사와 전통공예예술 장인들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쿠키런 특별전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이 전시는 전통문화유산 장인들에게도 소중한 기회였다. 손 명장은 “나전칠기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할머니가 사용하던 장롱을 연상한다. 나전칠기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협업 제의를 받았다”라며 “작업하면서 (쿠키의 특징인) 결의라는 감각을 어떻게 살려야 좋을까 고민했다. 평생을 바친 나전칠기를 이용자들이 순간적으로나마 인식하게 된다면 기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 뉴욕 소재 미디어아트관 아르떼뮤지엄과 대관 논의 중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대만, 태국, 일본 등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기획 초기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해 기물과 작품들을 재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제작한 덕분에 글로벌 투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데브시스터즈의 설명이다.

쿠키런은 지난해 누적 이용자 수 3억명을 돌파했다. 과반이 글로벌 이용자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데브시스터즈 쿠키런을 포켓몬과 디즈니에 견주는 ‘국가대표 IP’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 전시는 데브시스터즈가 주관하고 국가유산청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후원한다. 전시 기간은 오는 4월 1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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