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 품은 기름 좔좔 겨울장어… ‘겉바속촉’ 입이 황홀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찬바람 맞으며 찾은 형님의 단골집
팔뚝만한 장어 바로 잡아 불에 올려
테이블 가득한 반찬, 내공 깊은 솜씨
주인장이 내온 쓸개주, 단맛 뒤 씁쓸
담백한 장어에 달콤한 맛 더해주네

한동안 포근하던 겨울 날씨가 갑자기 제자리를 찾았다. 오랜만에 찾은 광주에도 매서운 바람이 분다. 미팅을 마치고 운천저수지로 향했다. 저수지를 따라 난 산책로에는 아침 이슬의 서늘함이 아직 남아 있고, 그 끝에 자리한 ‘더문’ 레스토랑은 계절을 그대로 품고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음식보다 사람이다.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는 형님. 내가 광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공간에는 시간의 결이 차분히 쌓여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저수지의 물결, 벽에 걸린 상장들 그리고 주방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들까지. 요리는 늘 그 사람의 시간을 닮는다. 더문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안심 스테이크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접시에는 과하지 않은 익힘으로 고기의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육즙의 중심을 정확히 잡아낸 스테이크가 담긴다. 여기에 큼직한 새우가 들어간 토마토 파스타는 이 집의 또 다른 얼굴이다. 산미와 단맛의 균형이 분명하고, 새우의 단단한 식감이 소스를 끌고 간다. 요리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말을, 이곳에서는 접시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닷장어, 아나고는 일본을 거쳐 대중화된 이름이지만 한반도의 바다에서도 오래전부터 먹어온 식재료다. 붕장어를 아나고로 부르고 갯장어를 하모라고 한다. 각각의 성질과 쓰임이 다른데 붕장어는 구이로, 갯장어는 뼈를 잘게 썰어 탕이나 샤부샤부 형태로 즐긴다.
아나고 요리의 핵심은 손질과 불이다. 피와 점액을 깔끔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특유의 향이 도드라진다. 반대로 손질이 과하면 살의 단맛이 빠진다. 칼의 각도, 소금의 타이밍, 불과의 거리 등 단순한 작업들이 아나고의 맛을 정한다. 겨울 아나고는 지방이 안정적으로 올라와 요리하는 이의 욕심을 덜어낸다. 최소한의 간과 연탄불만으로도 충분하다. 계절이 재료를 완성시키는 순간이기에 요리사의 기교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 가장 좋은 레시피다. 겨울의 광주, 저수지의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바다의 맛을 물씬 느낀 연탄구이 장어까지.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맛보다 사람이고, 기술보다는 순간인 것 같다.

손질 아나고 200g, 버터 50g, 샐러드유 30㎖, 생강 15g, 마늘 2톨, 딜 5g, 백후추 약간, 화이트와인 10㎖, 사과 30g
<소스 재료> 뵈르블랑소스
화이트와인 50㎖, 딜 2g, 샬럿촙 15g, 설탕 1g, 레몬즙 10㎖, 버터 100g, 우유 100㎖.
<만들기> ① 장어는 기름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② 마늘과 생강을 넣은 후 버터를 더한다. ③ 화이트와인과 백후추, 다진 딜을 넣고 구운 사과를 곁들인다.
<소스 만들기> ① 냄비에 화이트 와인과 샬럿촙, 백후추, 딜 줄기를 넣고 자작하게 졸인다. ② 불을 끄고 버터를 넣어 저어가며 소스를 만든다. ③ 체에 거른 후 장어에 곁들인다. ④ 우유는 데운 후 휘퍼(거품기)로 거품을 만든다.
김동기 다이닝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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