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일본을 택했고, 중국인은 제주로 방향을 틀었다

제주공항에서 요즘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는 규모가 아니라 이동의 방향입니다.
국내선 탑승구 앞에는 일본행 환승을 앞둔 여행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서 있고, 국제선 입국장 한편에서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깃발을 따라 이동합니다.
통계 이전에, 이동의 갈림길은 현장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습니다.
31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386만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내국인은 1,161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2% 줄었고, 외국인은 224만여 명으로 17.7% 늘었습니다.
외국인 증가가 전체 감소를 상쇄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균형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7명이 중국인이었습니다.
■ 외국인은 늘었지만, 시장은 다시 좁아져
국적별로 보면 편중은 분명합니다. 중국인이 158만여 명으로 외국인의 70%를 넘었습니다.
대만·일본·미국·홍콩·싱가포르 관광객도 늘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제한적입니다.
제주시내 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는 한 번에 들어와 눈에 띄지만, 일본이나 대만 개별여행객은 늘었다고 말하기엔 아직 분산돼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며 “외국인이 늘었다는 말과 시장이 넓어졌다는 느낌은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 노선이 열리면서 관광객 증가
관광객 증감은 목적지 매력보다 조건에 먼저 반응했습니다.
태국 관광객이 세 배 이상 늘고, 대만 관광객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배경에는 전세기와 신규 노선 취항이 자리했습니다.
반대로 베트남은 무단이탈 사건 이후 전세기 운항이 중단되자 가장 먼저 줄었습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는 광고나 홍보보다 항공편이 먼저 움직인다”며 “비행기가 뜨면 사람은 따라오고, 안 뜨면 시장은 바로 식는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관광의 변동성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중국 관광객 증가, ‘제주 선택’이 아니라 ‘일본 회피’ 결과
중국 관광객 증가는 현장에서 냉정하게 해석됩니다. 적극적인 제주 선택이라기보다 이동 경로의 변경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 사회의 정치·외교적 불안정성과 안전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 여행에 대한 경계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놨습니다.
그 여파로 중국 주요 도시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항공편이 대거 취소·감편됐고,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에 대한 환불·변경 조치를 확대했습니다.
중국 전문 여행사 한 관계자는 “일본 일정이 취소되면 대안을 바로 찾아야 하는데, 조건을 따져보면 제주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였다”며 “제주로 들어온 단체나 소규모 그룹 상품 상당수는 원래 일본을 목적지로 잡았던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 중국 관광 정책, 개방과 경고가 동시에 작동
중국 정부의 관광 정책은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일부 국가에는 출국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외교·안보 갈등이 얽힌 국가에 대해서는 사실상 자제 분위기를 유지하는 이중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광업계에서는 “중국 관광은 시장 논리보다 정책 신호에 더 민감하다”며 “이번 제주 유입도 민간 수요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 정부 조치가 만든 이동 경로의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관광객 증가는 반등 신호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불안정한 변수로 꼽힙니다.

■ 일본 시장은 다시 움직이고 있지만, 성격은 달라
일본은 중국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회복 중입니다. 단체보다 개별여행 중심이고, 한 번에 쏟아지지 않습니다.
지난달부터 재개된 제주–후쿠오카 직항은 팬데믹 이후 재취항하며 유지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이 노선은 일본 시장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항공업계에서는 후쿠오카 노선을 ‘제주–일본 시장의 체온계’로 꼽습니다. 수요가 회복되면 가장 먼저 반응하고, 여건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노선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회복 초입’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제주도는 후쿠오카·사가현 방문과 도쿄 교류 행사를 통해 일본 관광 교류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규슈 지역 해외여행객이 연간 500만 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잠재력은 분명합니다.
다만 일본 관광은 단기간에 수치를 바꾸는 시장이 아니라, 관계와 반복 방문을 통해 서서히 쌓이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 연초 흐름도 외국인이 먼저 움직여
올해 들어서도 현장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광협회에 따르면 1월 30일까지 제주 방문객은 108만9천여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9% 늘었습니다. 외국인 증가율이 내국인보다 높았습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 수치만으로 연간 흐름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이 먼저 움직이고 내국인은 여전히 관망하는 흐름은 분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정책은 움직이지만, 이제부터가 과제
제주도는 항공사 협업과 노선 확대, 국가별 마케팅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책 당국은 “외부 환경 변화로 유입된 수요를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경계가 앞섭니다.
중국 단체 수요에 다시 의존하는 흐름을 관리하지 못할 경우, 외교·정책 변수 하나만으로도 시장이 다시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 정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지금은 성과와 위험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간”이라며 “단순히 숫자를 늘리거나 규모를 키우는 접근에서 벗어나, 체류와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반등은 오래가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인은 일본을 택했고, 중국인은 일본을 피해 제주를 선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이동의 이유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지금의 회복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며 “이제 제주 관광 정책 앞에 놓인 질문은 분명해졌다. ‘얼마나 오느냐’가 아니라, ‘왜 다시 오느냐’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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