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규제 안 먹히는데…선거 앞두고 ‘구두 경고’로 집값 잡힐까

조유빈·오유진 기자 2026. 1. 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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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공급 확대 발표…9·7 대책 구체화했지만 실행력은 ‘물음표’
세제 카드, ‘시그널’에 그쳐… 본격 논의는 지방선거 이후로

(시사저널=조유빈·오유진 기자)

지난해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보이며 두 차례에 걸친 규제 정책과 한 차례의 공급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약발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거래는 막히고 매물은 줄어든 가운데,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 흐름이 이어지며 부동산 양극화까지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월29일 또다시 공급 대책이 발표됐다. 공공부지 및 노후청사 복합 개발을 통해 수도권 도심 입지에 주택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가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입지 좋은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앞선 공급 대책과 결이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 등이 빠진 대책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책은 시장이 체감할 만한 강도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대책들이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실질적 효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급과 거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거론된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시 "현장 여건 무시한 일방적 대책"

정부는 1월29일 서울 용산·과천·광명·하남 등 46개 지역에 6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 이상을 착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9·7 대책을 구체화한 것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은 역세권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청사 등을 활용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캠프킴 부지, 과천 경마장, 방첩사령부 부지 등 도심 내 공공부지를 통해서는 4만3500가구를 공급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공급 물량에 포함됐지만 주민 반대로 개발이 무산된 서울 노원구 태릉CC도 다시 사업지로 선정됐다. 노후 공공청사를 철거해 복합 개발하는 방식으로 34곳에서 9900가구를 공급하고, 신규 공공주택지구 지정으로 6300가구를 공급한다.

공공 공급에 방점이 찍혀 있는 이번 대책은 정부가 수도권 선호 입지에 주택 공급이 이어질 것이란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주민 반발 등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는 점에서 '실행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앞서 핵심지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량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는 입장 차를 보여왔다. 국토부는 1만 가구 수준의 공급안을 추진해 왔지만 서울시와 용산구는 8000가구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물량과 태릉CC 개발에 모두 이견을 드러냈으나 정부 발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장의 여건, 지역주민의 의사가 배제된 일방적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과천시도 "과천시 주택 규모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도로와 교통, 상·하수도, 교육시설 등 수용 여건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주택 공급 정책의 분명한 방향성은 긍정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해당 부지들은 대부분 토지 정비, 인허가, 이해관계 조정, 재원 마련 등의 절차를 넘어야 한다. 발표 시점 이후 착공에서 실제 입주 시점까지 통상 3~4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간차'에 대한 공급 실효성 우려 문제를 상쇄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고 진단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비(非)아파트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의 주택 공급 대부분이 정비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공급의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규제 완화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휴부지를 기반으로 하는 주택 공급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고 단발성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유휴부지를 활용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심정비사업 등과 연결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유휴부지나 공공부지는 개발 등 공공주도형 주택 공급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계속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단기적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부분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용적률 확대 등 획기적인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짚었다.

강력한 처방도 '패닉 바잉' 막을 수 없었다

앞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붙은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속도전'과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어지는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세금 규제나 공급 확대안을 빼고 '금융' 부문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놨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시 6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한 이후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 '반짝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8~9월이 되자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대책 발표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집값이 다시 오르고 상승세가 외곽 지역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6·27 대출 규제 효과가 과거 대책과 비교해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 내놓은 '공급' 위주 대책도 마찬가지다. 착공 기준 주택 공급 135만 가구를 5년 내 도심에 공급하겠다는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지 못했고, 수요자들의 '패닉 바잉'이 이어졌다. 정부는 불과 한 달 만에 강력한 규제책을 다시 내놨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 지역에 포함시키고 고가주택 대출을 추가로 죈 10·15 대책이다. 이후 10월말부터 11월 사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달 대비 80~90% 급감하는 '거래 절벽'이 현실화하면서 단기 상승세는 꺾였지만, 집값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8.71%로, 부동산원이 자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최고치였다. 1월 셋째 주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일주일 새 0.29% 오르면서 10·15 대책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집값 폭등이 서울과 인근 지역에 집중되는 등 지역별 양극화도 더 커졌다. 규제 강화는 전월세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중개 분석 업체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규제 대상에 편입된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불과 한 달 만에 2% 이상 급등했다. 갭투자 차단 조치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거 불안이 지속되자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계약을 연장했다.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1월 3주 차를 기준으로 서울(0.14%)을 비롯해 전국 전세 가격(0.08%)도 여전히 상승 폭을 유지하고 있다.

공급난과 매매 절벽 속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2026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에서 올해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4.2%,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3%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주 물량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산연은 "주택 정책은 기존 수요 억제 대책으로 나타난 매물 잠김 효과와 전월세 물량 감소 등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공급 확대의 양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 물량을 1만 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서울시 및 관계기관과의 합의가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고개 드는 세제 개편 논의…시기는?

시장은 부동산 세금과 관련한 논의에 주목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세제 카드를 모호하게 거론했고, 최근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메시지를 던진 데 이어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명제를 제시하고 세금 카드를 수면에 올려놓은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직접적 부담을 줄 수 있는 규제 조치를 현실화하기에 앞서 발언의 수위를 높인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다주택자 규제의 영향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핵심지의 매물 출회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중과 시행 이후 중장기적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현직 부동산 업소 소장은 "다주택자가 많이 사라진 데다 이미 학습효과가 생겨 팔기보다는 '버티기'나 증여에 나설 확률이 크다. 정부가 원하는 매물 던지기 효과는 없고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할 것이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일단 5월9일 전까지 매물은 나오겠지만 100일 안에 팔아야 하는데 대출 규제도 많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거래가 잘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그 후다. 중과세를 하고 매물이 잠기면 집값이 더 올라가는 것을 시장은 이전에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대책으로는 부족하니 세금을 거론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유세 등 나머지 세금과 관련된 논의는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0·15 대책 때 부동산 세제를 조세 형평성 등 여러 원칙을 두고 검토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며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주제"라고 밝혔다. 권대중 교수는 "세제와 관련된 논의는 6·3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유세 인상 등과 관련해서는 토론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어 빠르게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보유세 등은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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