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 돗자리라도 사용했는데..." 대학신문이 사라지고 있다

정철운 기자 2026. 1. 3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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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대학언론 현황과 발전 방안' 연구보고서
30년 사이 신문 운영하는 대학 비율 90.7%에서 71.4%로
대학 언론 내부 "읽는 사람 없는데 왜 발행하는가 생각까지"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고려대 정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고려대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대학언론 현황과 발전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30년 전에 비해 대학 언론 운영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4년제 대학교 192곳을 확인한 결과 152곳(79.2%)에 대학 언론(신문, 방송, 영어신문, 교지)이 있고, 40곳(20.8%)에는 없었다. 대학신문은 137곳(71.4%)에 있고 55곳(28.6%)에는 없었다. 대학 방송은 130곳(67.7%)에 있고, 62곳(32.3%)에는 없었다. 한국언론연구원의 1995년 조사와 비교하면, 30년 동안 신문을 운영하는 대학 비율은 90.7%에서 71.4%로 19.3%나 하락했다. 방송을 운영하는 대학 비율도 88.9%에서 67.7%로 21.2% 감소했다.

연구진은 “신문, 방송 등 대학 언론 기자 지원자가 감소하는 대학이 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원을 축소해서 운영하는 언론사가 늘고, 2~3명의 기자로 버티고 있는 대학신문도 있었다”고 전한 뒤 “기자가 없어서 대학신문 운영을 중단하거나 폐간하는 대학들도 증가했다. 기자 감소, 언론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신문, 방송, 영어신문 등을 통합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고도 전했다. 연구진은 “기자 모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1학년만을 대상으로 신입 기자를 선발했으나, 학년에 관계없이 기자를 선발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었다”며 “서울대, 이화여대의 경우 전체 기자의 절반 정도가 3~4학년 때 선발되어 활동하고 있다. 언론사 취업을 결정한 고학년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전했다.

연구진이 30개 대학의 2025년 기사 830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기사의 55.4%가 학내(캠퍼스) 이슈였고, 뒤를 이어 전국 단위 24.7%, 글로벌 10.6%, 지역사회 8.2% 순이었다. 연구진은 “지역사회 의제가 낮아서 대학과 지역 공동체와의 연계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번 연구에선 대학생들의 대학 언론 이용 실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2025년 6월1일부터 10일까지 대학생 400명에게 대학 입학 이후 대학신문을 읽어본 정도를 물어본 결과 '거의 읽지 않았다'(41%)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14%는 '읽은 적이 없다'고 밝혀 전체 학생의 55%가 대학신문을 읽지 않는 수준이었다. 38.3%는 '가끔 읽었다'에 속했다.

2025년 6월1일부터 30일까지 전국 4년제 대학 신문사 기자 106명에 대학신문의 위기 원인을 물은 결과에선 응답자의 80.2%에 해당하는 85명이 '소셜미디어 영향력 확대'를 꼽았다. 이어 66%에 해당하는 70명이 '대학에 대한 무관심'을 꼽았다. 이와 관련, 연구진 인터뷰에 응한 대학언론 편집국장들의 고민은 복잡했다. “예전에는 학보를 잔디밭 돗자리라도 사용했는데, 요즘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 학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학생들이 학내 사안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요즘은 학과에서 행사를 해도 오지 않는다”, “지금 학보는 대학의 어용지 혹은 관보, 사보 정도밖에 안 된다. '읽는 사람이 없는데 왜 발행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까지 든다”는 의견을 통해 대학 언론의 위기를 진단했다.

한 대학 언론 편집국장은 “과거에는 대학이 지식의 상아탑이자 학생 운동의 선두 주자였지만 지금은 스펙 쌓기, 취업의 역할로 변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 소식을 잘 몰라도 앞으로 먹고사는 데나 학교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무관심도 커졌다”고 전했다. 물론 희망적인 장면도 있다. 또 다른 대학 언론 편집국장은 “계엄 때 호외로 4면을 발행했다. 기성 언론이 하듯 소장 가치가 있도록 사진이랑 기사랑 싹 모아서 호외를 발행했다. 이후 월요일만 되면 학생들 손에 지면 기사가 엄청 많이 들려 있는 걸 보았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대학 언론의 회생을 위해 △심층형·참여형 저널리즘 강화 △종이신문 위주 대신 디지털 중심으로 유통 방식 전환 △한국언론진흥재단 또는 기자협회 등 언론계의 대학 언론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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