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에 빚 1억, 숨기지 않아요”…Z세대가 SNS에 ‘내 채무’ 생중계하는 이유

이실유 기자 2026. 1. 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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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확산하는 ‘빚 고백’ 콘텐츠…수백만 조회수 기록
비난보다 응원…’힘이 된다’는 말에 다시 일어설 용기
‘진정성’ 중시하는 세대 특성 반영…빚 가볍게 본다 우려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로 제작한 이미지. 경기일보 뉴스AI 이미지


최근 청년층의 부채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채무를 공개하는 청년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과 함께 부채를 가볍게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한다.

31일 인스타그램 등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개인의 부채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빚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빚을 지게 된 계기부터 상환 과정, 현재의 생활까지를 솔직하게 드러낸 이 콘텐츠들은 수십만에서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북부에 거주하는 최모씨(26)는 ‘26살에 1억원의 빚을 졌다’는 자신의 경험을 SNS에 공개한 청년 중 한 명이다.

할머니 손에 자란 그는 이른 나이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충분한 경험과 준비 없이 시작한 탓에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후 사업비와 생활비 부담이 겹치며 빚은 점점 불어났고, 그 금액은 결국 1억원에 이르렀다.

최씨는 “처음에는 빚이 있다는 사실을 가족과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알리지 못했다”며 “그러다 채무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글을 보게 됐고, 같은 처지에 놓인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마음과 빚을 열심히 갚아가는 저의 모습을 기록해보고자 채무를 SNS에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부채 부담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 이후 청년층의 부채 증가 속도는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팔랐다.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은 2012년 5.6배에서 2024년 1.1배까지 급락하며 재무 건전성 또한 크게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채무를 SNS에 공개한 최씨는 예상과 다른 반응을 경험했다. 그는 “저를 패배자로 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며 “비난이 아닌 응원을 받으며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에게 “빚을 갚아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인생을 배우는 과정과 같다”며 “빚을 졌을 때 간절함을 생각하면 상환을 못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계를 본인이 정하지 말고 꼭 힘내시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기 남부에 거주하는 이모씨(29) 역시 자신의 채무를 SNS에 공개했다. 이씨는 카드 리볼빙과 사기로 인해 약 5천만원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그는 “제 상황과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이를 SNS에 공개하게 됐다”며 “‘나도 이러한 상황에서 잘 살고 있다. 같이 힘내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무 공개가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공개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랑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분들에게 힘이 된다는 말을 들으니 이전보다 훨씬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빚 콘텐츠’의 확산을 두고 콘텐츠의 트렌드가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 결핍의 서사’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고통을 가감없이 드러냄으로써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라는 연대감을 형성하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최정욱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빚 콘텐츠’의 확산은 진정성을 소통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며 “자신의 치부인 부채 사실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함은 이들에게 강력한 ‘진정성’으로 다가오며 이것이 곧 신뢰를 형성하고 팬덤을 모으는 핵심 기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 자체가 다른 청년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칫 ‘부채의 가벼움’이나 ‘빈곤의 상품화’로 비칠 우려도 있다”면서도 “청년의 부채 문제를 개인의 무능력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실유 기자 lsy080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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