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서울시 고위직 공직자 왜 ‘인생 2막’에 강한가?

박종일 2026. 1. 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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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기 중랑구청장 부시장 출신 구청장 도전 3선 고지 눈앞...부시장, 실·국장 출신들 시립대 교수와 산하기관장 취임해 성공적으로 업무 수행 공직 경험의 제도화·전문화가 만든 성공 방정식 보여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사람이 살아가며 원하는 직장을 선택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공직은 대부분 선택이 아닌 ‘책임의 연속’이다. 특히 서울시처럼 업무 강도와 정책 난이도가 높은 조직에서 수십 년을 버틴 고위 공직자들에게 정년 이후의 삶은 또 하나의 시험대다.

100세 시대, 만 60세 전후 공직을 마친 뒤 인생 2막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조직 전체의 지속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 고위직 공직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제2의 길을 찾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불안’을 줄여주는 제도적 완충 장치

서울시 고위직 인사들의 인생 2막이 비교적 안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퇴직 이후를 대비한 제도적 통로가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급(관리관)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과정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예우성 자리’가 아니다. 시정 전반을 총괄했던 경험을 대학 강단에서 체계화해 전수하도록 설계된 일종의 전환 프로그램이다. 행정 경험을 학문과 교육으로 연결하면서, 고위 공직자 스스로도 퇴직 이후 진로를 차분히 모색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친 상당수 전직 간부들이 대학 강의, 연구, 정책 자문 등으로 자연스럽게 진로를 확장해 왔다. 행정 경험이 단절되지 않고 사회적 자산으로 재활용되는 구조다.

조인동 ·서정협 행정1부시장, 진희선· 류훈· 한제현 행정2부시장, 정수용 · 김용복 기조실장, 장경환 시의회 사무처장, 김선순 여성가족실장, 유연식 상수도본부장, 유재룡 기후환경본부장 등 많은 간부들이 이런 과정을 밟았다. 조인동 1부시장은 이 과정을 마치고 중앙대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성균관대 연구교수와 법무법인 지평 고문으로 있다. 진희선 행정2부시장은 모교인 연세대 교수를 거쳐 태평양법무법인 고문으로 재직중이다.

강태웅 행정1부시장은 퇴직 후 정치인으로 변신, 용산구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다.

행정1부시장 출신 구청장 성공한 류경기 중랑구청장 3선 고지...서강석 송파, 전성수 서초, 김경호 광진,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재선 눈앞

서울시 부시장 출신으로 구청장에 성공한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성공적인 재선 구청장으로 입지를 굳힌 가운데 3선을 위해 뛰고 있다.

또 서강석 송파구청장 , 전성수 서초구청장, 김경호 광진구청장, 최호권 영등포구청장도 재선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힘차게 도전하고 있다.

‘산하기관장 코스’, 경험의 연속성

또 하나의 대표적 경로는 서울시 산하기관장이다. 단순한 ‘퇴직 후 자리’가 아니라, 현직 시절 축적한 전문성과 리더십을 실제 경영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이 경로를 택한 인사들 상당수는 현직 시절 정책 설계와 집행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산하기관에서도 성과 중심의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조직 이해도가 높고 공공성에 대한 감각이 몸에 밴 만큼, 임기 중 실적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최항도 서울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조성일 · 한국영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이다. 이들은 서울시 근무시절 뛰어난 전문성을 바탕으로 산하기관장으로서도 훌륭한 실적을 보인 경영자로서도 인정받았다.

특히 황보연 사장은 공사 최초로 흑자 전환을 이뤄낸 저력을 보여 박수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공모 절차를 거쳐 외부 기관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서울시 출신’이라는 간판보다 개인의 행정 전문성과 관리 역량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백일헌 서울시 인재개발원장이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관리이사로 공모를 거쳐 안착했다. 또 서초구 부구청장과 두차례 교통기획관을 역임한 김태명 국장은 조만간 원하는 곳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태명 국장은 전성수 서초구청장을 모실 때 큰 신임을 받는 것은 물론 서초구청 직원들이 아직도 찾는 최고 인기 부구청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서울대공원장과 은평구 부구청장을 마친 김재용 국장도 조만간 원하는 자리로 옮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국장은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호흡을 맞춰 직원들과 소통을 잘 하는 부구청장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1967년생으로 공직을 남기고 퇴직해 제2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1967년생 세대, 또 하나의 시험대

이제 서울시 고위직 인사들 가운데 1967년생을 중심으로 한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들은 교통, 도시계획, 환경, 인사·교육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인물들로, 행정 경험의 밀도가 매우 높다.

다만 이 세대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시 출신으로 평생을 공직에 올인해 온 만큼, 공직 밖 세계에 적응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 세대가 만들어 놓은 다양한 진로 사례는 후배들에게 분명한 참고서가 되고 있다.

개인의 성공을 넘어 조직의 자산으로

서울시 고위직 공직자들의 인생 2막 성공 사례는 개인 차원의 ‘잘 풀린 퇴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이는 공직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연결하는 하나의 모델이다.

빡센 서울시 행정을 버텨낸 경험은 결코 개인의 이력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행정, 교육, 공공기관 경영, 정책 자문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시 쓰일 수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유지될수록 후배 공무원들의 미래 불안도 줄어들고, 조직에 대한 신뢰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직의 끝이 곧 사회적 역할의 끝이 아닌 이유다. 서울시 고위직 공직자들이 보여주는 인생 2막은, 개인에게는 새로운 출발선이자 조직에는 가장 설득력 있는 ‘미래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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