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시로 ‘이것’ 쓰는데… 우울·불안 위험 30% 커진다고?

잦은 인공지능(AI) 사용이 우울증과 불안, 과민 증상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전역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 분석에서 AI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AI 이용과 정신 건강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초기 연구 가운데 하나로, 기술 사용이 일상에 깊이 스며든 현재 시점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2025년 4~5월 미국 50개 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2만 847명의 설문 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AI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와 함께, 개인용·업무용·학업용 가운데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를 답했다.
정신건강 상태는 우울 증상을 평가하는 PHQ-9, 범불안장애를 선별하는 GAD-2, 과민성을 측정하는 BITe 도구를 활용해 파악했다. 여기에 소득 수준과 학력 등 사회경제적 정보도 함께 고려했다.
분석 결과, 전체 응답자의 10%가 AI를 매일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5%는 하루에도 여러 번 이용하고 있었다. 매일 사용하는 그룹에서는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웠고, 학업용으로는 11%, 개인적 용도로는 87%가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AI 이용자는 대체로 젊고, 남성이며, 학력과 소득이 높고, 도시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을 살펴본 결과, 하루에 한 번 이상 AI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약 30% 높았다. 불안과 과민성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됐다.
이러한 연관성은 특히 업무나 학업 목적이 아닌, 개인적 용도의 사용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5~44세와 45~64세 그룹에서 AI 사용과 우울 증상 사이의 연관성이 두드러졌고, 25세 미만이나 65세 이상에서는 유사한 패턴이 확인되지 않았다.
교신저자인 미국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로이 H. 퍼릴스 교수는 "이번 연구로 AI 사용이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인과관계인지, 이미 우울한 사람이 AI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인지, 혹은 둘 다 아닌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무작위 대조시험이나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특정한 AI 사용 행태가 문제일 가능성을 제시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의 대안으로 AI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면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치료사이자 중독치료 전문가인 존 펄스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대화와 정서적 지지를 받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고립감과 외로움을 키워, 우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문제 해결과 사고까지 AI에 맡기게 되면 삶의 목적 의식을 잃은 느낌이 들 수 있고, 이것이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AI의 잠재적 이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퍼릴스 교수는 "챗봇이 적절히 설계하고 관리된다면, 상담 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치료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가 업무 부담을 줄이고 정신건강을 돕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 관계가 희생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표본 규모가 크고 전국 단위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인터넷 기반 설문조사라는 특성상 표본이 전체 인구를 대표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연구진은 향후 다른 집단에서도 같은 결과가 재현되는지 확인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AI 사용과 기분 변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Generative AI Use and Depressive Symptoms Among US Adult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AI를 많이 쓰면 우울증이 생긴다는 뜻인가요?
A.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연구는 AI 사용 빈도와 우울·불안 증상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것이지, AI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울한 사람이 AI를 더 자주 사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Q2. 어떤 종류의 AI 사용이 더 문제가 되나요?
A. 업무나 학업 목적의 사용보다, 개인적 용도로 AI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에서만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사회적 관계를 대신해 AI를 사용하는 형태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Q3. AI는 정신건강에 전혀 도움이 안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AI 챗봇이 상담 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보조적 도구로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인간 관계를 대체하는 방식이 되면 부정적 효과가 커질 수 있습니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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