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교향악단의 레퍼토리를 일본 지역 오케스트라와 비교한다면? [인천문화산책]
한·일 4개 교향악단 레퍼토리 첫 비교연구
인천시향, 전통 장르 편중·반복 연주 지적
나고야·삿포로, 명곡 분리·정기연주회 호평
오라토리오·창작곡 등 확대 필요성 제언
인천시향, 최근 레퍼토리 다양화 긍정 신호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 교향악단인 인천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교향악단, 나고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삿포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레퍼토리를 분석해 국내 교향악단에 시사점을 던지는 연구 논문이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 대상인 인천시향과 인천시가 참고할 만한 연구입니다.
해당 논문은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에서 최근 발행한 ‘동아연구’ 제45권 1호(통권 90집, 2026)에 이장직 음악학 박사(전남대 음악학과 강사)가 게재한 ‘동아시아 오케스트라 레퍼토리의 전통과 혁신’입니다. 논문 부제인 ‘2005~2024년 인천시향, 대구시향, 나고야 필하모닉, 삿포로 심포니의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비교 분석’으로 연구 대상과 범위가 설명됩니다.
이 논문은 한국과 외국 교향악단의 레퍼토리에 대한 첫 비교 연구라고 합니다. 연구자는 인천과 대구, 나고야와 삿포로가 도시 규모와 교향악단의 역사가 비슷하기 때문에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교향악단과 달리 4개 도시 교향악단이 역대 프로그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연구자는 각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에서 장르(서곡·협주곡·교향곡·모음곡·교향시·행진곡·춤곡·예술가곡·오라토리오 등), 작곡가, 작곡 연도, 주제, 반복 주기 등을 분석해 비교했습니다. 산업 분야에서 특정 기업의 시장 집중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허쉬만-허핀달 지수(HHI)’를 활용해 레퍼토리를 분석했는데요. 독자 여러분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연구자가 쉽게 풀어 정리한 분석 결과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연구자가 4개 교향악단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의 수준을 비교한 기준입니다. 연구자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구성하는 곡목 수가 적을수록 ▲개별 작품의 연주 시간이 길수록 ▲생존 작곡가의 작품을 자주 연주할수록 ▲같은 작품 사이의 (정기연주회) 시간 간격이 클수록 ▲유명 작곡가에 대한 의존도가 낮을수록 ▲협주곡보다 교향곡 비중이 높을수록 ▲발췌곡보다 전곡을 연주할수록 ▲오라토리오를 자주 연주할수록 상대적으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종합 순위는 나고야 필하모닉, 삿포로 심포니, 인천시향, 대구시향 순입니다. 연구자의 분석 결과 인천은 나고야와 삿포로보다는 점수가 낮지만, 대구보다는 높았습니다.
연구자는 인천시향의 2005~2024년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레퍼토리가 서곡, 협주곡, 교향곡 등 전통적인 장르에 치우쳐 있고, 1900년대 이전(고전주의, 낭만주의 시대)에 작곡된 곡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연주한 곡이 10개로, 이 부분에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연구자는 최근 20년 동안 유명 작곡가 1~5위 비중이 2005~2009년 48.2%에서 2020~2024년 28.5%로 대폭 줄어든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천시향의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자의 분석에 따르면, 인천시향은 2005~2024년 개최한 총 151회의 정기연주회에서 협주곡 161곡(31.1%), 교향곡 127곡(24.6%), 관현악곡 108곡(20.9%), 서곡 85곡(16.5%), 아리아·가곡 32곡(6.2%), 오라토리오 4곡(0.8%)을 연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천시향은 해당 기간 베토벤을 가장 많이 연주했고, 차이콥스키, 모차르트, 브람스, 드보르자크 순으로 연주를 많이 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위촉 작품은 초연한 적이 없습니다.
연구자가 각 분야에서 ‘허쉬만-허핀달 지수’를 활용해 분석한 점수는 나고야 필하모닉과 삿포로 심포니가 인천시향과 대구시향에 비해 대체로 높았습니다.
나고야 필하모닉의 경우, 유명 작곡가의 ‘명곡 시리즈’ 프로그램을 별도로 두고, 정기연주회에서는 유명 작곡가의 곡에서 탈피해 다양한 시도를 한 점이 연구자의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장직 박사는 오라토리오 연주가 많을수록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향악단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일본 교향악단이 인천시향, 대구시향에 비해 오라토리오 연주가 활발한 것은 아마추어 합창 운동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장직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교향악단이 오라토리오의 비중을 높이고, 주제가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상주작곡가 제도를 도입해 창작곡 연주를 늘리고, 유명 작곡가의 유명 작품은 정기연주회와는 별도의 시리즈로 만들어 레퍼토리의 폭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국내 교향악단의 레퍼토리를 포함한 역사의 디지털베이스화가 시급하다”고도 지적했는데요. 인천시향은 정기연주회 레퍼토리가 잘 정리돼 있는데, 서울시향,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 등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조차 창단 이후 레퍼토리 데이터베이스화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이장직 박사는 최근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나고야와 삿포르는 정기연주회에서 5년 안에 다시 연주한 곡이 없는데, 인천시향과 대구시향은 많다는 것이 가장 문제점이었다”며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명곡 연주는 별도의 연주회로 빼고, 정기연주회에선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침 지난해 9월 인천시향의 지휘봉을 잡은 최수열 예술감독이 ‘말러 전곡 프로젝트’ ‘Adventurous IPO’ 등 새로운 시리즈로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연구자 또한 최수열 예술감독의 인천시향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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