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의 전쟁 나선 정부에 시장 혼란…훼손되는 세금 정책 신뢰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않기로
1가구 1주택 겨냥한 세금도 언급
청와대 정책실장 “고가주택 타겟”
세금 통한 갈라치기 좋은해법 아냐
바꿀거면 재산세 전부 높여야 옳아
지속가능한 세금 만드는 작업 필요

집권 이후 서울 핵심지 아파트 가격이 다시 치솟으면서 민심 이탈 가능성이 커지자, 이재명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집값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정부가 왜 갑자기 부동산 세금 전선을 확대했는지, 그리고 이 전략이 실제로 작동할지를 살펴봤습니다.

숫자로 보면, 다주택자는 소수입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1597만6000명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37만7000명이 다주택자입니다. 유주택자의 약 85%는 1주택자, 나머지 15%가 2주택 이상 다주택자입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1대 대통령선거 유권자는 4439만1871명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다주택자는 전체 유권자의 5% 안팎에 불과합니다. 가구당 인원을 고려하더라도 정치적 파급력은 제한적입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모두가 예상한 지점입니다. 다주택자를 정책의 전면에 세우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그동안 늘 해왔던 정치이기도 하고요.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 혜택 축소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자기가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용으로 또는 투자용으로 가지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을 깎아줍니까? 여러분 동의되세요?”라고 물었죠.
이틀 뒤인 23일에는 SNS를 통해 “1주택도 1주택 나름”이라며 “부득이 세제를 손본다면 비거주용과 거주용은 달리 취급해야 공정하다”고 밝혔습니다.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동일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판단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고가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부세 강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이 앞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1가구 1주택’은 얼마나 될까요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가구 중 유주택 가구 비율은 56.9%, 무주택 가구 비율은 43.1%입니다. 유주택자 중 1가구 1주택자는 전국적으로 약 1359만 명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이 겨냥한 ‘고가 1주택’와 ‘비거주 1주택’은 어느 정도일까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서울 핵심 지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윤곽은 나옵니다.
강남 3구 아파트를 합치면 약 38만 호, 여기에 마포·용산·성동을 더해도 56만 호 수준입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강동·동작까지 포함해도 73만 호 안팎입니다. 이 수치엔 다주택자가 보유한 아파트도 포함이 되죠.
가구당 성인 2명이 거주한다고 가정해도, 새로 타깃이 된 고가 1주택·비거주 1주택에 해당하는 인원은 100만 명이 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주택자(237만 명)보다도 숫자가 적습니다. 전체 유권자로 환산하면 3% 남짓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들까지 정책 전선에 포함한 것은, 집값 상승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년 말 대비 8.98% 상승했습니다. 송파구(22.52%), 성동구(18.75%), 서초구(15.26%), 강남구(14.67%), 마포구(14.22%) 등 핵심 지역의 상승폭이 두드러졌습니다. 반면 비수도권은 울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1.08% 하락했습니다.
30대 고소득자 무주택 부부가 갭투자로 마용성 집을 사둔다거나 혹은 갈아타기를 하는 1가구 1주택 부부들이 마포 집을 팔고 강남 집을 사는 경우가 지난해 많았습니다. 이들이 수요층이 되면서 서울 핵심지 집값을 밀어 올렸죠.
![4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2025.12.4 [이승환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31/mk/20260131080312230ydlu.jpg)
문제는 이 전략이 실제로 먹히느냐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다주택자는 매도 대신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전·월세 매물은 줄고, 임차인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가장 현실적인 부작용입니다.
고가 1가구 1주택자나 혹은 비거주 1주택자도 일정 부분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했지만, 정권은 이제 4년 좀 넘게 남았을 뿐입니다.
![25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외벽에 부동산관련 세금 상담 안내문구가 적혀있다. 2025.1.25 [김호영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31/mk/20260131080313524fhxq.jpg)
우리는 이미 한 차례 이를 경험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문재인 정부 시절 강화됐던 종합부동산세와 거래세 정책이 빠르게 폐지되거나 유예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한 정권에서 강화한 세금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정반대 방향으로 되돌려졌습니다. 원칙이어야할 세금이 정권 교체에 따라 흔들리는 정책 수단으로 취급된 것입니다.
선진국은 이렇게 세금을 운용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한 중과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주택을 몇 채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주택의 가액을 기준으로 일관되게 과세합니다. 자산 규모에 따라 세 부담이 결정되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과세 원칙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세제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종합부동산세를 없애고, 재산세율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방식이 오히려 예측 가능하고 정직한 해법이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안 용역을 진행 중인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지금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귀결되느냐입니다.
이번 세금 대책으로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는 데 성공한다면, 다음 정권에서는 “부작용이 컸다”는 이유로 다시 완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집값을 잡지 못한다면, 정책 실패라는 비판과 함께 세금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만 깎이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정책의 지속성은 훼손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집값을 당장 몇 퍼센트 낮출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정권과 무관하게 유지될 수 있는 세금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언제까지 국민은 정권 입맛에 따라 부동산 세금이 강화됐다가 풀렸다가 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지켜봐야 할까요.
무엇보다 문제는 특정 계층만을 겨냥한 부동산 세금이 사회를 분절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런 방식의 세금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좋은 세금도 아닙니다. 조세는 누군가를 벌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합의한 기준에 따라 예측할 수 있게 부담을 나누는 제도여야 합니다.
세금이 ‘갈라치기’의 도구가 되는 순간, 정책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세금은 정권의 전략이 아니라, 사회의 대원칙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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