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재판 통일교 ‘정교유착’ 인정한 법원…“특검 수사확대 신중해야” 지적[판결돋보기]

법원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윤석열 정권과 가까워지려고 김건희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접근해 금품을 건넸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통일교가 교세와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벌인 ‘정교유착’ 성격의 범죄라는 특별검사팀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 배경엔 한학자 총재의 지시가 있었다고도 판단했다.
다만 김 여사 관련 사안을 수사하는 특검팀이 통일교 내부비리까지 수사한 점에 대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도 함부로 수사대상 범위를 확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1억 줬다’는 윤영호 vs ‘안 받았다’는 권성동…재판부 “금원 전달 넉넉히 인정돼”
3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윤 전 본부장의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 등 사건의 1심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와 관련해 “공소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이 2022월 1월5일 다이어리에 적은 메모(‘권성동 의원 점심(63빌딩) → 큰 거 한 장 Support’)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이 대목을 제시받자 고개를 떨구고 망설이다가 “현금 1억원을 권성동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최초 금원 지급 사실을 부인하다가 진술을 바꾼 건 다이어리 기재 내용이 달리 해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윤영호를 만난 적은 있지만, 1억원은 받지 않았다’는 권 의원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윤 전 본부장이 특검에서 현금을 전달한 경위를 설명할 때 “조회 때 총재님께 권 의원과 만나는 일을 보고했더니 저에게 현금 1억원을 주면서 권 의원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배달 사고가 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 1억원이 확실히 전달됐는지 (권 의원 측에) 확인 문자도 했다”는 등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목걸이 전달했다’는 건진법사 vs ‘안 받았다’는 김건희…재판부 “김건희 믿기 어렵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목걸이를 건넨 점도 인정했다. 김 여사 측은 법정에서 금품 수수와 관련한 불리한 증언이 계속 나오자 가방과 구두 등을 받았다고 뒤늦게 인정했지만, 목걸이는 끝까지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윤영호가 ‘지난 번과 다른 아주 고가의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와 김건희에게 미리 수령 의사를 확인했다”거나 “처남을 통해 김건희를 수행하는 행정관에게 (선물을) 전달했기 때문에 직접 김건희와 통화하거나 텔레그램으로 물건을 받았는지 확인했다”는 등 진술을 한 점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는 본인이 청탁금지법 위반 내지 알선수재 등으로 처벌될 수 있음을 감수하고 한 진술인 데다 목걸이 전달 전후 사정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김 여사 측 주장에 대해서는 “김건희는 샤넬 가방 수수에 관해서도 부인하다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드러나자 인정했고, (수행비서인) 유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는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며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학자 지시로 범행’ 판단…“윤영호 개인 일탈” 한 총재 측 논리 깨지나
윤 전 본부장의 범행에 한 총재가 적극 관여했다고 판단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 목걸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나오던 2022년 6월 말쯤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에게 ‘국모의 위상’ ‘국모의 품격’을 언급하며 “김 여사에게 목걸이를 선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직접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권 의원에게 현금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 “한 총재의 지시에 따라 내실(한 총재의 사적 공간)에서 현금 1억원이 전달됐고, 이를 포장해 윤영호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한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모씨 진술도 인정했다.

이런 판단은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한 총재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 측은 ‘윤영호의 개인 일탈이었을 뿐, 한 총재는 금품 전달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재판부는 “특별한 일이 있어 자금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에는 매일 아침 조회 때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고 자금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또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3월 22일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만나고 이를 한 총재에게 보고하자 “한 총재가 매우 좋아하며 눈물이 고여 옆으로 흘렀다”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도 인정했다.
통일교 내부비리 관련 혐의는 “함부로 수사 확대 말아야” 공소기각
법원은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의 해외 원정 도박 관련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수사범위를 무분별하게 넓힌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김 여사 관련을 수사하던 중 통일교 내부 비리로 수사망을 넓힌 점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다 해서 (특검의) 직무범위를 느슨하게 해석해 수사대상을 함부로 확대하는 것은 헌법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며 “특검법상 수사대상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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