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이 청록색으로 변한 이유 

박수진 기자 2026. 1.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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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뉴욕의 리버티 섬엔 ‘자유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1886년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해 미국에 선물한 동상입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철로 안쪽 뼈대를 세우고 구리로 바깥을 감싸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우리나라의 10원 동전처럼 구리 특유의 붉은빛이 도는 밝은 갈색을 띠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자유의 여신상은 청록색입니다. 

미국 화학회에 따르면 이 동상은 뉴욕에 세워진 뒤 수십 년간 구리 본래의 색에서 더 진한 붉은색, 탁한 갈색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색이 됐습니다. 이 변화는 자유의 여신상에 쓰인 구리의 산화 때문입니다. 산화는 물질이 전자를 잃는 반응입니다. 반대로 물질이 전자를 얻는 반응은 환원이라고 합니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는 안정적인 상태가 되기 위해 전자를 다른 원자에게서 받아오거나 내어줍니다. 구리는 전자를 내놓기 쉬운 원자이고 산소는 전자를 받으려는 성질이 강합니다. 두 원자가 만나면 전자가 구리에서 산소로 옮겨가면서 구리는 산화되고 산소는 환원이 일어납니다.

산화 과정에서 전자를 잃은 구리는 구리 이온이 되고 전자를 얻은 산소는 산화 이온이 됩니다. 구리가 처음 산화되면 구리 이온 2개와 산화 이온 1개로 이뤄진 산화구리(I)가 만들어집니다. 산화구리(I)는 본래 구리보다 더 진한 붉은색을 띱니다.

산화구리(I)가 계속 산화하면 구리 이온 1개와 산소 이온 1개로 이뤄진 산화구리(II)가 만들어집니다. 산화구리(II)의 색은 검은색에 가깝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겉면의 구리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산화구리(I), 산화구리(II)로 계속 산화하면서 색이 변해온 것입니다.

산화구리(II)는 공기 중의 물, 이산화탄소 등과도 화학 반응을 일으킵니다. 화학 반응을 통해 탄산구리(II) 성분이 포함된 녹청이 만들어졌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녹청으로 뒤덮이면서 지금처럼 청록색을 띠게 됐습니다.

1900년대 초반 자유의 여신상의 본래 색을 되돌리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산화된 구리를 환원시켜 본래 구리 색을 되돌리거나 페인트를 칠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제 청록색이 자유의 여신상을 상징한다며 반대했습니다. 

결국 자유의 여신상이 든 등불만 산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금 재질로 바뀌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청록색 몸에 금빛 등불을 든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창어 6호가 찍은 달 뒷면의 남극-에이트컨 분지 사진. CNSA/CLEP 제공

● 공기 없는 달에서 철이 산화됐다!  

철문이나 철봉이 녹슬면 표면에 붉은 가루가 생깁니다. 철이 산소와 만나 산화돼 생긴 산화철입니다. 지구에서는 철이 대기 속 산소 때문에 쉽게 산화되지만 대기가 거의 없는 달에서는 철이 산화되기 어렵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16일 중국과학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달에서 산화된 철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2024년 달 뒷면의 ‘남극-에이트컨 분지’에서 가져온 토양을 현미경으로 분석했습니다. 남극-에이트컨 분지는 약 40억 년 전 거대한 운석이 달에 충돌해 만들어진 지형입니다. 

연구팀은 남극-에이트컨 분지의 토양 속 암석 조각에서 적철석 등 산화철 성분으로 이뤄진 알갱이 9개를 발견했습니다. 가장 큰 알갱이는 가로 3마이크로미터, 세로 1.7마이크로미터에 불과했지만 달의 토양에서 처음으로 나온 산화철이었습니다.

산화가 일어나려면 산소가 철과 만나 반응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달에서 산소의 대부분은 규산염 형태로 암석 속에 갇혀 있습니다. 철은 달 토양 속 황화철 등 광물에 들어 있어 산화가 일어나기 힘듭니다.

달의 뒷면에서 창어 6호가 착륙한 위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구팀은 달에 운석이 충돌하면서 순간적으로 산화가 가능한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추정했습니다. 운석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지표면에 부딪히면 그 힘이 열로 바뀌며 암석의 성분 일부가 녹거나 기체가 되어 퍼질 수 있습니다. 이때 암석에 묶여 있던 산소와 황화철 속에 있던 철이 빠져나와 산화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산화철이 발견된 암석 속의 다른 광물들이 견딜 수 있는 온도를 살펴보고 산화철이 약 700~1000°C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달의 토양을 지구로 가져오는 과정이나 지구에서 보관하는 과정에서는 도달하기 힘든 온도입니다. 

게다가 연구팀이 발견한 산화철은 운석 충돌로 만들어진 암석 조각에서만 나왔습니다. 달에서 화산 활동으로 생긴 화산암 조각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달 표면의 토양에서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산화 과정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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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soo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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