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생치안 공백에 피해자 울분 5년 새 장기 미제 피의자 4배↑ 수사권조정 후 보완수사 핑퐁 절차 복잡해지고 업무 과부하 사기·폭력·성범죄 사건은 소외 수사 늦어지며 골든타임 놓쳐
사기 사건 미제 현황
사기와 폭력·성폭력 등 민생 범죄 미제(未濟) 사건 피의자가 최근 5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연이은 형사·사법 체제 변화와 정권 교체때마다 반복되는 ‘정치 수사’가 맞물리면서 수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3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미제 사건 피의자는 15만 7558명으로 2024년(11만 3385명)보다 38% 증가했다. 2021년(6만 1119명)과 비교해서는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6개월 이상 장기 미제 피의자는 이 기간 8935명에서 3만 6633명으로 단 5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장기 미제 사건 피의자가 늘면서 사기·폭력·성폭력 등 민생 사건의 수사 공백도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소 등 수사 결론이 나지 않은 사기 사건 피의자는 3만 4586명으로 2021년(1만 2601명)보다 3배가량 늘었다. 이들 가운데 6개월 넘게 수사를 받고 있는 장기 미제 사건 피의자는 9799명에 달해 같은 기간 5배 가까이 급증했다. 폭력·성폭력 미제 사범도 2021년 각각 5460명, 2745명에서 지난해 1만 3035명, 4292명으로 늘었다. 폭행 사건의 경우 6개월 초과 미제 사범 수는 2156명으로 7명 가운데 한 명꼴이며 성폭력 사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피의자도 451명에 달한다. 사기·폭력·성폭력 등 지난해 6개월 미제 사건 피의자가 1만 2406명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 6개월 초과 장기 미제 피의자 3명 중 1명이 이들 민생 사범으로, 수사 공백의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극심한 수사 지연으로 피의자를 제때 처벌하기 쉽지 않은 데다 사기 사건 등에 대한 피해자 구제마저도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폭력·성폭력 사건의 경우 혹시 모를 2차 가해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 등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정치 수사와 특별검사 출범 등으로 수사 인력이 쏠리다 보니 민생·치안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후 이의신청, 재수사, 보완수사 요구 등 절차만 늘어 자연히 수사가 지연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로는 수사가 종결되고 다른 사람(검사)이 맡게 되는 구조라 과거 (검사들이 지녔던) 수사 책임감도 많이 무뎌진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른바 윗선의 경우 정치 수사와 같은 중대 사안으로 여겨지는 사건에 대해서는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한다”며 “이 때문에 사기나 폭력·성폭력 등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은 소외되면서 수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마약 범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마약 사건 미제 피의자는 3127명으로 2024년(2412명)보다 1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마약 사건 미제 사건은 2021년만 해도 1397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더니 지난해 3000명 선을 넘어섰다. 최근 3년 동안 적발된 마약 사범이 2만 명대라는 점에서 검경이 수사한 마약 사건 피의자 10명 가운데 1명은 미제 꼬리표를 달고 있는 셈이다. 대검찰청의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 사범은 2만 3403명으로 2024년(2만 3022명)보다 1.7% 늘었다. 마약 사범은 2023년 2만 761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해마다 2만 명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제 사건이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면서 검경 등 사정 기관에서도 다소 허탈한 표정이다. 수사 인력은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보완수사 요구, 이의신청 등 절차만 복잡해지면서 늘 업무 과다라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연이은 특검 출범이나 정치 수사 등으로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 부분도 검경 등 사정 기관의 업무를 과중하게 해 일각에서는 ‘수사 부서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만 해도 사건을 송치하면 검사가 보완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했지만 현재는 다르다”며 “잦은 보완수사 요구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이버 성범죄 등 민감한 사건의 경우 신속한 수사가 필수인데 검경(수사)이 분리되면 결국 ‘사건 떠넘기기’만 많아지고 이는 피해자만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직접 수사가 제한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정권 교체 시마다 계속되는 정치 수사를 비롯해 특검까지 연이어 수사 인력이 차출되다 보니 현장에서는 실제 수사 여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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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정유나 기자 m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