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살해범에 '선행 베풀던 사람' 보도…"불필요한 서사 부여"

정민경 기자 2026. 1. 3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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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살인사건 보도에서 가해자의 '선행' 이력을 강조하며 사건을 '치정 문제'로 표현한 것이 젠더폭력의 구조적 본질을 흐리고 가해자에게 불필요한 서사를 부여했다는 시청자위원 지적이 나왔다.

최희연 위원은 해당 보도가 △가해자에 불필요한 서사를 부여한 것(감형의 이유가 될 수 있음) △잔혹성, 충격적, 두 얼굴 등 가해자를 묘사함에 있어 개인만을 드러내 교제폭력의 구조는 드러내지 못한 점 △폭력 살해 사건을 두고 '치정 문제'라는 단어를 쓴 것 등이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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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청자위원 "동정 여론 유도할 수 있고 감형 사유되기도…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따라야"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지난 12월4일 SBS

SBS가 살인사건 보도에서 가해자의 '선행' 이력을 강조하며 사건을 '치정 문제'로 표현한 것이 젠더폭력의 구조적 본질을 흐리고 가해자에게 불필요한 서사를 부여했다는 시청자위원 지적이 나왔다.

지난 28일 공개된 SBS 12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12월24일 개최)에 따르면 최희연 SBS 시청자위원(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은 지난 12월4일 SBS <“선행 베풀던 사람” 이면엔 잔혹성… 충격적인 '두 얼굴'> 기사에서 '선행을 베풀던 사람'이라는 선행 강조가 가해자에게 불필요한 서사를 부여한 보도라 지적했다.

해당 보도는 충북 청주에서 장기 실종된 여성을 살해한, 54세 김영우의 신상이 공개됐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김영우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기부와 봉사활동을 해왔다며 충격적인 '두 얼굴'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SBS는 “이면에는 치정 문제 끝에 전 연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잔인성이 숨어 있었던 것”이라 보도했다.

최희연 위원은 해당 보도가 △가해자에 불필요한 서사를 부여한 것(감형의 이유가 될 수 있음) △잔혹성, 충격적, 두 얼굴 등 가해자를 묘사함에 있어 개인만을 드러내 교제폭력의 구조는 드러내지 못한 점 △폭력 살해 사건을 두고 '치정 문제'라는 단어를 쓴 것 등이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선행을 베풀던 사람'이라는 평판을 강조하는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과 본질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예전 젠더폭력 사건에서도 '수능 만점', '평범하고 조용한 모범생' 등의 주변 평판을 강조한 보도가 있었는데, 이렇게 가해자에게 불필요한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동정 여론을 유도할 수 있고 감형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가해자다운 가해자가 따로 있는 것 아냐”

최 위원은 “또한 '충격적인 두 얼굴' 등의 표현은 가해자를 보통사람이 아닌 예외적인 사람, 이상한 사람, 사이코패스 등으로 간주해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성별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은폐시키고 개인에 대한 비난과 악마화로 끝나버리게 됨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며 “가해자다운 가해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일상의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이 상당함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도는 폭력 문제를 '치정문제'라 표현했는데, '치정'은 흔히 개인 간의 복잡한 감정이나 애정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여겨져, 피해자에게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이는 피해자가 신고하거나 도움을 청하기 어렵게 만드는 통념으로 작동하게 한다”며 “'치정문제'라는 광범위하고 모호한 표현 대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이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양윤석 SBS 보도본부장은 “지적에 공감한다”며 “이번 폭력이 성별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임에도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버리게 될 경우 가해자의 행위가 마치 예외적인 사건이거나 특별한 이유로 발생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의견도 바른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성평등에 입각한 책임 있는 보도가 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2023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간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젠더 기반 폭력 범죄 보도에는 다른 어떤 보도보다 어휘와 표현에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가해자를 비정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가해자만 사회에서 제거하면 되는 문제로 여기게 한다. 성폭력 범죄는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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