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혐오했던 김은유 변호사, 53세에 미국 주식에서 2100% 수익률 달성한 사연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2026. 1. 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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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전문 변호사로 일해온 김 변호사, 엔비디아·팔란티어 투자로 대박
주식투자를 기피했던 법무법인 강산 대표 김은유 변호사는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에 투자해 2100% 수익률을 냈다. 김은유 제공
주식을 투기나 도박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타, 물타기, 신용거래, 과도한 대출…. "오늘 샀는데 내일 오를까, 떨어지면 어떡하지"라고 전전긍긍하며 주식 창만 응시하는 투자자를 보면 아주 틀린 얘기라고 하기도 어렵다. 30년 동안 재개발·재건축 변호사로 일해온 김은유 변호사 역시 주식이 인생을 망친다고 믿으며 주식을 '혐오'했다. 20년 지기 친구가 여의도 주식 모임에 나간다고 하자 "한 번만 더 그 모임에 나가면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런 김 변호사가 53세에 주식에 입문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투자로 5년 만에 2100% 수익률을 거뒀다. 투자자로 성공한 김 변호사를 1월 28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의 삶 바꾸는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하라"

김 변호사는 지금 같은 수익률을 거두기 전, 한 차례 뼈아픈 투자 실패를 겪었다. 1990년대 후반 비상장회사에 투자했다가 당시 30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날린 것이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라는 자부심도 컸다. 30년 넘게 부동산 현장을 지켜왔고, 관련 전문 서적만 15권을 집필했다. 실물자산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는 믿음이 확고했다. 그러나 수백억 원대 건물주 고객들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낮은 투자 수익률, 떨어지는 환금성…. 돈은 많았지만 자유롭지 않았다. 부동산의 한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가 투자를 시작한 시기는 2019년 무렵이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수출을 규제했다. 김 변호사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원화가치 하락에 대비하고자 가진 돈을 모두 달러 1년 정기예금으로 옮겼다. 6개월 뒤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달러 예금 만기를 앞두고 그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김 변호사의 선택은 미국 주식이었다.

이후 3개월 동안 워런 버핏, 존 보글 등 '주식 거인'들의 책을 탐독하며 투자 원칙을 세웠다. 여유자금으로 인간의 삶을 바꾸는 세계 1등 기업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서 10년 이상 보유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독점적 기술이라는 '해자'가 있으면 더 좋았다. 그는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을 매수해 5년간 2100%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재 보유 중인 종목 20개도 수익률이 모두 100%가 넘는다.

김 변호사는 투자 실력 대부분이 인내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투자 기법만 놓고 보면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지만, 심(心)법으로는 90점이라는 것이다. 요즘 팔란티어 주가가 주춤해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종목 공부가 완벽하게 되면 무엇이 두렵겠냐"고 답했다. 그는 종목을 고를 때 반드시 사야 할 이유와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모두 적는다. 스스로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종목을 정하면, 그다음부터는 주가를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 김 변호사가 1년에 주식 창을 여는 횟수는 10번 남짓이다. 당장의 주가 등락보다 자신이 산 기업이 세계 최고라는 확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주식 수익금으로 월급 주는 대표 되고파"

김 변호사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엔 투자 실패 경험이 있다. 투자 초기 그는 전기차 부품 제조기업이던 프로테라에 1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만 믿고 실제 시장 규모나 수요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 결국 프로테라는 상장폐지됐다. 김 변호사의 말을 믿고 산 지인 2명과도 연락이 끊겼다. 이후 그는 종목 선정에 훨씬 신중을 기했다.

주가를 견뎌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2020년 9월에 산 엔비디아 주식은 1년간 15%까지 하락해 '횡보디아'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후 6개월 동안은 40%까지 떨어졌다. 그 시간을 버틴 끝에 300% 수익률이 따라왔다. 차익실현을 권하는 주변의 조언에도 그는 고개를 저었다.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을 종목은 10분도 보유하지 마라"는 버핏의 말을 실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수천억 자산을 일군 김 변호사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자신의 법무법인 직원들 월급을 주식투자 수익으로 지급하고, 보수 없이 공익소송만 맡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2003년 무렵 명절 연휴마다 서울 시민의 귀성 편의를 이유로 통제되던 경부고속도로 일부 나들목 통행을 두고, 국가를 상대로 차량통행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통행을 정상화한 경험이 있다. 서울 중심의 교통 통제가 오히려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키운다는 점을 법적으로 문제 삼은 사례였다. 지금은 직업인으로서 변호를 맡기도 하지만, 투자수익이 더 쌓이면 소송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집중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 변호사는 주식에 늦게 입문했으나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한다. 그는 여전히 주식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옛날과 지금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엔 은행 예적금 금리가 10~15%였지만, 지금은 예적금만으로 물가상승률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부자가 다른 게 아니에요. 의사결정권이 있는 자유로운 사람이 부자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는 그의 발걸음이 한결 가뿐해 보였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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