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는 비만 감소·건강증진에 효과가 있을까?[경제뭔데]

김윤나영 기자 2026. 1.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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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지난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 등 당류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엑스를 통해 공론화한 ‘설탕세’는 사실 낯선 제도가 아닙니다. 영국·미국·프랑스·멕시코 등 전 세계 약 120개국이 시행하고 있고, 전 세계 인구의 51%가 직간접적으로 적용받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6년 각국에 설탕세 도입을 권고했습니다. WHO는 처음엔 가당 음료 가격의 최소 20%를 세금으로 부과할 것을 제시했는데요. 지난해에는 가당 음료와 술·담배 가격을 2035년까지 50% 인상하라는 목표를 제시해 권고 수준을 끌어올렸습니다.

설탕세의 이론적 배경은 담뱃세와 비슷합니다. 설탕 과다 섭취로 비만·당뇨병 등 질병이 늘어나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집니다. 이에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을 가격에 반영해 당류 소비를 줄이자는 논리입니다. ‘서민 증세’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국민 건강이 개선되면서 사회·경제적 편익이 더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WHO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기 위해서 설탕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시장 가격에는 가당 음료 과다 섭취로 생기는 질병 치료비나 생산성 손실 같은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장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 과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세계은행도 2019년 보고서에서 저소득·중간소득 국가들이 ‘보편적 의료보장’을 위한 재원을 설탕세·담뱃세·주류세 인상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영국, 설탕세 이후 어린이 비만·충치 감소

영국은 설탕세를 가장 성공적으로 도입한 국가로 꼽힙니다. 2018년부터 탄산·청량음료에 설탕세를 매겼는데요. 당 함량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했습니다. 100㎖당 설탕이 5g 미만이면 비과세, 5~8g이면 ℓ당 0.18파운드, 8g 이상이면 0.24파운드의 세금을 매겼습니다. 그 결과 음료 제조업체의 절반이 2018년 이전에 제품의 설탕 함유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현재 영국에서 판매 중인 음료의 90%는 설탕 함량이 100㎖당 5g 미만으로 집계됩니다.

어린이 건강 지표도 개선됐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옥스퍼드대 연구진이 2023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설탕세 도입 이후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비만율이 매년 8%(약 5000명) 감소했습니다. 특히 빈곤 지역 학교 여학생의 비만 감소율이 9%로 더 높았습니다. 같은 해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설탕세 시행 이후 영국 18세 미만 아동의 충치로 인한 발치 건수가 12%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국내에도 비슷한 연구가 있습니다. 심지선 연세대 의대 교수팀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5년 기준 가당음료 과다 섭취로 인한 질병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5940억원, 사망으로 인한 비용은 390억원으로 추산했습니다. 가당음료 과다 섭취를 예방한다면 총 633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분석한 것이지요.

블룸버그 자선재단인 ‘보건재정정책 태스크포스(TF)’도 2019년 연구에서 가당음료 가격을 50% 인상하면 앞으로 50년간 전 세계적으로 220만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풍선 효과’와 물가 부담 한계도

설탕세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가당음료 대신 다른 고칼로리 식품이나 음료를 찾는 ‘풍선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20%의 설탕세를 부과하면 가당음료 구매량은 약 10% 줄지만, 전체 칼로리 섭취량 감소는 4.8%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이 2009년 국제역학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포화지방식품에 대한 과세인 이른바 ‘비만세’만으로는 심장질환과 암 사망 감소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건강위해식품 전반에 세금을 매기고, 과일·채소류에 17.5%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매년 2900명의 심혈관질환·암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물가 상승 우려도 있습니다. 덴마크는 2011년 포화지방 함량이 2.3% 이상인 식품에 비만세를 도입했다가 식품가격 상승, 영세업체 폐업, 비만세가 없는 인접 국가 제품 사재기 현상 등이 이어지자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서민 증세” vs “저소득층에 더 큰 혜택”

설탕세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서민 증세’ 여부입니다. WHO는 2022년 펴낸 ‘건강한 식단을 촉진하기 위한 가당 음료(SSB) 과세정책 매뉴얼’에서 “세금 인상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가당음료 소비가 감소하고, 특히 젊은층이나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WHO는 동시에 “세금 부담만을 기준으로 역진성을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가당 음료 소비로 인한 광범위한 건강 및 경제적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저소득층과 젊은층은 가당 음료 섭취량이 많아 비만·당뇨병·충치 등 건강 문제에 더 크게 노출돼 있고, 가격 인상에 대한 민감도 역시 높지요. 이 때문에 설탕세 도입으로 인한 과당 음료 소비 감소와 식단 개선 효과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세계은행은 2020년 보고서에서 카자흐스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설탕세가 장기적으로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더 큰 혜택을 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질병 발생률 감소로 의료비 본인부담금이 줄고, 수명 연장에 따른 노동소득 증가가 세금의 역진성을 상쇄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가당 음료에 대한 세금의 순소득 효과는 누진적”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 삶의 질, 수명의 실질적인 향상이 가져다주는 소득 외적인 내재적 가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설탕세를 도입하더라도 부담 주체를 소비자가 아닌 기업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소비자에 대한 간접세가 아닌 위해식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공급자에 대한 직접세 형태로 건강세를 부과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건강세를 과세하는 경우보다 사회후생의 감소가 적을 뿐 아니라 사중손실(시장의 균형이 최적이 아닐 때 생기는 순손실) 또한 예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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