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1순위로 점찍은 '양자컴'의 위협...정부, '밀리면 끝장' 속도전

유지승 기자 2026. 1.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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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양자연구소·양자클러스터 구축한다...산학연 역량 결집 총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9일 '양자종합계획 발표 및 양자기술 협의체 출범식'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기술은 AI 시대 이후의 국가 경쟁력을 결정지을 파괴적 혁신기술입니다. 양자기술은 이제 먼 미래가 아닌 우리 가까이에 와있습니다."(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지난 29일 발언)

정부가 최근 ‘양자 분야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양자 기술 전쟁에서 밀리면 국가안보는 물론, 경제, 산업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실제로 그 위협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AI(인공지능) 다음으로 양자 기술을 1순위 국가전략기술로 점찍고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다. 개발을 위한 관련 부품 조차 ‘국가전략기술’로 묶어 수출을 통제할 만큼 양자기술에 대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내년부터 정부가 직접 양자 기술 기업에 투자하기로 했고, 중국은 '15차 5개년 계획'에 양자를 6대 미래산업으로 못 박았다. AWS, IBM, 구글 등 글로벌 최고 기업들은 양자컴 개발의 난제였던 오류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으며 불과 1년 새 10년 내 상용화 전망을 3년으로 앞당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속도전에 나섰다. 글로벌 수준과의 격차를 인정하고 IBM, 아이온큐 등 세계적 기업들과의 협력을 본격화한다. 미국과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기술 교류를 완전히 차단하기 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최초로 직접 세계적인 양자컴퓨터도 사들인다. 100큐비트급 아이온큐 양자컴퓨터를 들여 올해 새롭게 도입되는 국내 슈퍼컴퓨터 6호기와 연동해 가동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연구소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양자컴퓨터는 현재 슈퍼컴퓨터로 수천년이 걸릴 계산을 단 몇 분만에 처리할 수 있는 엄청난 속도의 컴퓨터다. 수십 년이 걸릴 신약을 단 몇 초만에 만드는 등 전 산업에 걸쳐 인류의 난제를 풀어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빠른 계산력을 갖췄지만 미세한 온도, 습도 등에도 아주 예민해 오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상용화가 안된 이유다.

다만, 과거에는 막대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큐비트를 늘리는 기술에만 집중하던 것에서, 이제는 AWS, IBM 등이 하드웨어 단에서 오류수정이 가능한 큐비트를 개발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양자컴퓨터를 AI와 슈퍼컴퓨터에 연결해 오류를 잡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기술이 급부상하면서 기술 전쟁이 불붙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자기술 개발 성과는 미흡하다. 정부 주도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20큐비트 초전도를 개발했다. 3년 전 IBM이 선보인 1000큐비트와 숫자면에서 격차가 크고, 오류수정 기술 개발도 아직이다.

"우리나라가 양자분야에서 뒤늦게 시작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역량을 가지고 있고 탄탄한 ICT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지난 29일 발언)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건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의 특성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데, 어떤 물질을 활용해 큐비트를 만드느냐에 따라 크게 초전도, 이온트랩, 광자, 중성원자 방식으로 나뉜다. 각 기업마다 주력하는 개발 방식이 다르고, 어떤 분야에서 상용화가 성공할 지도 미지수다.

양자기술 기초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카이스트가 주목하고 있는 방식은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에서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반도체와 광자칩이 신호를 상호 교환하는 구조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술에 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카이스트를 비롯해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같은 연구 기관들이 양자칩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29일 양자 분야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산학연 역량을 한데 모아 양자기술 개발을 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우선 지난 29일 제조(삼성전자·LG전자), 통신(SKT·KT), 금융(국민·신한), 방산(한화·LIG) 등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양자기술 협의체를 출범했다. 양자기술 개발에 뛰어든 기업이 전무한 현실 속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협의체는 산업 분야의 실질적 난제를 양자기술로 해결하고 양자 분야 초기시장 창출을 주도하게 된다.

또한 정부는 '국가양자연구소'와 '양자클러스터'를 구축해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의 역량을 결집할 거점을 마련하기로 했다. 오는 2028년까지 우리 기술로 만든 양자컴퓨터를 선보이고, 통신과 센서 등 전 분야의 국산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2035년까지 '양자칩' 분야에서 세계 1위 제조국이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유지승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