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스토리가 있는 라운드

방민준 2026. 1. 3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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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골퍼들이 스코어카드를 접어 넣으며 하루의 라운드를 정리한다.

그러나 스토리가 있는 라운드는 긴 여운을 남기고 기억의 창고에 쌓인다.

스토리 있는 라운드는 갈등이 있어야 생생하다.

라운드가 끝난 뒤 스코어 대신 문장을 하나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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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칼럼과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프로 선수들이 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많은 골퍼들이 스코어카드를 접어 넣으며 하루의 라운드를 정리한다. 버디 몇 개, 보기 몇 개, 트리플 하나. 숫자는 정확하지만 그날의 바람과 빛, 동반자의 한숨과 웃음, 스스로를 다독이던 순간은 스코어카드에 기록되지 않는다. 숫자에 매달린 라운드는 쉽게 잊힌다. 그러나 스토리가 있는 라운드는 긴 여운을 남기고 기억의 창고에 쌓인다.



 



이야기가 있는 라운드를 하려면 골퍼의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결과보다 장면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공이 어디로 갔는지보다 자신이 어떤 장면을 통과했는지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새벽의 이슬, 그린 위의 미세한 경사, 숲에서 불어온 한 줄기 바람을. 장면을 보는 순간 라운드는 한 편의 서사를 쓰기 시작한다.



 



스토리 있는 라운드는 갈등이 있어야 생생하다. 완벽한 하루는 기록으로는 훌륭할지 몰라도 이야기로는 평면적이다. 이때 미스샷은 '오점'이 아니라 스토리를 기름지게 하는 '사건'이 된다. 이 사건 뒤에는 선택이 따른다. 무리하지 않을지, 돌아갈지, 잠시 숨을 고를지. 그 선택이 곧 서사의 전개다.



 



동반자를 등장인물로 존중하는 마음은 필수다. 혼자 쓰는 소설은 깊을 수 있어도 넓지 않다. 동반자의 리듬을 존중하고, 한 샷의 무게를 함께 느끼는 순간 라운드는 합주가 된다. 누군가의 침묵을 배려하고,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 기뻐할 때, 그날의 이야기는 혼자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자연을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대하는 겸손함도 필요하다. 골프는 자연 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작은 의식이다. 바람을 이기려 들기보다 읽고, 지형을 정복하려 들기보다 따르고, 자연과 협상하는 자세는 스코어를 넘는 만족을 안긴다. 그날의 코스는 적이 아니라 스승이다.



 



루틴은 성과를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현재로 데려오는 의식이기도 하다. 숨 한 번, 시선 하나, 그립의 온기. 이 작은 의식들이 연결될 때, 샷은 단발의 결과가 아니라 연속된 이야기의 문장이 된다.



 



'오늘의 문장'을 남기는 습관을 갖자. 라운드가 끝난 뒤 스코어 대신 문장을 하나 남겨보자. 



"바람을 이기려다 배웠다." "서두르지 않으니 길이 보였다."



이런 한 문장이 하루를 마무리해 준다. 숫자는 잊혀도 문장은 남는다.



 



스토리는 끝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다음 장을 부르는 여운에서 완성된다. 오늘의 라운드를 '평가'로 닫지 말고 '질문'으로 여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을 다음에 시도할지. 이런 질문이 다음 라운드를 초대한다. 



숫자는 공정하다. 그러나 차갑다. 스토리는 불완전하다. 그래서 따뜻하다.



 



골프는 본래 이야기의 스포츠다. 홀마다 시작과 중반과 결말이 있고, 선택과 후회와 배움이 있다. 스코어를 내려놓으라는 말이 아니다. 스코어를 유일한 언어로 만들지 말자는 뜻이다. 숫자 옆에 장면을, 결과 옆에 선택을, 점수 옆에 사람을 놓아보면 그날의 라운드는 비로소 한 편의 이야기로 남는다.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라운드는 다시 우리를 필드로 부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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