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전 격화…소장파 "장동혁 재신임 물어야"
한동훈 제명 후폭풍

사상 초유의 전·현직 대표 간 갈등이 낳은 제명 사태로 인해 국민의힘이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30일 친한계는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며 의원총회 소집을 압박했다.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마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방선거를 지금 체제로 치를 수 있는지 당원들에게 물어보는 게 순리”라며 당대표 재신임을 요구했다.
친한계 의원들은 이와 별도로,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최근 당사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거의 피를 흘리지 않고 민주화를 끌어내는 대역사적 대타협을 한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 사진 걸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걸 두고 징계를 요구했다. 고씨는 장 대표와 가까워, 친한계에선 현 체제를 ‘고·장 체제’로 부른다.
장동혁 지도부는 당장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장 대표 측근은 “친한계 의원들의 내부 총질과 계파 놀음에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침묵을 유지하며 전선 확대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6·3 지방선거를 불과 넉 달 앞두고 터진 내부 분열상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난 총선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성찰하기보다는 ‘내부 총질’ 때문이라는 자기합리화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서정욱 변호사는 “당원과 보수층 내부에선 제명 찬성 여론이 훨씬 강했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제명 사태 이전부터 이어져 온 당내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첫 계기는 다음 달 4일 장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될 전망이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의 변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 연휴 전까진 당명 개정 등을 매듭짓고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포함한 외연 확장 비전을 담은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다음달 19일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일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당내 일각의 우려에도 한 전 대표를 제명한 만큼, 이를 명분 삼아 윤어게인 세력과의 거리 두기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욱 변호사도 “윤 대통령 재판은 역사에 맡기고 이제 새 출발하자는 메시지가 나온다면 보수층도 일정 부분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장 대표 체제의 운명은 6·3 지방선거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박동원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2년 뒤 총선으로 직결된다”며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이 살아 있어야 다음 총선도 치를 수 있다. 연달아 지면 정당으로서 생명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도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2018년 지방선거의 재현이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비박계의 집단 탈당 이후 당명을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바꿨지만, 대구·경북 2곳을 제외하고 전패했다.
한 전 대표의 향후 행보도 순탄한 건 아니란 분석이다. 오는 8일 토크콘서트에서 소회를 밝힐 예정이지만 그 밖의 일정은 줄이고 숙고에 들어간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무소속으로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평가다.
이 틈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파고들고 있다. 오 시장은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이 내려진 당일 “장 대표가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장 대표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 민심을 의식한 선제적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2년 뒤 총선까지 내다보며 이번 지방선거에선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결국은 보수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 관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동원 대표는 “한 전 대표 제명은 장 대표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그동안 방어막 역할을 하던 대상이 사라진 만큼 모든 책임이 지도부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성민 대표는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이벤트가 아니라 합리적 이성의 회복”이라며 “단식이나 필리버스터, 당명 변경만으로는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지도부와 함께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헌화와 묵념을 마친 장 대표는 접객실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7분간 마주앉았다. 정 대표는 “살이 좀 빠졌네요. 몇 ㎏ 빠졌냐.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고 이 전 총리의 뜻을 받들어 좋은 정치를 하자”고 말했고, 장 대표도 “뜻을 잘 받들어 저희가 좀 더 나은 좋은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위문희·양수민·신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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