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가 밥 먹여주나요”…우주로 떠난 인류 ‘농부’를 꿈꾸다 [Book]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6. 1. 3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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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스스로 양분을 생산할 수 없다.

정대호 연암대 교수와 손정익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쓴 신간 '우주 농업'은 지구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인류가 우주 공간에서 식량을 생산할 가능성을 농업의 역사와 과학기술의 발전상에 맞춰 다각도로 살핀다.

지구의 극지에서 작물의 싹을 틔워낸 인류의 노력이 우주에서도 발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으면서.

"우리는 우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답을 찾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줄곧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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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주 농업’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된 식물 재배 장치 ‘베지(VEGGIE)’
인간은 스스로 양분을 생산할 수 없다. 최초의 인간은 에너지를 얻으려고 초원과 숲속을 헤집었다. 방랑은 농업의 등장 이후 끝났다. 절기에 맞춰 작물을 심고, 가축을 길렀다. 식량을 계획할 수 있게 되면서 문명은 싹을 틔웠다. 이제 지구 밖 행성으로 탐사선을 보낼 수 있을 만큼 고도로 발달됐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팬데믹으로 인류가 다른 행성을 삶의 터전으로 꿈꾸게 되면서 인간은 태초의 절박한 굴레 속으로 다시 던져진다. 우주 공간에서 대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정대호 연암대 교수와 손정익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쓴 신간 ‘우주 농업’은 지구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인류가 우주 공간에서 식량을 생산할 가능성을 농업의 역사와 과학기술의 발전상에 맞춰 다각도로 살핀다. 저자의 시선은 지구에서도 극한 환경에 놓인 곳에 작물을 선사하는 ‘수직 농장’부터,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주장한 ‘화성 테라포밍(지구화)’에까지 미친다.

농업은 일종의 복잡계다. 작물 생육을 좌우하는 조건이 너무 많아서다. 토양 속 양분과 미생물, 기온과 기압, 빛의 크기, 습도,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밀도 등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래서 기후와 절기, 토양의 질에 따라 재배 가능한 작물은 제한된다. 이를 극복하는 기술이 ‘수직 농장’이다. 밀폐된 실내에 인공조명과 온습도 조절 등으로 작물 생장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두고, 토양 없이 식물에 필요한 양액을 투입해 작물을 키우는 ‘수경 재배’ 방식을 동원한다.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와 미국 아문센·스콧기지는 수직 농장을 운영해 대원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뒤 살아남기 위한 식량인 감자를 키우는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를 그린 영화 ‘마션’의 한 장면. [20세기폭스코리아]
우주는 인류가 지구상에서 농업과 관련해 일궈낸 예측 가능성을 일거에 뒤집는다. 중력, 기압, 태양광 에너지, 자기장, 온도 등 사실상 작물 재배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다르다. 우주 공간과 격리된 곳에서 인간과 식물이 살 수 있는 ‘생명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폐수 재활용, 이산화탄소 흡수, 산소 재생, 폐기물 재활용을 활용한 식량 생산 등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상적이다. 각국 우주비행사들이 임무를 수행했던 국제우주정거장은 6개월가량 외부 보급이 필요 없을 정도의 생명지원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구와 같은 순환생태계를 구현하는 ‘밀폐형 생태계 생명지원시스템’은 아직 현존하지 않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서는 지구상에서 밀폐 생태계 생명지원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머스크가 구상한 화성 테라포밍은 아직까진 사고실험 단계다. 태양계 행성 가운데 테라포밍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화성이다. 하지만 희박한 대기층, 영하 60도의 표면온도, 부족한 태양광 에너지 등 극복해야 할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행성 전체를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만든다는 압도적인 스케일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이다. NASA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채널이 공동으로 제안한 녹색 화성 테라포밍 계획은 지구와 비슷한 대기, 물, 기온을 조성하고 식물을 도입해 식민지를 건설하는 순으로 이뤄진다. 비용만 5500조원, 기간은 480년이 소요된다. 보통의 인내심으로는 참기 어렵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팬데믹으로 지구가 위협받는 이때, 저자들은 인류의 우주행을 이끌어낼 과학·농업 기술의 효용과 발전 가능성을 강조하며 말한다. 지구의 극지에서 작물의 싹을 틔워낸 인류의 노력이 우주에서도 발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으면서. “우리는 우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답을 찾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줄곧 그랬듯이.”

정대호·손정익 지음, 동아시아 펴냄,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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