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숨어!" "잡아!" 동심으로 돌아간 2030…'경도'에 푹

정희윤 기자 2026. 1. 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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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공원에 가면 대뜸 "'경도'하러 오셨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앱으로 만나서 '경찰과 도둑'이라는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게 유행인 건데요.

2030 청년들이 왜 여기에 빠진 것인지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윤택/경도 참가자 : 저는 안양에서 온 이윤택이고요. 거짓말 조금 해서 100m 10초입니다.]

[김지영/경도 참가자 : 저는 평택에서 온 김지영이라고 하고요. 저는 오늘을 위해서 강아지 산책을 6년 시켰습니다.]

다 큰 어른들이 쫓고 쫓깁니다.

[도망가! 도망가! {이리 와! 이리 와!}]

이 사람들, 모두 처음 본 사이인 2030 청년들입니다.

'경찰과 도둑'이라는 놀이를 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줄여서 경도라고 부릅니다.

[양호열/경도 참가자 : 어릴 때는 열심히 뛰었는데 체력이 많이 죽은 것 같습니다. 와 너무 힘듭니다.]

사실 어릴 때 대부분 해 봤던 술레잡기 놀이입니다.

다만 술레가 여러 명이고 도둑을 다 감옥에 가둬야 끝이 납니다.

[양호열·김종혁/경도 참가자 : 코로나 이후로 서로 선배 후배 간에 이런 연결 교류도 많이 단절되고 다들 취업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다 보니까… {동네 친구 만들고 싶어서…}]

지난해부터 소셜미디어에서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올리기 위한 보여주기 문화란 분석도 있지만 온라인 소통에 매몰된 현실에 대한 반작용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이가온/경도 참가자 : 지금은 다 휴대전화만 보고 노는데 '나 때는 밖에서 놀고' 이런 게 너무 그리워하시는 것 같아서…어릴 때는 저도 놀이터에서 많이 놀았거든요.]

[박상선/경도 참가자 : 방에만 있다가 나와서 오랜만에 뛰니까 좀 상쾌하고 재밌네요. 초면인 사람들하고 놀아본 게 엄청 오랜만인 것 같아요.]

2030세대, 학력 경쟁에 내몰리고, 온라인으로 대면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견디며 버텨왔습니다.

어찌됐든 단절되고 외로웠던 젊은이들이 뒤섞이고 함께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궁금한 마음에 놀이에 참여해봤습니다.

도둑 역할을 맡았는데 지금 여기 뒤에 숨어 있거든요. 아직까진 아무도 저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같은 처지가 된 호열 씨가 다가왔습니다.

[양호열/경도 참가자 : 안녕하세요.]

왠지 든든해졌습니다.

[양호열/경도 참가자 : {벤치에 누워있으면 어떨까요?} 좋은 방법 같아요.]

[이렇게 해서 핸드폰을 하고 있으면 도둑같이 안 보이지 않을까요?]

[양호열/경도 참가자 : (경찰) 와요, 와요!]

도둑 박상선 씨는 뛰다 결국 쥐가 났습니다.

경찰 류채우 씨는 본분을 잊고 스트레칭을 도와줍니다.

[박상선/경도 참가자 : 내리면 아파요, 내리면. 한 번만 더 해주시면…]

[류채우/경도 모임장 겸 참가자 : 자, 자 갑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입니다.

[류채우/경도 모임장 겸 참가자 : 괜찮으세요? 자, 일단 잡혔습니다.]

마음은 어린 시절 친구 사이로 돌아갔습니다.

[임다솜·이가온/경도 참가자 : 빨리 입어요, 춥다. {나 인류애를 느낀다.}]

받은 참가비는 의미있게 쓰려고 했습니다.

[류채우/경도 모임장 겸 참가자 : 안 좋은 생각으로 오시는 분들을 일차적으로 선별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 경찰과 도둑이라는 놀이잖아요. 그래서 그 의미에 어울리게 경찰범죄피해자센터에 기부하고 있거든요.]

혼자 노는 데 익숙한 줄 알았던 청년 세대가 다시 거리로 나와 뛰고 웃고 소통합니다.

오늘도 이들은 서로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친구가 됐습니다.

[영상편집 홍여울 VJ 박태용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김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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