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사’ 워시, 연준 이끈다... 트럼프, 차기 의장으로 지명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6. 1. 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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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리 인하 강력 주장
청문회 통과 땐 5월 취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미국 연준(FED) 의장에 지명한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2025년 4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워시가 미 의회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 뒤를 이어 5월부터 의장에 오르게 된다. 전날 트럼프는 워시와 단독 면담을 한 뒤,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임명하려는 뜻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위대한 연준 의장들 가운데 한 명, 어쩌면 역대 최고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데 전혀 의심이 없다”면서 “그는 ‘이상적인 인물(central casting)’이고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시는 지금까지 거명된 의장 후보 중 금리 인하에 가장 신중한 인물로 분류돼왔다. 특히 연준 이사 시절, 금융 위기 이후 연준이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등 양적 완화(통화량 증가)에 나서자 2010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양적 완화는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며 반대했다. 2011년 임기를 7년 남겨두고 사임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워시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6국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소폭 상승했다. 워시가 다른 후보보다 금리를 쉽게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워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면서 금리 인하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워시는 관세가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고 했다.

미 연준의장에 지명된 케빈 워시가 2025년 5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소재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 연구소에서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월가를 비롯한 전세계 금융 시장은 신임 연준 의장에 지명된 케빈 워시가 향후 기준금리를 공격적인 수준으로 내리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연준 이사 시절엔 ‘양적 완화’를 논리적으로 반박했던 인물이라는 점, 현재는 트럼프의 요구에 부응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예측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 이사 시절 그는 연준의 최우선 책무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연준의 대규모 양적 완화는 부동산과 금융 자산 가격을 자극해 자산 인플레이션을 확대하고 소득·자산 격차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준이 보유 자산을 축소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대차대조표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을 때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1%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비판해 온 이유도 금리를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인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 후보자들 면접에서도 “기준금리를 얼마나 인하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3.50~3.75%다. 시장은 당분간 혼돈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워시가 트럼프의 요구대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커지며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등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워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앉힐 때 마지막까지 후보로 검토했던 인물이다. 트럼프는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의 조언을 받아 파월을 선택했는데, 두고두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워시를 지명하면서 “나는 케빈을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23년 7월 13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한 케빈 워시(오른쪽)와 김범석(가운데) 쿠팡 이사회 의장, 왼쪽은 투자자 스탠 드루켄밀러./AFP 연합뉴스

워시는 2019년 10월부터 쿠팡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이사회에 합류하며 “쿠팡은 혁신의 최전방에 서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쿠팡의 김범석 의장과는 하버드 동문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쿠팡 주식 47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약 940만 달러(약 130억원)에 달한다. 다만 연준 의장에 취임하려면 민간 기업 이사직은 사임해야 하며, 주식도 매도해야 한다.

그는 미국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집안의 사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2년 에스티로더 인터내셔널의 전 회장이자 세계 유대인 회의 회장인 로널드 로더의 딸 제인 로더와 결혼했다. 로널드 로더는 트럼프의 오랜 후원자이자 60년 지기로,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을 조언한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워시는 미 서부 명문 스탠퍼드대 공공정책학과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금융인 출신이다. 세계적인 금융사 모건스탠리 기업 인수·합병(M&A) 부서에서 근무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인 2002~2006년 국가경제위원회(NEC) 소속으로 대통령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냈고, 35세 때인 2006년 최연소로 연준 이사회에 합류해 2011년까지 이사로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연준 이사로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결정 과정에 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월가 출신의 정책 결정자로서 ‘월가와 연준을 잇는 가교’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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