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상" 트럼프 한마디에 쑥대밭… 난리통 24시간의 기록

강서구 기자 2026. 1. 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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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관세 인상 언급한 트럼프
전 품목 15%에서 25% 인상
한국 향해 ‘강경 카드’ 꺼내들어
이유는 국회 비준 동의안 지연
대미투자특별법 뭐가 문제인가
비준 여부 놓고 갈등 중인 여야
트럼프, 협상 가능성 남겼지만…
타임라인별 한미 상황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과 24시간 만에 한국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한국에 적용하던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뜬금포'를 기습적으로 날리면서다. 당정은 발언의 진위를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여야는 대미투자특별법을 놓고 충돌했다. 해소된 줄 알았던 미국의 상호 관세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도대체 우리나라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걸까. 트럼프의 입에서 시작된 '난리통 24시간'을 정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적용하던 15%의 상호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 美 현지 26일 16시 57분 = 아무런 예고나 전조도 없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60조원 규모의 잠수함 입찰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 중이었다. 미국 현지 시간 1월 26일 오후 4시 57분(한국 시간 27일 오전 6시 57분), 바로 그때였다.

돌발 사태가 터졌다. 불씨를 붙인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한국에 적용하던 자동차, 목재, 제약 및 기타 모든 제품의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를 한국 입법부로 돌렸다. "무역 협상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각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인하했고, 당연히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똑같이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 한국 국회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왜 한국 국회는 이를 비준하지 않느냐."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7월 30일 한국산 제품의 관세 상한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 달러의 대미對美 투자에 나서는 내용의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이후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10월 29일에 한미 관세 협상에 공식 합의했다.

하지만 국회의 비준 절차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꼬투리의 빌미로 삼았다.[※참고: 한미 관세 협상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는 지난해 11월 14일 발표했다.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대미 투자를 위한 특별법을 11월 27일 처음 발의했다.]

트럼프가 뜬금포를 날린 탓인지 정부도 우왕좌왕했다. 트루스소셜에 글이 올라온 지 한시간이 흐를 때까지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미국 행정부의 공식 통보나 세부 내용의 설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오전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변인실은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조속히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장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 韓 1월 27일 오전 9시 = 그렇게 2시간이 흐른 오전 9시. 시장의 시선이 입법부로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의 이유로 입법부를 콕 찍어서 불만을 토로했으니 당연한 관점의 이동이었다. 그렇다면 국회의 비준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던 걸까.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6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다. 이를 시작으로 여야는 12월 5일(더불어민주당), 11일(더불어민주당), 22일(국민의힘), 23일(더불어민주당) 등 4건의 관련 법안을 더 발의했다. 공교롭게도 5건의 관련 법안은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다. 법안의 비준 여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여당은 관련 법안이 국회의 비준 동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해 11월 25일 "관세 협상을 담은 한미 양국의 MOU(양해각서)는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관세 변동이 발생하는 MOU인 만큼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24일 "국민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어마어마한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비준 동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월 2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가 자화자찬했던 한미 관세 합의가 얼마나 불안정한 구조 위에 놓여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모든 책임은 국회 비준이 필요한 중대한 통상 합의를 체결해 놓고 비준 절차를 외면한 이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여당은 정부의 대응을 기다려 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부의 현안 회의를 지켜봐야 한다"며 "팩트는 미국으로부터 입법에 관한 실무적 어필을 받은 게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간 합의한 내용은 법안 발의였다"며 "통과 시점은 합의 사항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 韓 1월 28일 오전 6시 = 여야 정치권의 공방 속에 24시간이 흐른 28일 오전 6시. 이번엔 시장의 눈과 귀가 다시 '발화자' 트럼프 대통령을 향했다. 한미 상호 관세 불확실성이 불을 지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가 지나자마자 다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오후 4시께 한국의 상호 관세를 인상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었다. 관세 인상 발언을 한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정부는 김정관 장관을 미국으로 파견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다. 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 도착한 후 "국내 입법 진행 상황과 관련해 오해가 없도록 (미국 측에) 잘 설명할 것"이라며 "대미 투자와 관련해 변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참고: 김정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오후 4시 57분께부터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의 회담을 가졌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김 장관은 "30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아직 결론이 안 났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 돌입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미 정부가 한국의 관세 인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관보 게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얼마나 빨리 통과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당정은 2월 대미투자특별법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당정협의회 이후 "정상적으로 법안 발의와 심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대미투자특별법을) 2월까지 상정해 통과시켜 달라는 것이 정부의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경위 여야 간사 협의로 2월 첫째주와 셋째주에 전체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입법 과정에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회 비준을 둘러싼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월 2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근본적으로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무역 합의 또는 관세 협상 결과는 당연히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그런 뜻에서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현지 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을 위해 워싱턴DC 상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그는 "특별법을 발의해놓고 야당에 논의하자고 요청한 적도 없다"며 "한미 관세 협상 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국회 비준 받을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에 굳이 국회 비준이라는 자물쇠를 채우자며 시간을 끌고 있다"며 "명백한 발목 잡기"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관세 인상의 이유는 입법 지연이지 비준이 아니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즉각 협조하라"고 덧붙였다.

과연 여야는 이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뜬금없는 '관세 인상 카드'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한국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든 트럼프가 노린 것은 무엇일까. 참고로 우리나라는 향후 10년간 매년 200억 달러(약 28조5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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