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호 공급’ 내건 1·29 대책···시장 안정 효과 여전히 ‘물음표’
文정부 때 좌초된 용산·태릉 다시 포함···실행력에 회의적 시각도
서울·과천시 등 지자체 반발 등 과제 산적
“공공 공급 한계 보완할 정비사업 규제 완화 필요”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신도시급 규모에 해당하는 6만호를 신속 공급하겠다는 추가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공급 시그널을 앞당겨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 서울 3.2만호, 경기 2.8만호…도심 공공부지 총동원
30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용산구 일원(용산 국제업무지구, 캠프킴)을 비롯해 과천시 일원(과천경마장, 방첩사), 노원구 태릉 군 골프장(태릉CC), 동대문구 일원(국방연구원, 한국경제발전전시관) 등의 도심 내 공공부지를 활용해 총 5만9700여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전날 밝혔다.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규모(약 487만㎡)를 외곽이 아닌 기존 도시 내부에서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급 방식은 ▲도심 내 공공부지 활용 4.4만호 ▲노후 청사 복합개발 1만호 ▲신규 공공주택지구 0.6만호다. 지역별로는 ▲서울 3만2000호(53.3%) ▲경기 2만8000호(46.5%) ▲인천 1000호(0.2%)다. 대부분 역세권이거나 업무지구 인접 지역으로 청년·신혼 수요를 겨냥한 중소형 주택이 중심이 된다.
자치구별로 보면 용산구가 1만3501호로 가장 많다. 용산구 국제업무지구 1만호를 비롯해 주한미군기지로 사용됐던 캠프킴 부지 2500호, 501정보대 부지 150호 등이 공급된다. 여기에 용산 유수지(480호), 용산 도시재생 혁신(324호), 용산우체국(47호) 등도 포함됐다.
강북권에서는 노원구 태릉CC에 6800호의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며 금천구에는 독산 공군부대 2900호 등 총 3100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마포구에는 국방대학교 등 부지에 2716호, 동대문구에는 1500호, 은평구에는 1300호, 도봉구에는 1211호가 각각 공급될 예정이다.
1000호 미만으로 공급되는 지역은 강서구와 강남구 등이다. 강서구에는 강서 군부지 일대에 918호가 예정됐으며 강남구에는 총 878호로 서울의료원 남측부지에 518호, 강남구청 부지에 360호가 각각 공급된다.
경기도 역시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한다. 경기도 과천시 일원에서는 과천경마장과 방첩사령부 이전 부지를 통합 개발해 9800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4호선 경마공원역과 경부고속도로 등 광역 도로망이 뛰어나며 인근 과천·주암택지지구와 연계해 직주근접 생활권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성남시 일원에는 판교 테크노밸리 및 성남시청과 인접한 우수 입지에 신규 공공주택지구 약 20만평을 지정해 6300호를 공급한다. 이외에도 남양주시의 군부대에 4180호, 경기도 고양시 옛 국방대학교 부지에도 2570호 공급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이같은 내용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번 공급 예정인 6만호 중 약 4만호가 기존 9·7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던 순증 물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에 발표한 6만 가구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던 물량이 상당수"라며 "약 4만 가구가 새로 추가된 물량"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135만호 이상을 착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새 정부는 5년 동안 135만호 이상을 착공한다는 공급 목표를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제도 개선 등 추진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해다. 국민께 한 약속을 실제 숫자로 증명해 국민의 신뢰를 얻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文정부 때 좌초된 용산·태릉 '재탕'…실행력 의문 재점화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추진했다가 무산된 공급 확대안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역시 2020년 '8·4 수도권 주택공급확대 방안'(8·4 대책)을 통해 국공유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해 수도권 24곳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실제 착공에 이른 사례는 마곡 미매각 부지가 유일했다. 나머지 사업들은 주민 반대와 기관 간 이견, 시설 이전 지연 등이 겹치며 대부분 무산됐다.
이번 공급대책에서 주요 공공부지로 언급되는 용산구 국제업무지구(정비창) 및 캠프킴 부지와 노원구 태릉CC도 문재인 정부에서 개발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발로 사업이 좌초된 곳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급방안은 이미 시장에서 익숙한 내용으로 과거에도 추진됐지만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대책 역시 실행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면 시장에서는 오히려 실망감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유사한 공급방안으로 대책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정부가 더 이상 내놓을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불안 심리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지자체 반발·공공 공급 한계…민간 보완 필요성 제기
지방자치단체들과의 이견 조율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서울시는 정부의 공급안에 대해 "서울시가 제시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배제됐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가 발표한 3만2000호 공급 대상지는 서울시의 우려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며 즉각 반발했다.
경기 과천시도 정부가 경마장·방첩사령부 부지에 공공주택 9800호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주거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추가 주택공급지 지정이 생활 여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 확대에 나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공공 주도의 공급 방식만으로는 부동산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휴부지의 활용과 복합개발은 그간 꾸준히 언급된 사안"이라며 "우선 '정부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관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반면 '유휴부지 등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관점에서 보면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이 활용 가능한 유휴부지는 유한하며 특히 주요 도심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즉 유휴부지를 기반으로 하는 주택공급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공 주도의 공급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민간 부문의 공급 여력을 키우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주택 공급이 실제 시장에 물량으로 풀리기까지는 통상 7~8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재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공공 공급만으로는 누적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민간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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