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스타트업 2만개, 맡을 인재 있을까

2026. 1. 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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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올 국민성장펀드 활용
스타트업 2만개 키운다는데…
경영자 2만명 확보할 수 있나
어렸을 적 집안 사정 물으면
"넌 공부나 열심히 해" 대답만
기업가정신 자라날 여지 제한
문제해결 능력 가장 왕성한
청소년기부터 창업 가르쳐야

부자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는 나를 무척 답답하게 생각하는데, 돈벌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전문가들을 만나 사업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축적하고 전국에 땅을 보러 다닌다. 나이가 들면서 이 친구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겼는데, 이러한 사업가 기질은 원래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으로 얻은 것인지 하는 것이다. 그 친구에게 물어보니 부모님께서 초등학교 때부터 사업과 돈에 관해 틈틈이 교육을 해주셨다고 한다. 월급쟁이였던 우리 부모님은 가정경제에 대해 물어보면(예를 들어 '아버지 월급이 얼마예요?') 너는 공부나 신경 쓰라고 하셨는데, 그 친구의 부모님께서는 사업가로서의 조기 교육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산수 문제만 따분하게 풀 것 같은 경제학자들도 현실경제에서 사업가 기질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케인스의 '동물적 충동'이나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도 이러한 사업가 기질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경영학에서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세부 전공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기업가 정신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인지 후천적으로 교육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논쟁이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 바로 재벌 2세와 3세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학문적인 기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현재까지 이루어진 연구의 결론은 꽤 분명하다. 기업가 정신은 분명 타고나는 요소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후천적으로 교육과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 정부와 민간이 협조해 수많은 창업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성장펀드 150조원이 5년에 걸쳐서 공급되고 추가로 증권사 등이 다양한 형태로 모험자본을 공급할 것이다. 새로운 창업은 새로운 경영자를 필요로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평균 창업자금은 2억6000만원 정도인데 매년 1조원만 온전히 스타트업에 추가로 투입된다면 5년 동안 2만여 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같은 수만큼의 경영자가 필요하게 된다. 이때 내 친구와 같이 사업가 조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잘하겠지만, 나같이 그런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타고난 기업가 정신도 없는 사람들은 참으로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할 때 기술의 혁신성이나 시장성을 본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경영자의 의지와 능력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아시아개발은행에서 발표된 논문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분석 결과 아시아 지역에서 신생 기업의 생산성은 국가적 차원의 제도뿐만 아니라 그 나라 기업가 정신의 역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즉 국가 차원에서 누가 기업가가 되기로 선택되는지, 그리고 그 신생 기업이 어떤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추구하는지에 그 나라의 고유한 기업가 정신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던 대학들도 정규 교과목으로 창업 교육을 열심히 하고 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을 기준으로 국내 대학에서 창업 강좌는 9000개가 넘고, 이런 강좌를 이수한 학생 수도 34만명에 이르며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후천적인 기업가 교육의 힘이 중요하고 내 친구와 같이 조기 교육 역시 중요하다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창업 교육을 중학교나 고등학교 수준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창업 교육이 청소년들에게로 확대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창업의 양과 질은 이전과 달라질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능력은 청소년기에 가장 왕성하기 때문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메타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도 결국 대학을 졸업하지는 않았고 최종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고등교육의 필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 중에는 대학원에서의 연구를 통해 창업하게 된 박사급 창업자들도 수두룩하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자본시장연구원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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