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배터리 열폭주 방지 및 화재 안전 위한 실무 세미나' 개최 "열폭주 이전에 분출되는 오프가스 감지 기술, 화재 예방에 필수" "소재·셀·시스템 안전 기술 및 제조·설치·운영 통합 관리 체계 필요"
문강석 LG전자 책임연구원이 30일 '배터리 열폭주 방지 및 화재 안전을 위한 통합 실무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방송
배터리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에 따른 전기차(EV) 화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재 전조증상인 오프가스(Off-gas)를 감지해 골든 타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공간·설비·차량 간 위험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파악하는 통합적 사고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 "열폭주 직전에 나오는 가스 잡으면 신속한 화재 대응 가능"
문강석 LG전자 책임연구원은 30일 여의도에서 한국미래기술교육원 주최로 열린 '배터리 열폭주 방지 및 화재 안전을 위한 통합 실무 세미나'에서 "온도와 연기 센서는 화재 이후에 반응하므로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전압 편차를 감지했을때는 이미 늦다"고 말했다.
오프가스는 열폭주 현상 직전에 분출되는 일산화탄소(CO)·수소(H2) 등의 가스로 이를 초기에 잡기만 해도 화재나 폭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연구원은 "열폭주 직전에 나오는 가스를 잡아내면 골든 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오프가스를 감지하는 기술은 화재 조기 예방에 필수이며 이를 통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높은 전소율로 인해 원인 규명이 어렵고 막대한 재산 피해와 인프라 마비를 초래하고 있다. 배터리 시스템 결함이나 통합 관리 체계 부재로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사고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배터리 열폭주는 배터리 내부 발열 속도가 방열 속도를 초과해 빠르면 수초만에 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현상이다. 최근 업계가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하이니켈(High-Ni) 함량을 올리고 있는데 이 경우 산소 방출 온도가 낮고 반응이 격렬해 열폭주 위험이 커진다.
열폭주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배터리 과충전이 꼽힌다. 문 연구원은 "배터리 열폭주 사고 전체의 60%가 충전 상태(SOC·State of Charge)가 100%로 완료된 상태에서 발생했다"며 "100% 이상 과충전시 배터리 셀 내부의 화학적 불안전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SOC 운영 범위를 70~80%로 하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온 노출, 물리적 충격 등도 열폭주를 촉발하는 핵심 요인이다. 일교차로 인한 결로와 분진이 절연 파괴를 유발해 고온다습한 여름철과 환절기에 사고 위험이 집중된다. 또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 내부 보호장치 등이 작동을 못할 경우 결함이 발생하며 화재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문 연구원은 "높은 충전 상태일수록, 측면 파열로 인접 셀을 직접 타격할수록 열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며 "최초 발화한 셀의 열이 인접 셀로 전이돼 이를 지연시켜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가 30일 배터리 열폭주 방지 및 화재 안전을 위한 통합 실무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방송
■ 소재·셀·시스템까지 안정 통합…"AI 등으로 예방 중심 안전 관리 체계 마련해야"
배터리 열폭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재에서 시스템까지 다층적 안정 통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 연구원은 "코팅 양극재나 고내열 분리막 등 소재의 내재적 안전성, 셀의 물리적 방어, 단열재와 액침 냉각 등 시스템의 차단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배터리 신뢰성이 확보된다"며 "분자 단위의 소재 혁신부터 시스템 설계까지 4대 핵심(양극·음극·전해질·분리막) 소재의 특성을 강화하고 열폭주를 제어하는 다층 방어 아키텍처를 통해 배터리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열폭주에 대한 단편적인 대응 뿐 아니라 큰 틀에서 제조와 설치 운영단계를 아우르는 통합적 안전 관리 체계 전환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문 연구원은 "전통적인 감시를 넘어 열폭주 전조를 조기에 포착하는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단순 모니터링에서 AI(인공지능) 예측 및 능동 제어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 관리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화와 진압이 까다로운 전기차 화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에 따른 고온·고압 현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진압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 현재 국내 EV·ESS 화재 관련 기준은 배터리·충전기·소방설비 등 개별 설비 단위의 안전요건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화재 발생 이후 공간·설비·차량 간 위험이 어떻게 확산되는지에 대한 통합적 사고 시나리오까지는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관련 기준·법규·가이드라인의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EV·ESS 화재 대응의 핵심은 단순한 진압 행위가 아니라 통제·격리·장시간 관리로 이어지는 단계적 위험 관리"라며 "개별 기술의 선택이 아니라 설계·운영·판단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