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대신 자체 화상 앱 사용하라”… 유럽 국가들 ‘脫 미국’ 가속화

김송이 기자 2026. 1. 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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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체 화상회의 앱 도입
지난해엔 공공 메신저도 변경
佛·獨, 공공기관용 AI도 개발中
“美 의존이 안보 문제로 인식"

유럽 국가들이 최근 미국과 ‘그린란드 병합’을 둘러싼 갈등을 겪는 가운데, 미국산 소프트웨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여겨졌던 미국과의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보와 직결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자립을 추진하려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그린란드 누크에서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 AFP=연합

29일(현지 시각)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미국산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팀즈(Teams)’ 대신 프랑스 정부가 개발한 ‘비지오(Visio)’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내각에 보낸 서한에서 이러한 전환이 연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르코르뉘 총리는 각료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화상회의 서비스는 이제 중앙 정부의 일상 업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비(非)유럽산 도구가 사이버 보안 취약성과 데이터 통제력 부족 등 여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자체 화상회의 플랫폼 개발을 위해 프랑스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기업 아웃스케일과 협력했으며, 프랑스의 AI 기업인 피안노트(Pyannote)와 큐타이(Kyutai)를 영입해 녹취 및 자막 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프랑스는 앞서 지난해 7월 공공 부문 종사자들에게 왓츠앱과 텔레그램 사용을 금지하고, 공공 부문 전용 메신저인 ‘샤프(Tchap)’ 사용을 지시하기도 했다.

‘탈(脫)미국’ 흐름은 다른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지난해 11월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와 프랑스 인공지능 기업 미스트랄 AI와 함께 양국 공공 행정 기관을 위한 자체 인공지능 도구를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의 챗GPT 등 미국산 AI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공공 부문에서라도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독일 정부는 정부 기관들이 외국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독일 디지털 주권 센터(ZenDiS)’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ZenDiS는 MS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오픈데스크(OpenDesk)’를 자체 개발한 곳으로, 지난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기존 MS 오피스를 이 소프트웨어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NYT는 “그린란드 주권 분쟁으로 유럽과 미국의 관계가 더욱 악화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온 이번 발표는 유럽 국가들이 국방과 기술 등 전략적 분야에서 오랜 동맹국인 미국을 포함한 외국 세력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은 자국 소프트웨어 기업에 미국이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조차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IBM에서 분사한 미국 기업이 네덜란드 모바일 신분증 ‘디지디(DigiD)’ 운영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자, 네덜란드 국회에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 시스템은 연금과 건강보험 정보가 담긴 정부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네덜란드 거주자를 식별하는 역할을 하는데, 미국 기업의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반대하는 약 14만명이 반대 성명에 동참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대서양 동맹 관계를 지지해 온 국가로, 네덜란드 사회는 물론 정부 역시 미국의 기술과 IT 서비스에 기반해 구축돼 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가 유럽을 향해 각종 위협을 쏟아내면서, 이러한 의존 구조가 이제는 심각한 안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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