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32> 김정관, 러트닉과 합의 실패...30일 다시 회동 美관료, 돌아가며 한국 타격...협상 압박 고조 韓, 美 환율관찰국 재지정...“관세, 높일 수도” 새해도 이란·유럽·加·쿠바 전방위 무역 공세 선거 앞두고 빚 급증...불확실성에 시장도 불안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급파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9일(현지 시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기에 앞서 라이트 장관과 먼저 회동했다. 라이트 장관은 한국이 관세를 내리는 조건으로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투자 등을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인 핵심 광물 공급망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차세대 원전 협력 등도 모두 그의 담당 업무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들어서도 각국을 상대로 관세 위협을 이어가며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연초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대상의 상당수가 한국을 비롯해 유럽, 캐나다, 대만 등 동맹·우방국이라는 점에서 출구를 찾기가 더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랏빚이 급격히 늘자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선심성 투자를 동맹의 돈으로 메우려는 모양새다. 미국 행정부는 한국의 관세도 국회의 비협조를 이유로 기존 15%에서 25%로 되돌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다급히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났지만, 이들을 단번에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라이트 장관이나 러트닉 장관도 결국 행정부의 여러 관료 가운데 일부일 뿐이고 칼자루는 트럼프 대통령이 쥔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협상 우위를 점하면서 쿠팡 사태 진화, 디지털 규제 장벽 완화, 반도체 추가 투자 등 각종 양보를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도 있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갈 길이 먼 한국이 더 복잡한 생존 셈법을 마주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장관, 러트닉과 만났으나 합의 도출 실패...30일 다시 회동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난 뒤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김 장관은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 장관과 만났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께 워싱턴DC 상무부 청사에 도착한 뒤 1시간 24분 뒤인 오후 6시24분께 청사에서 나왔다. 김 장관은 취재진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고 30일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아직 결론이 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30일 추가 회동은 예정에 없던 일정이다. 김 장관은 ‘미국의 관세 인상을 막았냐’는 질문에 “막았다거나 안 막았다는 얘기까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관세 인상 관보 게재 일정과 관련해서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장관은 상무부 청사에 들어가면서는 취재진과 만나 “잘해보고 오겠다, 논의해보겠다”는 말만 남겼다. 김 장관은 전날에는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과의 협력·투자와 관련해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충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미국이 25% 관세를 실행하기 위해 관보에 게재하는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보통 이런 얘기가 나오면 실무자는 당연히 준비하는 것이고 나도 그 정도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담담히 반응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대통령의 추가 행정명령 없이 상무부 장관의 판단에 따른 관보 게재만으로 관세를 다시 상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쿠팡 사태나 한국의 디지털 장벽 규제 움직임이 이번 관세 인상 위협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관세 인하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로 디지털 규제 법안을 콕 집어 거론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27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와 상반된 주장이었다. 김 장관은 “그런 사안이 관세 같은 본질적인 이슈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나라별 이슈는 항상 있으므로 잘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지사지로 쿠팡 사태가 미국에서 발생해 성인 인구 80~85%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생겼다면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보다 훨씬 더 세게 나왔을 것”이라며 “소비자 권익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면 미국 정부도 납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김 장관은 ‘대미 투자가 언제부터 집행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첫 프로젝트나 올해 하는 것들은 서로 축복하는 프로젝트여야 하고 한 국가에 일방적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기를 예단하지 않고 한미가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29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도 만났다. 김 장관은 애초 이날 러트닉 장관과 만난 뒤 30일 한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美정부 관료들 돌아가며 한국 타격...협상 압박 고조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주요 발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한국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압박한 뒤부터 고위 관료들이 돌아가며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입법으로 제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나는 한국의 자동차·목재·의약품과 모든 상호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한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0일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훌륭한 합의에 도달했고 같은 해 10월 29일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그런데 한국 국회는 이를 아직 승인하지 않았고 미국과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후 그리어 대표는 27일 폭스비즈니스에서 “한국이 투자 관련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디지털 규제 법안만 도입한 상황에서 우리도 약속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28일 CNBC 인터뷰에서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 합의는 없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한국 국회가 승인할 때까지 25% 관세를 적용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일을 빨리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 국회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 투자 특별법)’을 처리하기 전까지 25% 세율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러트닉 장관도 28일 삼성전자가 워싱턴DC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주최한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에 참석해 한국의 무역 합의 이행을 주문했다. 러트닉 장관은 대미 투자는 “선택(option) 사항이 아니다”라며 “한국 국회가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진의를 두고는 한국에서도 여러 말이 나왔다. 우선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 국회의 정보통신망 개정안과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 입법 추진이 불쏘시개가 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또 한국 정부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대동해 캐나다 현지에서 잠수함 수주, 전기차 협력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캐나다는 중국과 관계를 강화한다는 의심 속에 영토 편입을 노리는 미국과 최악의 관계에 놓인 국가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에서 전기차를 배제하고 내연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바심을 내면서 경합주에 투자에 속도를 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수익이 전혀 날 수 없는 투자처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적법성 판결을 앞두고 각국 대미 투자 요건을 확정하기 위해 한국을 본보기로 내세웠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에서 영업전을 벌이던 김 장관은 부랴부랴 미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11~15일 미국을 찾았던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29일 밤 또다시 워싱턴DC로 도착한다. 여 본부장은 30일 그리어 대표와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美 환율관찰 대상국 재지정...“관세,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 수도”
2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해 웃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김정관 사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후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 장관과 만났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예정에 없던 30일 회동 일정을 또 잡았다. UPI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29일 미국 재무부는 연방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또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전부터 명단에 있었다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은근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통화 관행과 거시정책에서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에 한국을 더한 10개국을 관찰 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환율관찰 대상국에 이름을 올리다가 2023년 11월 7년 만에 목록에서 빠진 바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24년 11월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에 포함됐고 그 뒤로는 계속 해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 촉진법에 따라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해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이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 순매수 및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 등이다. 세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되고 두 가지에만 부합하면 관찰 대상국이 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무역 상대국들이 외환 개입과 비시장적 정책·관행을 통해 통화를 조작하고 불공정한 무역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정책과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관세 압박 수위를 다시금 높이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지금까지 미국이 각국에 부과한 관세와 관련해 “사실 매우 친절했다”며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much steeper)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연방대법원이 심리하는 상호관세 사건에 대해 “이 소송에서 우리와 다투는 사람들은 중국 중심적(China-centric)”이라며 관세로 피해를 봤다며 소를 제기한 미국 중소기업들과 민주당 성향의 12개 주(州)가 중국을 위해 관세를 무효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간 우리한테 관세를 부과해 우리를 뜯어낸 나라들”이라며 “그들이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세는 미국에 엄청난 힘과 국가 안보를 가져다줬다”며 “미국이 수천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얻고 있는데 우리는 그걸 돌려주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루스소셜에서도 “관세로 인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막대한 자금 덕분에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며 “단지 펜을 휘두르기만 해도 수십억 달러가 미국으로 더 들어올 것이고 이들 국가는 미국에 업히지 않고 옛 방식으로 돈을 벌어야 할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면서 “비록 많은 국가가 그렇지 않지만 이들이 우리의 위대한 나라가 그들을 위해 한 일에 모두 감사해했으면 한다”며 “재정적으로나 다른 모든 면에서 볼 때 이런 강력함과 어울리도록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재차 설파했다.
새해에도 이란·유럽·캐나다·쿠바 등 전방위 관세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 자신의 사진에 ‘관세 왕’ ‘미스터 관세’라는 문구를 넣었다. 사진 제공=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은 올 들어서도 한국뿐 아니라 각국을 상대로 관세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러 나라와의 무역 협상을 맺은 만큼 올해부터는 관세 불확실성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월가의 예측도 번번이 빗나가고 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호통을 친 뒤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일을 반복하자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약자인 ‘타코(TACO)’를 하나의 거래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이달 2일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여기까지는 반미 국가에 대한 대응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16일 트루스소셜에 ‘관세 왕’ ‘미스터 관세’라는 문구가 담긴 본인 사진을 올리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에는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8개국에 대해 2월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동맹국임에도 자신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에 반대하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다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 기간인 21일 트루스소셜에 돌연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며 “관세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적었다.
24일에는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를 향해 “중국과 협정을 체결한다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즉각 100%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4~17일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권력 서열 1~3위를 모두 만난 뒤 중국산 전기차, 캐나다산 카놀라유 등에 대한 관세를 각각 대폭 인하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로 하자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캐나다 총리가 앙숙 관계에 있던 중국을 찾은 것은 2017년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 이후 9년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에도 트루스소셜에 글을 쓰고 캐나다가 미국산 항공기 수입을 막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캐나다산 항공기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쿠바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 나라와 석유를 거래하는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쿠바 정권이 러시아·중국·이란·하마스·헤즈볼라를 포함한 수많은 적대국, 초국가적 테러 단체, 미국에 적대적인 악의적 행위자들과 결탁하고 지원을 제공했다”며 “쿠바가 미국에 위험한 적대 세력을 노골적으로 수용하면서 국가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정교한 군사·정보 능력을 자국에 배치하도록 초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바 관세 행정명령은 대법원이 적법성을 심리하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이뤄졌다. 이 법은 ‘흔치 않고 보기 드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정 금융 거래를 규제할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중간선거 앞두고 재정적자 눈덩이...금융시장, 무역 불확실성 계속
미국 연방정부 관세 수입과 이자 지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정책에 계속 집착하는 이유는 관세 부과 이후에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대로는 포퓰리즘(인기 영합) 정책을 펼칠 여력이 없어져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기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다. 만약 공화당이 연방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4석, 주지사 50석 중 36석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에 대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에 빠질 위험도 있다.
실제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달 연방정부의 국가 총부채는 38조 5100억 달러(약 5경 3000조 원)에 달한다. 4월쯤이면 39조 달러 돌파가 유력시된다.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 당시인 2024년 11월만 해도 36조 달러 수준이었던 나라 빚이 1년 남짓한 기간 만에 2조 5000억 달러 이상 더 급증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7월 도입한 감세법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의 영향도 컸다. 관세로 얻은 수입을 감세로 상쇄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지금처럼 백악관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매년 지불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한국 돈으로 1500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미국 연방의회 산하 예산 분석 기관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25년 회계연도의 미국 연방정부 공공 부채 순이자 규모는 총 1조 290억 달러(약 1470조 원)를 기록해 전체 세입액 5조 2260억 달러(약 7470조 원)의 20%에 달했다.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을 줄이고 관세를 부과해 세수를 늘리는 방법 외에는 현 상황을 탈출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29일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1월에도 자국의 무역 적자 규모가 568억 달러를 기록해 10월(292억 달러)보다 276억 달러(94.6%) 더 늘었다고 밝혔다. 적자 규모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429억 달러도 크게 웃돌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 의약품 조제용 물질 수입 급감 여파로 292억 달러까지 줄어 1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100% 관세 부과 예고로 기업들이 관련 제품 수입을 앞당긴 영향이었다.
11월에는 수출이 2921억 달러로 10월보다 109억 달러(3.6%) 감소했다. 반대로 수입은 3489억 달러로 10월보다 168억 달러(5.0%) 증가했다. 비(非)통화성 금 수출이 42억 달러, 기타 귀금속 수출이 26억 달러씩 줄어든 게 전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의약품 조제용 물질 수출도 29억 달러 감소했다.
반면 AI 관련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가 이어지면서 컴퓨터와 반도체 수입이 각각 66억 달러, 20억 달러 늘었다. 컴퓨터 액세서리 제품 수입도 30억 달러 증가했다. 미국의 국가별 적자 규모는 멕시코 178억 달러, 베트남 162억 달러, 대만 156억 달러, 중국 147억 달러, 유럽연합(EU) 145억 달러 순으로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고 연일 관세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사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9일 뉴욕 증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떨어지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오르는 등 상당한 혼조 양상을 보였다. 국제 유가는 이란을 향한 미군의 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6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나라 경제가 위태로운 한국도 미국의 속마음을 정확히 파악해 국민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로 보인다.
트럼프 스톡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