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공포심 자극했다고 멸종위기 놓인 동물 3종
맹독, 딱딱한 비늘, 형광색으로 무장했지만 인간 눈에 띄어 멸종위기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있다. 자연에는 적응했지만 오히려 그 특징이 인간의 공포와 욕망을 자극해서다. 국제 보전단체는 이 종들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인트루시아 창머리뱀(학명 Bothrops caribbaeus)은 최대 1.8m까지 자라는 맹독 살모사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물린 사람의 약 10%가 사망한다. 독은 조직 괴사, 혈액 응고 장애, 뇌졸중, 얼굴 마비를 유발한다. 국제 자연보전단체 Fauna & Flora 자료에 따르면 카리브해 섬나라인 세인트루시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맹독을 지녔지만 공격성은 낮다. 맹독은 자연계에서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생존 도구였던 셈이다.
하지만 창머리뱀은 이 독 때문에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 세인트루시아 학교에서 "창머리뱀은 도망치는 노예를 잡기 위해 들여온 외래종"이라고 교육해왔기 때문이다. 보전 전문매체 Systema Naturae는 이 교육이 수십 년간 지속돼 뱀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생겼고 사람들은 뱀을 발견하는 즉시 죽였다고 설명한다. 정부 차원에서 현상금 제도를 운영하며 뱀 사냥을 장려했다는 보도도 보전 생물학 전문매체 Orianne Society를 통해 나왔다.
창머리뱀은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분류됐고 섬의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고 있다.

템민크 천산갑(학명 Smutsia temminckii)은 비늘로 덮인 포유류다. 몸무게의 20%를 차지하는 340~420개의 딱딱하고 날카로운 비늘이 전신을 감싸고 있다. 위협을 느끼면 공처럼 몸을 말아 비늘로 전신을 보호하는데 사자나 표범조차 뚫기 어려워 사냥을 포기할 정도다. 이 비늘은 자연계에서 천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완벽한 '갑옷'이었다.
하지만 이 비늘이 전통의학 재료로 사용되면서 천산갑이 지나치게 많이 잡히고 있다. 비늘을 갈아서 마시면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종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생동물 거래 감시단체 TRAFFIC에 따르면 천산갑 비늘은 인간의 손톱이나 머리카락과 같은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구성돼 있어 약효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
천산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거래되는 포유류가 됐다. 전체 불법 야생동물 거래의 20%를 차지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14년 이전 10년간 100만 마리 이상이 밀렵됐다고 추정한다.
야생동물정의위원회(Wildlife Justice Commission)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19년 압수된 천산갑 비늘은 228톤에 달했다. 평균 압수 중량은 2016년 2.4톤에서 2019년 6.8톤으로 늘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19년 한 해에만 약 19만 5천 마리가 비늘을 위해 거래됐다고 추정했다.
템민크 천산갑은 현재 IUCN에 의해 취약종(Vulnerable)으로 분류됐으며, 남아프리카 지역 개체수는 약 1만 6천 마리로 추정된다. 지난 27년간 개체수가 30~40% 감소했다.

인도 무지개 타란툴라(학명 Cilantica devamatha)는 '사이키델릭 거미'로도 불린다. Fauna & Flora 자료에 따르면 인도 케랄라주 남부 웨스턴 가츠 열대림에만 서식하며 형광색 금속성 광택을 띤다. 화려한 색은 타란툴라에서 일반적으로 포식자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거나 위장 기능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물다양성 전문매체 Mongabay 보도에 따르면 이 종은 2014년 3월 학계에 기술된 지 8개월 만에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기 시작했다. 타란툴라 연구자 지샨 미르자(Zeeshan Mirza)는 "현재도 많은 애완동물 판매사이트에서 이 종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르자는 Mongabay에 "타란툴라는 뼈가 없어 공항의 X-ray 검색으로 쉽게 탐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택배를 통한 불법거래가 쉽고, 동시에 적발이 어려운 이유다.
Fauna & Flora에 따르면 도로 확장, 폭우로 인한 서식지 파괴도 이 종을 위협하고 있다. 무지개 타란툴라는 아직 IUCN 공식 평가를 받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서식지가 작고 불법거래가 빨리 퍼지는 탓에 멸종위기가 우려한다. 현재 정확한 개체수 데이터는 없으며 보전팀이 기초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Fauna & Flora는 이 동물들을 2026년 주목해야 할 멸종위기종으로 선정하면서 "보호작업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시아 창머리뱀은 Fauna & Flora가 세인트루시아 산림부, 보건부, 듀렐야생보전신탁, 리와일드와 협력해 교과서 수정과 인식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Fauna & Flora는 "'공공의 적 1호'에서 '희귀한 국가보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보호장비 제공, 응급처치교육, 항독소치료 접근성 개선도 진행 중이다.
천산갑의 경우 국제적 노력이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국가 의료보험에서 천산갑 제품을 제외했고, 2020년 6월 천산갑 비늘을 전통의학 공식 성분목록에서 삭제했다. 동시에 천산갑 세 종을 최고 등급 국가 보호종으로 격상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천산갑은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런던 기반 환경조사기구(Environmental Investigation Agency, EIA)는 56개 중국 기업이 64개 천산갑 제품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지개 타란툴라에 대해서는 현장조사, 지역사회 참여, 인식개선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보전 리더십 프로그램(Conservation Leadership Programme)의 지원으로 GPS 매핑, 개체수 조사, IUCN 레드리스트 등재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