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태균 무죄’에, 尹 재판이 흔들린다
공천·여론조사 프레임의 한계가 드러났다

김건희 여사의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무죄 판결은 단일 사건의 결론에 머물지 않습니다.
핵심 증인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부정한 법원의 판단은, 같은 구조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의 논리적 토대까지 흔들고 있다는 법조계 평가가 나옵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가 지난 28일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같은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여론조사 제공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고, 그 대가로 공천을 약속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 결론의 중심에는 ‘명태균’이라는 인물이 놓여 있습니다.
■ ‘여론조사=재산상 이익’ 논리, 법원에서 멈췄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결과가 김 여사 부부에게만 제공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명씨가 같은 자료를 여러 정치권 인사에게 무상으로 배포한 사실이 확인된 이상, 특정인에게 귀속된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성립의 출발점 자체가 무너진 셈입니다. 특검은 여론조사 비용 상당액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봤지만, 법원은 ‘비용’이 아니라 ‘귀속’을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제공 방식과 범위가 특정되지 않은 이상, 범죄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이 논리는 윤 전 대통령 재판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일한 여론조사, 동일한 제공자, 동일한 구조의 혐의이기 때문입니다.

■ “과장이 심하고 망상적”… 핵심 증인 판단이 바뀌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명태균 씨에 대한 법원의 평가입니다.
재판부는 명씨를 두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고 명시했습니다.
의심을 넘어, 증언 전반의 신뢰도를 낮춘 판단입니다.
명씨는 주변에 “공천은 김건희 여사의 선물”이라고 말해왔지만, 재판부는 이를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은 당시 당 공천심사위원회의 토론과 표결을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 판단은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선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핵심 증인의 진술 신빙성이 이미 법원에서 부정된 상황에서, 같은 진술에 기대어 유죄를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증거 채택과 신빙성 판단 과정에서 선행 판결의 영향력을 무시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이번 판결을 적극적으로 인용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 공천은 정치의 영역, 형사는 입증의 문제
법원은 공천 과정을 정치적 평가의 대상으로 확장하지 않았습니다.
공천이 문제라는 주장과, 공천이 형사 범죄로 입증됐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정무적 의혹이 곧바로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로 해석됩니다.
이로 인해 윤 전 대통령 재판 역시 정치적 해석의 영역이 아니라, 입증 구조 자체를 다시 검증받는 국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 방조 판단을 하지 않은 재판부, 엇갈린 평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방조범 성립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은 점을 두고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방조 혐의는 공방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판단을 확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과 “당사자주의에 충실한 판단”이라는 평가가 맞섭니다.
검사 출신 인사들은 공소장 변경 없이도 방조범 판단이 가능했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법원 내부와 학계에서는 피고인 방어권을 고려할 때 직권 판단은 오히려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공소장 변경 없이도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굳이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해하기 난해한 선고”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재판부가 사전에 언급 없이 방조 혐의를 판단할 경우, 피고인이 다툴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설령 방조에 해당하더라도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 판결이 던진 질문은
이번 무죄 판결은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형사 재판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되는지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의혹의 크기가 아니라 증거의 무게, 말의 강도가 아니라 입증의 구조가 기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됐습니다.
명태균이라는 증인, 여론조사라는 물증, 공천이라는 결과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에 대한 부담은 이제 검찰과 특검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결론이 어디로 향할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선이 동시에 쏠리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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