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걸…' 라고 할 때 살 걸…램 말고 스마트폰, 노트북 값도 오른다? [스프]

⚡ 스프 핵심요약
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수요로 인해 메모리(램, SSD), 구리, 변압기, 광케이블 등 관련 부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 소비자들의 PC, 노트북, 스마트폰 구매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램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하는 등 AI 인프라 경쟁이 개인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인 비용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여 인근 주민들의 전기료 인상 및 물 부족 문제 등 환경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사회 갈등과 개발 계획 철회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요즘 메모리 가격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어제 가격보고 오늘 가격을 보면 그 사이에 또 올라 있고요, 내일은 얼마만치 오를지 걱정이 될 수준입니다. 스펙 높고 휘황찬란한 램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립 컴퓨터에 가장 기본으로 넣는 시금치 램 가격이 30만 원을 훌쩍 넘기고 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미쳐버린 메모리 시장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5가지 그래프를 통해 메모리 가격 폭등은 왜 일어났는지와 또 그 이면에 감춰진 데이터센터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트럼프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트럼프와 유럽 사이의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설전이 이어졌더라고요.

미국은 그린란드 편입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에게 관세 100%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어요. 유럽은 이례적으로 트럼프에 반발하며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했죠.
제2차 관세전쟁의 기미가 보이자 미국 기술주 M7 종목들이 동반 추락해 버렸습니다. 경제가 출렁이자 일단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무력 사용은 없을 거고 보복관세도 철회하겠다면서 한 발 물러섰지만, 유럽은 여전히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날을 세우고 있죠.

작년 2월 샌디스크의 주가는 36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9월에 100달러를 찍더니 1월 22일엔 기어이 500달러를 넘겨 버렸습니다.
샌디스크는 사실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많이 익숙한 기업입니다. USB나 외장하드 브랜드로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한때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보급형 USB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할 정도로 저력이 있던 회사입니다.
물론 세계금융위기 시절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에게 인수되기도 했죠. 사실 그전에 우리나라 삼성전자도 샌디스크 인수에 뛰어들었는데 인수 가격으로 기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여하튼 그러다가 2023년에 웨스턴 디지털이 다시금 샌디스크를 독립된 회사로 되돌리기로 결정하면서 재상장된 것이죠. 재상장된 뒤 1년도 되질 않아서 주가는 10배 넘게 뛰어올랐고, S&P 500 지수에 편입될 정도로 상승세가 대단합니다.
도대체 샌디스크의 주가는 왜 이렇게 오른 걸까요?
2025년 이후 데이터센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AI를 학습시키는 데에 GPU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실 데이터센터에는 GPU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메모리도 엄청나게 필요하죠.

AI 모델이 학습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 데이터를 가져오고 저장해 둘 곳인 메모리도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2026년 전 세계 메모리 생산량의 최대 70%가 이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될 것으로 예측될 정도죠.

HBM이 GPU의 연산 과정을 도와주는 작업대 역할로서 수요가 급증한다면 저장소 역할의 메모리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과거에 자료들을 담아두고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공간,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거죠.

젠슨 황은 지난 1월 CES에서 앞으로 스토리지 영역이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라 전망했어요. 이 발언 이후 샌디스크 주가는 27.6% 치솟아버렸죠. 왜냐하면 샌디스크가 만드는 SSD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이 SSD 가격도 폭등해서 금값보다 비싸졌어요.
샌디스크뿐 아니라 샌디스크의 모회사 웨스턴 디지털도, 또 시게이트의 주가도 두 자릿수 넘게 올랐습니다. 웨스턴 디지털과 시게이트는 도시바와 함께 세계 3대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로 묶이는데, 바로 이들이 스토리지 회사들이죠.

2025년 3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전 세계 D램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그리고 마이크론으로 이어지는 3파전 상황입니다. 3개 기업들이 나눠먹는 메모리 시장에서 최근 AI 데이터 센터 영향으로 HBM 수요가 크게 늘어났어요.
하지만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들이 만들 수 있는 웨이퍼 생산 용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정된 웨이퍼들은 대부분 HBM 생산에 우선적으로 할당되고 있어요. 일반 램보다 HBM의 가격이 훨씬 비싸니까 기존 램 라인도 HBM 생산 라인으로 바꾸고 있고요.

2025년 9월부터 현재까지 램 현물 가격은 5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최근 세대인 DDR5의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이전 세대인 DDR4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죠.
SSD 가격 상승도 비슷한 이유에서 입니다. SSD에 들어가는 낸드 플래시 라인에서도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성능 제품이 우선시되면서 공급이 부족해졌거든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시작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AI라는 거대한 수요가 이번 한 사이클만 오지 않을 거라는 거죠. HBM 수요가 앞으로 줄어들까요? 또 SK하이닉스, 삼성, 마이크론이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말고 소비자용 메모리 생산을 크게 늘릴까요? 쉽게 그렇다고 얘기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램 공급 부족은 이어지겠죠. 램이 들어가는 PC,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폰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을 테고요. 2026년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2027년, 그다음 해까지도 흐름이 이어질 수 있죠.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만 빨아들이는 게 아닙니다. AI 시대에 '새로운 석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광받고 있는 구리도 엄청 사용하고 있죠. 일단 구리 가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구리의 글로벌 가격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런던금속거래소의 구리 선물 가격 그래프입니다. 가격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져오면서 최근엔 만 3,000 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어요.
구리는 우리 산업 곳곳에 안 쓰이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요한 원자재입니다. 경기가 좋으면 구리를 많이 써서 가격이 오르고, 경기가 침체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보통 흐름이죠. 하지만 최근엔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구리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요. 왜냐고요? 데이터센터가 구리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있으니까요.

2009년에 시카고에 지어진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입니다. 이곳에만 2,177톤의 구리가 들어갔어요.

문제는 구리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겁니다. 기존의 구리 광산은 노후화되어 있고, 새롭게 개발하는 데엔 10년 이상 걸리거든요. 그 사이 구리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니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그 덕에 우리나라 전력기기 업체들은 역대급 실적을 경신중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변압기를 만드는 기업들은 이미 5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고 하더라고요.
광케이블 수요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구리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혈관 역할을 한다면, 광케이블은 데이터를 옮겨주는 일종의 신경계 역할을 합니다. 물론 예전엔 광케이블을 쓰지 않고 구리선을 쓰기도 했는데,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많아서 광케이블이 필수적이죠.
그 덕에 광케이블 세계 1위 기업인 코닝의 주가도 급상승 중입니다. 예전 닷컴 버블 시절 달성했던 100달러가 얼마 멀지 않았는데 결국 1월 28일 기준으로 100달러를 돌파했어요.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곳에 사는 주민들은 더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가령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인근 부지의 임대료가 오른다거나, 데이터센터 때문에 내가 내던 세금이 덩달아 오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주민들의 반발도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로 가보겠습니다. 버지니아 주는 세계 최대의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입니다. 데이터센터가 너무 많아서 주 전체 전력의 4분의 1 정도가 오롯이 데이터센터들의 몫일 정도죠.

2023년에 평균 14.3센트, 2024년에 14.5센트 수준이었던 요금이 2025년엔 급상승합니다. 15~16센트 선으로 전기요금이 훌쩍 뛰어버렸고, 지난 9월엔 16.62센트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죠.

"내가 쓰지도 않는 전기 때문에 내 전기 요금이 오른다고?" 주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행동에 나섰습니다. 어떻게요? 투표로 말이죠.

결국 전기료 부담 전가 문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민주당이 공화당을 크게 누르고 승리합니다. 뉴저지에서도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민주당 미키 셰릴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고요.
전력만큼 데이터센터가 많이 쓰는 게 있습니다. 바로 물이죠. 데이터센터의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엄청난 물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그냥 물이 아니라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 물을 두고도 주민들과 데이터센터, 나아가 빅테크 기업들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불만이 점점 더 많이 표출되면서 2025년 2분기에만 미국 전역에서 약 980억 달러 규모의 개발 계획이 무산될 정도입니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면서 샌디스크와 시게이트, 코닝 같은 기업들의 주가는 치솟았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분명 좋은 소식입니다.

AI 인프라를 두고 벌어지는 속도전 경쟁 속에서 우리가 치러야 할 명세서는 생각보다 훨씬 깁니다. 기술의 발전은 반드시 대가를 동반하니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Sandisk Corporation Stock Price|Yahoo Finance
- Global DRAM and HBM Market Share: Quarterly|Counterpoint
- DDR5 DRAM Spot and Contract Price | TrendForce
- LME Copper Official Prices graph | London Metal Exchange
- Virginia Price Data |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수영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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