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2026 AI 인사이트 ④ 피지컬 AI 2026: '로봇·제조·물류'에서 AI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황정호 기자 2026. 1. 3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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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똑똑해진 로봇의 뒤에는 시뮬레이션·디지털 트윈·엣지 추론 기술 있어
제조 현장은 AI를 ‘보고·판단’시키는 단계를 넘어 공정·설비·로봇을 묶어 운영하는 단계로
물류는 피지컬 AI의 가장 빠른 수요처, 피킹·분류·이송이 자동화… 휴머노이드 PoC까지

[편집자주]

2026년 새해, AI 산업의 무게중심은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확장(스케일)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들은 더 낮은 추론 비용, 에이전트의 대규모 운영, 전력·데이터센터·GPU 같은 인프라 병목, 그리고 신뢰·보안·거버넌스라는 규칙의 변화를 동시에 마주했다. 한국도 반도체·제조 기반의 강점을 갖고 있지만, 전력과 컴퓨팅 자원, 인재 확보, 규제 해석과 국제 표준 대응 같은 과제가 한꺼번에 커지는 국면이다. 이에 테크42는 이와 같은 글로벌 AI 산업 환경과 한국이 마주한 도전을 신년 기획 '2026 AI 인사이트'로 소개한다.

올해 ‘피지컬 AI(Physical AI)’는 더 이상 미래의 단어가 아니다. 핵심은 ‘로봇’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술 고도화로 상용 제조가 가능해진 로봇 기술에 AI가 더해져 현장에서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첫 무대가 제조와 물류다. (이미지=젠스파크로 생성)

올해 ‘피지컬 AI(Physical AI)’는 더 이상 미래의 단어가 아니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를 로봇·창고·공장 등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자율 시스템에 AI가 ‘구현(embodiment)’된 것으로 정의하며, 이를 위한 컴퓨팅·시뮬레이션·배치 스택을 전면에 내세운다. 각종 산업 보고서 역시 올해 테크 트렌드 맥락에서 피지컬 AI를 “현실 환경을 지각·이해·추론·상호작용하는 AI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핵심은 ‘로봇’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술 고도화로 상용 제조가 가능해진 로봇 기술에 AI가 더해져 현장에서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첫 무대가 제조와 물류다.

로봇으로 운영되는 제조 공장 실행에 옮기는 현대자동차

최근 이와 같은 전환을 ‘제조 운영 모델’로 가장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곳 중 하나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피지컬 AI를 단순한 로봇 쇼케이스가 아니라 공장 생산성·안전·인력 부담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운영 스택으로 규정하고, 로봇을 현장에 실제로 배치·확산하는 로드맵을 일정과 수치로 제시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공장(HMGMA)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생산 준비(Production-ready)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초반에는 부품 시퀀싱(parts sequencing) 같은 물류·준비 작업부터 시작해 이후 조립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핵심은 ‘휴머노이드가 들어온다’가 아니라, 휴머노이드를 공장 ‘운영 변수’로 다루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적용을 단계화하며(초기 물류성 반복 작업 → 이후 조립/복합 작업), 동시에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 구축 계획까지 언급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측은 지난 CES 2026에서 ‘2년 내(2028년 전후) 현장 투입’을 거론했다. 특히 아틀라스가 대부분의 작업을 하루 이내에 학습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점은 피지컬 AI의 승부처가 더 이상 ‘멋진 데모’가 아니라 현장 신뢰성과 학습·운영 속도로 전환 됐음을 의미한다. (사진=현대자동차)

다시 말해 ‘로봇이 일부 공정을 돕는 공장’이 아니라 로봇이 상시 투입되는 공장 운영을 전제로 산업화를 설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측은 지난 CES 2026에서 ‘2년 내(2028년 전후) 현장 투입’을 거론했다. 특히 아틀라스가 대부분의 작업을 하루 이내에 학습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점은 피지컬 AI의 승부처가 더 이상 ‘멋진 데모’가 아니라 현장 신뢰성과 학습·운영 속도로 전환 됐음을 의미한다.

이 흐름을 제조 전략으로 묶어주는 키워드가 SDF(Software-Defined Factory)다. 현대차는 CES 2026에서 ‘AI Robotics Strategy’를 공개하며 SDF를 데이터·소프트웨어 기반의 고도화된 스마트 팩토리로 정의하고, 제조 전 공정의 유연성과 민첩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즉 공장·설비·로봇이 각자 똑똑해지는 것을 넘어, 공장 전체가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처럼 움직이며 사람과 로봇이 같은 규칙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운영되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다. 또한 현대차는 별도 CES 2026 하이라이트 콘텐츠에서도 ‘Software-Defined Factory로의 전환’과 ‘connected system’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람이든 로봇이든 현장에서 얻은 경험이 다시 시스템 학습으로 환류되는 방향을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전략이 ‘휴머노이드 단일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iREX에서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양산형(생산 준비 완료) 자율 이동 로봇 플랫폼 ‘MobED’를 공개하며,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물류·이동·현장 지원 영역에서 ‘배치 가능한 로봇’의 라인업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올해 피지컬 AI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로봇·제조 운영·디지털 트윈·현장 추론(엣지/데이터센터)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돌아가게 만드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이 본격화된 이후는 더 놀라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피지컬 AI가 ‘배치 가능한 기술’이 된 3가지 조건
엔비디아는 자사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산업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등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용 라이브러리·마이크로서비스”로 설명한다. (이미지=엔비디아 옴니버스 페이지 캡처)

피지컬 AI가 2026년의 현실 이슈로 떠오른 배경에는, 세 가지 기반 변화가 겹쳐 있다. 첫째,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이 학습·검증의 표준 공정이 됐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산업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등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용 라이브러리·마이크로서비스”로 설명한다. 로봇은 사람처럼 시행착오로 배울 수 없다. 안전·비용·속도 때문에 가상 환경에서 수천~수만 번 실패를 먼저 시키는 방식이 ‘기본값’이 되는 순간, 피지컬 AI는 제품 개발 공정으로 들어온다.

둘째, 엣지(현장) 추론 스택이 구체화됐다. 현장에 적용된 로봇·AGV·비전 시스템은 찰나의 클라우드 왕복 지연 조차 발생하면 안된다. 엔비디아가 로보틱스를 위한 ‘세 대의 컴퓨터(학습-시뮬레이션-현장 배치)”를 이야기하며, 공장·창고·자율 시스템이 현실에서 ‘돌아가는’ 구조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휴머노이드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적용 조건’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술은 화려하지만, 현장은 늘 냉정하다. 비용·안전·설비 변경 부담이 큰 만큼 사람이 있는 환경에서 바로 쓰는 범용 로봇보다는, 정해진 작업(피킹·포장·이송·검수)부터 자동화하는 방향이 먼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각 산업 보고서들이 피지컬 AI·휴머노이드 논의를 ‘현실 시스템과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조 2026: ‘스마트 공장’에서 ‘AI가 공장을 운영’하는 단계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보 시리즈.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가 되며(지분 확대 및 자회사 편입) 휴머노이드 등 미래 로봇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앞의 분석들을 종합하면 제조에서 피지컬 AI의 본질은 로봇 한 대가 아니라 공장 운영 방식의 재설계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공정을 모델링하고, 설비·로봇·물류 흐름을 시뮬레이션한 뒤, 현장 로봇과 비전 시스템이 데이터를 다시 올려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구조가 된다.

한국에서는 이 그림을 ‘산업 인프라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하여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디지털 트윈 플랫폼(Omniverse) 등을 기반으로 제조 AI 클라우드/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엔비디아와 GPU 도입 및 주권 AI 모델 개발 협력을 추진 중이다. 즉 제조 현장에서 피지컬 AI를 굴리려면 로봇만이 아니라 데이터·시뮬레이션·컴퓨팅 기반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정책·산업 차원으로 확장된 셈이다.

또 다른 축은 로봇 자체의 생태계 확대다. 삼성전자 역시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가 되며(지분 확대 및 자회사 편입) 휴머노이드 등 미래 로봇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제조 관점에서 보면, 단순 신사업이 아니라 현장 자동화를 ‘범용 플랫폼’으로 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미 공장에는 산업용 로봇 대거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올해의 관전 포인트는 그 로봇들이 AI로 인식하고(vision), 판단하고(reasoning), 작업을 이어받는(workflow)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물류 2026: 자동화의 끝은 ‘휴머노이드 PoC’로 간다
CJ대한통운 오토스토어.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이 담긴 바구니를 로봇이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최근 살짝 불거졌던 AI 회의론과 함께 ‘AI 기술이 돈이 되는지’를 따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물론 AI 산업 성장 기대감으로 인해 그러한 회의론은 이내 수그러들었지만, 그런 ROI(투자수익율) 관점에서 본다면 피지컬 AI가 가장 빠르게 돈이 되는 곳은 물류다. 이유는 단순하다. 물류는 반복·표준 작업이 많고(피킹·분류·이송), 인력난·비용 압박이 크며, 자동화 효과가 KPI(핵심성과지표)로 바로 잡힌다.

국내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CJ대한통운의 AI 휴머노이드 로봇 PoC(개념증명)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물류업계 최초로 AI 휴머노이드 로봇 PoC를 진행했고, 군포 풀필먼트센터에서 실제 패킹·분류 작업에 로봇을 투입해 소프트웨어와 로봇 하드웨어의 통합 운영을 검증 중이다. 다만 이 사례는 ‘휴머노이드가 사람 일을 대체한다’는 수준의 시도는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물류 현장의 특정 공정에 로봇이 들어갈 최소 조건을 확인하는 실험에 가깝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피지컬 AI가 실제 ‘현장’으로 넘어갔다는 증거는 될 수 있다.
쿠팡의 대구 풀필먼트 센터(대구FC). 고객들이 주문한 제품을 각각의 로봇이 운반하고 있다. (사진=쿠팡)

두 번째 축은 풀필먼트 센터의 로봇 대량 운영이다. 최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쿠팡의 경우 이미 2022년부터 자사 풀필먼트 센터에 무인 지게차,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량), 디팔레타이징 로봇 등 ‘지능형 로봇’을 운영 중이다. AGV가 바코드를 읽어 작업장까지 물품을 운반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세 번째는 창고 자동화 시스템과 디지털 트윈의 결합이다. CJ대한통운은 ‘오토스토어(AutoStore)’ 같은 큐브형 자동화 시스템을 소개하며 로봇이 피킹 물품을 작업자에게 전달하는 구조와 함께 물류센터 운영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방향을 강조해 왔다. 결국 올해 물류 피지컬 AI는 ‘로봇이 현장에 들어왔다’를 넘어 다수의 로봇(플릿)이, 운영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디지털 트윈과 현장 추론이 핵심 인프라가 되는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이번 기사를 종합해 보면 올해 피지컬 AI 성패는 “얼마나 싸고, 안전하게, 크게 굴릴 수 있나”에 달려있다. 피지컬 AI는 기술 트렌드이면서 동시에 산업의 ‘운영 문제’가 된 것이다. 그 최전선에서  피지컬 AI는 비용(설비·전력·추론), 안전(사고·책임), 스케일(로봇 플릿 운영)이라는 더 광범위한 변수를 맞닥뜨린다.

다음 5편에서는 이 흐름을 한국 관점에서 더 좁혀, 한국이 피지컬 AI에서 잡을 수 있는 레버리지(제조 경쟁력·물류 인프라·로봇 생태계·디지털 트윈·반도체)와 올해의 변수를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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