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한의 벤치톡] 40살 외국선수, 먼버지의 시간

홍성한 2026. 1. 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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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홍성한 기자] “벤치에서 함께 뛰고 있다.”

KBL에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시간이 더 길지만, 국제대회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명의 외국선수가 동시에 설 수 있는 무대. 그래서 EASL(동아시아슈퍼리그)은 ‘먼버지’ 대릴 먼로(40, 197cm)에게 그 누구보다 반가운 시간이다.

서울 SK는 2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푸본 브레이브스(대만)와 A조 예선 최종전에서 89-78로 승리, 최소 2위(4승 2패)를 확보하며 다른 팀 결과와 상관없이 파이널스 진출을 확정했다. 파이널스는 오는 3월 18일부터 22일까지 마카오에서 열린다.

먼로는 조별리그 6경기 가운데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유일하게 풀타임이 아니었던 경기에서도 39분 50초를 뛰었다. 5경기 중 한 경기는 연장까지 이어지며 무려 45분을 소화하기도 했다. 

 


한국 나이로 40살. 먼로의 투혼은 SK를 이끄는 전희철 감독도 말리지 못했다.

전 감독은 “자기는 EASL 경기가 너무 좋단다(웃음). ‘야, 너 힘들지 않아?’라고 물으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걱정 말라고 한다. 먼로는 40분을 뛰고 나면 바로 몸이 올라온다. EASL 없이 KBL 정규시즌만 계속 치르면 컨디션이 떨어질 텐데, EASL 덕분에 컨디션 유지가 된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한 번 쉬게 해주려고 뺐다가, 자기가 더 뛰고 싶다며 그대로 두라고 하더라. 힘들면 이야기하겠다고 했다(웃음). 이렇게 같이 하면 재밌다”라고 덧붙였다.

28일 경기 전 만난 먼로는 “경기에 나서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자밀 워니와 함께 뛸 수 있다는 점도 즐겁다. 이런 분위기 자체가 나에겐 훨씬 더 흥미롭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날 경기에서 먼로는 풀타임을 소화, 9점 18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로 활약했다.



‘먼버지’

KBL에서 2옵션 외국선수는 출전 시간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6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장수 외국선수인 먼로(이번 시즌 평균 11분 37초 출전)는 베테랑으로서 이 역할을 받아들이고 훌륭하게 수행 중이다. 진짜 가치는 여기에 있다.

KBL 첫 시즌이었던 2018-2019시즌(고양 오리온 소속)만 해도 47경기에서 평균 34분 36초를 소화하며 19.4점 11.8리바운드 5.4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했다. 한 시즌에만 트리플더블 4차례를 작성하는 등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뽐낸 외국선수였다. 당시에는 외국선수 2인 동시 출전이 가능했기에 포워드인 먼로의 활용 폭도 넓을 수 있었다.

제도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며 먼로의 역할도 달라졌다. 이제는 베테랑이자 2옵션 외국선수다. 벤치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벤치 리더’로서, 오마리 스펠맨(전 정관장)처럼 다루기 까다로운 외국선수를 다독이는 일 역시 그의 몫이었다. 그렇게 ‘먼버지’라는 애칭이 따라붙었다.

전 감독은 “선수들한테 지적을 진짜 잘해준다. 거의 코치다. 전반전 끝나고 들어오면 선수들 한 명 한 명 붙잡고 조언을 남긴다. 워니도 먼로 말을 정말 잘 듣는다. 먼로에게 외국선수들만 느낄 수 있는 카리스마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먼로는 벤치에서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출전하면 코트에서 하는 게 내 일이다. 출전하지 못하면 내 일은 벤치에 있는 거다. 감독님이 코트 위의 모든 걸 보긴 힘들다. 다른 시각으로 상황을 보고 도움을 주려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내 마인드는 항상 같다. 도움. 언제나 팀을 돕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내려 한다. 어디에서 도울 수 있고, 누구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를 계속 생각한다. 그게 내 역할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먼로는 또 “내가 2옵션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많이 뛰지 못할 거라는 것도. 그런데 괜찮다. 나에겐 또 다른 일이 있다. 코트에서 40분을 뛰지 못해도 벤치에서 40분을 뛰고 있다. 그래서 난 여전히 즐겁고 행복하다”라고 웃었다.

출전 시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꾸준히 경기 감각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먼로는 담담했다. “KBL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래서 감각이 있다. 매번 최선을 다한다. 리바운드, 허슬 플레이, 수비로 팀을 하나로 묶는 것, 그것이 코트에서 내 일이고 내가 지닌 멘탈리티다.”

말을 마친 먼로는 조용히 코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진_EASL 제공, 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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