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한 줄에 50만 원”…취업난 속 ‘서류 위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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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공기업 상관없이 가능합니다. 생년월일과 근무 기간만 알려주세요." 텔레그램을 통해 한 서류 위조 업자에게 허위 인턴 경력증명서 제작을 의뢰하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답변이 돌아왔다.
취업준비생 박 모(26) 씨는 "인턴 경험이 없으면 서류 합격조차 어렵다 보니 스펙 한 줄이 소중한 상황"이라며 "X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서류 위조'가 오른 것을 보고 순간 혹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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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SNS서 버젓이 서류 위조 성행
취업난 틈타 ‘꼭 필요한 스펙’ 홍보
VPN 해외 우회 등 수법 교묘히 진화
“서류 검증·플랫폼 책임 강화해야”

“사기업·공기업 상관없이 가능합니다. 생년월일과 근무 기간만 알려주세요.”
텔레그램을 통해 한 서류 위조 업자에게 허위 인턴 경력증명서 제작을 의뢰하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답변이 돌아왔다. 업자는 국내 모든 기업의 서류 위조가 가능하다고 자신하면서 “대표이사의 도장이 찍혀 있어 들킬 일은 없다”고 안심시켰다. 의뢰자가 만족할 때까지 수정해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업자에게 가짜 졸업증명서를 요청해 보니 2시간 만에 샘플 사진이 도착했다. 학위 등록번호와 교무처장 도장이 찍힌 증명서는 언뜻 보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했다.
극심한 취업난에 졸업증명서나 경력증명서 등을 허위로 제작하는 업체들이 온라인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스펙 경쟁’에 내몰린 취업준비생의 불안을 자극하며 불법 서류 위조를 버젓이 홍보하고 있었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으로 IP를 우회하는 수법까지 활용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X(옛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 사이트에 ‘서류 위조’를 검색할 경우 관련 업체들이 수십 개씩 노출되고 있다. 직접 가격을 문의한 결과 대학 졸업증명서는 70만 원, 인턴 등 경력증명서는 50만 원 선이었다. 샘플을 미리 제시하고 입금이 이뤄지면 원본을 제공하는 ‘선확인’ 방식을 내건 업체도 있었다. 주민등록증부터 수능성적표까지 각종 서류 위조 후기를 게시하며 ‘10년 무사고’를 홍보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사문서 위변조죄 등이 포함된 ‘문서·인장 범죄’는 2021년 1만 472건에서 2025년 1만 3737건(잠정)으로 4년 만에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이들 업체가 성행하게 된 데는 취업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5%로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들은 ‘취업하기 힘든 요즘 꼭 필요한 학력·스펙’과 같은 문구를 내세워 취업준비생을 노리고 있다. 취업준비생 박 모(26) 씨는 “인턴 경험이 없으면 서류 합격조차 어렵다 보니 스펙 한 줄이 소중한 상황”이라며 “X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서류 위조’가 오른 것을 보고 순간 혹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범죄는 외국인 노동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자 외국인등록증 등 공문서를 위조해주는 브로커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외국인등록증과 건설 자격증을 위조해 외국인에게 판매하거나 이를 구매한 75명을 검거한 바 있다. 위조된 등록증을 구매한 외국인들은 실제 국내 건설 현장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불법 업체들이 추적하기 어려운 해외 플랫폼을 주된 범죄 경로로 삼으면서 검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부분의 업체가 익명성이 강한 텔레그램이나 X 등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과장은 “과거처럼 개인이 포토숍으로 문서를 위조하는 수준을 넘어 현재는 VPN 우회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며 “해외 SNS의 경우 수사 공조가 필요해 검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죄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포털과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각 기관이 제출 서류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고 ‘서류 위조’ 등 특정 키워드를 포털에서 차단하는 기술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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