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트라우마 극복해온 13년… '쿠쿠'의 마지막은 따뜻한 가정집이 될 수 있을까
멍냥 뒷조사 전담
편집자주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오시기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갑작스레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고 거리를 좀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듣는 '경고'였습니다. 동물자유연대 보호소 '온센터'를 찾아 촬영을 진행한 두 해 동안 이런 내용의 주의는 처음 받아봤습니다. 지난 14일 방문을 앞두고,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는 사전 협의 과정에서 예방 차원의 당부를 수차례 남겼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려를 한몸에 받은 주인공 '쿠쿠'(18)는 태연했습니다. 낯선 사람에 격하게 반응하며 큰 소리로 짖는 건 쿠쿠의 룸메이트인 '담비'(12) 뿐이었습니다. 담비 곁에서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는 쿠쿠의 행동에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이 활동가가 주의한 대로 거리를 두며 촬영을 진행하면 큰일은 벌어지지 않겠다 생각하며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카메라를 설치한 뒤로도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그러던 와중, 경고하던 쿠쿠의 '두 번째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이 활동가가 쿠쿠의 눈가 주변에 묻은 먼지를 떼어내려 하는 순간, 쿠쿠가 갑자기 이빨을 보이며 그에게 달려든 겁니다. 깜짝 놀란 촬영팀과 달리, 이미 여러 차례 겪은 듯 이 활동가는 능숙하게 몸을 돌렸고, 쿠쿠도 그 찰나의 순간을 넘긴 뒤에는 다시 양순하게 큰 눈을 뜨며 사람을 바라봤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쩌면 13년 전 그 사건 때문은 아닐까. 쿠쿠를 괴롭혔던 악몽 같은 그날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흉터처럼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차별 폭력으로 맞이한 생사의 고비… "부디 살아만 다오"
어쩌면 오늘 밤이 고비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지난 2013년, 부산의 한 동물병원. 이날 다급하게 실려온 검은 개 한 마리의 상태는 참혹했습니다. 한 쪽 머리는 크게 부어올랐고, 눈에도 피가 맺혀 있었습니다. 상태를 본 수의사는 즉시 개에게 수액과 주사제를 투여했지만,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개는 피를 토하기까지 했습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수의사의 말끝에서 생사가 오가는 심각한 상황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이 개가 감당해야 했던 폭행의 강도는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현장에서 목격한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는 개를 잡아 던지고 발로 걷어찬 뒤 연달아 짓밟았습니다. 한낮의 대도시 공원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폭행에 개는 몸을 가누지 못하다 간신히 벤치 아래로 기어가 몸을 숨겼습니다. 사건의 참혹함은 공원 바닥 곳곳에 묻은 피가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목격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학대자를 현행범으로 잡아 조사했지만, 더 큰 문제는 개의 생사였습니다. 목격자의 구조 요청에 현장에 달려온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개를 동물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머리에 큰 상해를 입은 뒤였습니다.
"부디 살아만 다오…. 남은 뒷감당은 어떻게든 할 테니…." 활동가들은 병원에서 양손을 붙들고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 덕분인지 개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며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다행히 개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학대범은 다시는 개를 찾지 않았고, 활동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개에게 '쿠쿠'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온센터로 옮겼습니다.
13년이 지나도… 흉터처럼 남은 '폭력의 기억'

고비를 넘긴 뒤 쿠쿠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처음에는 걷기도 어려워했지만, 곧 도움 없이 네 발로 걸었습니다. 부어오른 머리도 가라앉았고, 돌아가 있던 안구도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기적적으로 회복한 몸과는 달리, 마음의 상처는 깊은 듯했습니다. 입소 직후뿐 아니라 입소 후 5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쿠쿠의 행동에는 트라우마로 짐작될 법한 행동들이 엿보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낯선 인기척이 느껴지면 쿠쿠는 즉시 벽 너머로 몸을 숨겼습니다. 마치 지금 막 폭행을 당한 듯 움직임도 매우 다급했습니다. 몸을 피할 수 없으면 입질로 대응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그런 행동은 점차 완화됐습니다. 그러나 두려움과 경험에 기인한 방어적 행동은, 그날의 폭력을 잊을 법한 13년이 지난 지금도 흔적처럼 남아 있습니다.

처음 보셨던 그 행동은 확실히 이전에 비하면 많이 수그러든 편이에요. 제가 온센터에 오고 난 뒤에는 낯가림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쿠쿠의 사연을 나중에 알고 놀라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미용할 때는 여전히 강하게 저항해요. 그런다고 털이 짧게 자라는 것도 아니라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 입마개를 하고 미용을 하고 있어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그래서 쿠쿠의 입양을 추진도 신중했다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새 노령성 심장질환도 발견될 만큼 나이가 들었습니다. 약을 매일 먹고 수액 처치도 받으면서 공격성을 함께 해결해 볼 가족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렇기에 활동가들은 쿠쿠의 마지막까지 책임질 각오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쿠쿠에게도 남은 삶을 함께해 줄 가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쿠쿠에 대한 입양 문의는 전혀 없었어요. 설사 관심 정도의 문의가 왔다 하더라도 아마 입질 이야기를 사전에 고지하면서 더 진행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쿠쿠 이야기를 꺼내는 건 항상 조심스러워요.
물려도 괜찮으신 분은 없겠지만, 쿠쿠가 눈 감는 날까지 그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함께 나아가주실 분이 계시다면 저희는 언제든 환영이고 드릴 수 있는 모든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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