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갑질에 폭락한 한진칼...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40% 급등했다 [시그널]
땅콩 회항, 물컵 갑질에 시총 하락
국민연금 개입하자 주가도 정상화
이 기사는 2026년 1월 29일 17:17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2’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처음 도입할 때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장기 투자 문화 확립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주주 행동 확대의 근거로 한진칼(180640)을 꼽았다.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로 추락했던 한진칼의 주가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정상화됐다는 것이다.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은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관계된 사건이다. 땅콩 회항은 2014년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대한항공(003490) KE086기의 일등석에서 발생했다.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여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의 고함에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는 방향을 틀어 탑승구로 되돌아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여승무원이 견과류를 봉지째 서비스한 것을 두고 메뉴얼대로 하지 않았다며 화를 냈다고 한다. 여승무원과 당시 박창진 사무장을 무릎 꿇리고 파일철로 손등을 내리치거나 어깨를 밀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오너의 딸’인 조 전 부사장의 이런 ‘갑질’은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블라인드 앱에 빠르게 퍼졌고, 사흘 뒤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물컵 갑질은 한진그룹의 오너일가인 조현민 한진 사장이 2018년 4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고 폭언을 한 사건이다. 조현민 사장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은 사회적 문제로 끝나지 않았고 한진칼의 주가에 영향을 주면서 자본시장으로 까지 문제가 확대됐다. 오너일가의 행동이 기업 리스크로 인식되면서 한진칼의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땅콩 회항 당시 2014년 12월 조현민 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대한항공과 모기업인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약 2458억 원가량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주가는 각각 직전 거래일 대비 대한항공 주가는 4.80%, 한진칼 주가는 6.43% 하락했다.
당시에는 시장 상황도 우호적이었다.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수혜 기대를 반영해 12월초부터 검찰 수사 직전까지 대한항공의 주가는 19.05% 가량 급등했다. 상승세를 타던 주가가 땅콩 회항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하락세로 전환된 것이다. 단순 상승 동력이 사라진 것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감소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당시 지배적이었다.
물컵 갑질도 한진그룹 기업가치에 중차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조현민 사장의 물컵 갑질 논란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8년 4월 11일 종가 기준 한진그룹주의 시총은 6조 1780억 원이었다. 이후 일주일이 지난 17일 기준 한진그룹의 시총은 5조 8580억 원으로 약 3200억 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이 기간 대한항공의 주가는 6.13%, 한진칼은 3.64%나 빠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은 한진그룹의 오너일가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본 것이다. 국민연금은 2019년 2월 1일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하고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경여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다만 대한항공에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한다”며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비경영 참여적인 주주권 행사는 좀 더 최대한 행사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좀 더 준비된 다음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투자회사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논의는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며 불거졌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로 주주가치를 훼손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첫 대상이 됐다.
당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주된 의견은 경영진 일가의 일탈 행위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에 최소한의 상징적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해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김 이사장은 2018년 16대 국민연금 이사장을 역임할 당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장본인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두번째 임기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2를 만들겠다”며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어느 특정 기업의 리스크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본다면 당연히 관여해야 한다”며 일례로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태를 들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주가 급락에 비공개서한과 공개서한을 잇따라 보냈지만 한진칼 측에서는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자 한진칼 주가가 수직상승했다”며 “투자 대상의 리스크 없는 성장을 위해 모든 관여 전략을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선언에 이후 2만 7700원이던 주가는 연말 종가 기준 4만 원으로 치솟으면서 약 44.40%나 치솟았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자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김 이사장이 언급한 대목이다. 이 같은 실제 사례를 목격했던 만큼 김 이사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2를 적극 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스튜어드십코드) 업그레이드에 대해 정치적인 목적, 배경은 없다”며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막중한 역할에 비해 책임투자를 형식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무늬만 있던 것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장기투자자로서 역할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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