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에 올라탄 지마켓, 왜 H.O.T.를 모델로 썼을까[최수진의 패션채널]

최수진 2026. 1. 3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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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 유튜브 H.O.T. 티저 영상,
하루 만에 조회수 120만 돌파
90년대 추억 가진 3040세대는 기본,
'밈' 좋아하는 1020세대 유입시킬 수 있어

“안대를 벗어주세요!”

이 멘트를 기억하시나요. 2000년대 MBC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인기 코너 ‘게릴라 콘서트’ 진행자의 유행어입니다. 유명 가수들이 예고 없이 길거리로 나가 몇시간 뒤에 열리는 공연에 와달라고 호소하는 게 주된 내용이죠. 50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 성공입니다. 

게릴라 콘서트에서 가장 먼저 관객 1만명을 달성한 가수는 케이팝 1세대 H.O.T.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1호 아이돌이죠. 요즘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자보이즈’에 영감을 준 그룹으로 통합니다. H.O.T.는 당시 보라매공원에서 총 1만1021명을 모았습니다. 여기에 강타, jtL(H.O.T. 해체 이후 장우혁·토니 안·이재원으로 결성된 3인 그룹)까지 1만명 달성에 성공했죠. H.O.T.는 게릴라 콘서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그룹이 됐습니다. 

그런데, G마켓이 이 추억을 다시 끄집어냈습니다. 지난 28일 H.O.T.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게릴라 콘서트’의 명장면을 재현했기 때문인데요. 이날 공개한 15초 분량의 영상에서 다섯명의 멤버가 무대에서 안대를 풀며 광고모델 확정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감격하는 듯한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G마켓은 H.O.T.를 앞세워 2월 12일까지 진행하는 ‘2026 설 빅세일’ 홍보에 나섭니다. 본편 영상은 2월 1일 G마켓 공식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합니다. H.O.T.의 역대 히트곡에 설 빅세일 특가 상품을 유쾌하게 담아 소개할 예정으로, 총 7편의 영상이 나온다고 합니다. 

설운도, 자우림 등을 기용해 밈(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이미지 또는 동영상)으로 유명해진 G마켓이 이번에는 H.O.T.를 앞세운 겁니다. 2001년 해체한 이후 멤버 5명이 모두 모여 광고를 찍은 건 25년 만입니다. 


전략은 벌써 ‘대박’입니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온 H.O.T.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123만회를 돌파했으며,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채널 구독자가 약 5만명밖에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상 인기를 짐작할 수 있죠. 

G마켓은 왜 해체한 지 25년도 넘은 ‘옛날 아이돌’을 모델로 채택했을까요. G마켓이 주력하는 사업 분야와 요즘 소비 트렌드를 들여다보면 답이 나옵니다.  

G마켓이 요즘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패션·뷰티’입니다. G마켓 앱이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가장 상단에 위치한 카테고리는 ‘브랜드 패션’이고, 그다음이 ‘패션의류·잡화·뷰티’입니다. 이 카테고리의 주요 소비자는 3040세대 여성 고객입니다. 이 고객들이 어렸을 적 좋아한 그룹이 바로 H.O.T.고요. 3040세대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겁니다. 

G마켓의 주요 고객은 30~50대입니다. 젊은층보다는 1세대 오픈마켓 사용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익숙한 플랫폼입니다. 마케팅의 거장으로 불리는 잭 트라우트와 앨 리스는 '포지셔닝'이라는 책을 통해 모두에게 호소하지 말라고 합니다. 경쟁 상대가 많을수록 포지션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특정 타깃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구체적인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로 인해 잃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는 ‘컬처 코드(The Culture Code)’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게 무의식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합니다. 

쇼핑에 대한 코드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즐거운 경험이나 사람들이 모여 재결합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상점은 쇼핑에 대한 코드에 부합한다지요. 라파이유 박사가 말한 상점은 오프라인이었지만 온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들이 G마켓을 통해 그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면 이 전략은 성공한 겁니다. 

동시에 1020세대도 유입시킬 수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모든 것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에게 G마켓이 알려진다면 전 세대에 걸쳐 신규 고객을 유치할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2026년 소비 트렌드인 ‘필코노미’도 중요합니다. ‘라이프 트렌드 2026’은 ‘필코노미’란 표현을 썼습니다. 필(느낌)과 이코노미를 합친 단어입니다. 감정이나 기분이 세분화되고 있으며 기분은 소비를 이끄는 동인이 됩니다. 추억과 취향이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G마켓 관계자는 “설 빅세일이 G마켓의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는 빅프로모션인 만큼, 그에 걸맞은 모델로 H.O.T.를 발탁하게 됐다”며 “팬들은 물론, G마켓 고객에게 H.O.T.의 색다른 모습을 통해 설 빅세일의 차별화된 혜택을 담은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작은 좋습니다. G마켓이 이 전략으로 얼마나 GMV(총거래액)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늘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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