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한 이유 무엇이었던가 [세상에 이런 법이]

권혜진 2026. 1. 3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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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입법은 법을 만드는 일이고, 개정은 법을 고치는 일이다. 입법과 개정에는 반드시 수반되는 표현이 있다. 바로 ‘취지’다. 입법과 개정의 목적과 이유다. 입법과 개정이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이는 잘못된 입법과 개정일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무부는 공소청법을, 행정안전부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을 신설해 입법예고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을 통한 검찰개혁이 핵심 목표다. 해당 신설 법령의 취지는 분명하다. 사실상 검찰이 독식해온 수사권과 기소권을 수평적으로 분리해 권한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나누는 모양새를 취했을 뿐, 실제로 나뉜 것은 없다. 한마디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입법이다.

변호사로서 기존 형사법 체계 속에서 경찰과 검찰을 모두 경험해왔다. 고소인에게도, 수사를 받는 피의자에게도 중요한 것은 적법한 수사와 판단이다. 물론 각자의 입장에 따라 엄벌이나 선처를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무엇이 위법해 처벌 대상이 되는지, 혹은 되지 않는지에 대한 수사기관의 1차 판단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법원의 재판은 그다음 문제이고, 결과는 우선 수사 단계에서 크게 갈린다.

수사는 검찰이 잘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경험상 내 대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이다. 경찰이 더 잘하느냐고 물어도 마찬가지다. 경험상 수사는 수사를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지, 소속이 경찰이냐 검찰이냐의 문제는 아니다.

법조인이 더 낫지 않으냐는 질문도 받는다. 법조인의 전문지식과 역량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법조인 자격이 없는 수사관들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역량이나 자격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위해선, 그에 앞선 구체적인 사실관계 정리가 필수적이다. 즉, 증거 수집과 신병 확보 등 선행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법조인의 전문지식에 근거한 판단 역시 정확할 수 없다. 무엇이 더 나으냐, 무엇이 더 중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수사의 역량과 법률 전문성이 모두 필요하다.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입법예고된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을 보면,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할 중수청에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 수사 사법관이 수사관을 지휘·통제하는 이원화 구조가 도입돼 있다. 이는 현재의 검찰청과 다르지 않다. 기존 검찰 조직의 검사와 수사관이 소속만 바꿔서 그대로 일하길 기대하며 만든 법령으로 보인다.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 역시 검사의 직접 인지수사는 금지되지만, 송치받은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는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에서 사실상 가능하다. 심지어 공소청장의 명칭도 ‘검찰총장’으로 유지된다. 헌법 제89조에 명시된 명칭 때문에 변경이 어렵다는 사정이 있다 해도, 도대체 무엇이 이전과 달라졌는지 묻게 된다. 이것이 과연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가.

중수청법은 기존 검사와 수사관이 소속만 바꿔 그대로 일하게 한다. ⓒ시사IN 이명익

전관에서 후관으로 이어지는 법조 카르텔

문제는 검찰만이 아니다. 법조계에는 오래전부터 공고한 카르텔이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전관예우’다.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가 개업하면, 과거 함께 근무했던 법원과 검찰청의 후배들이 이들을 예우해 사건 수임과 업무에 도움을 주는 관행이다.

최근에는 ‘후관예우’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대형 로펌에서 함께 근무하던 변호사들이 경력직으로 법원이나 검찰에 임용된 뒤, 자신이 몸담았던 로펌과 선배들을 예우한다는 의미다. 검찰이 하나의 조직문화를 강조해온 배경에도, 전관이든 후관이든 예우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법원도 다르지 않다. 법관의 양심에만 맡기기에는, 최근 드러난 일부 대법관을 포함한 법관들의 행태가 국민의 평균적인 법 감정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원과 검사(또는 수사 사법관)의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는 한, 법조 카르텔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다시 취지로 돌아가 보자. 검찰청을 폐지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손에 쥔 검찰 권력이 없던 죄를 만들고, 있는 죄를 눈감아주며, 그것이 극히 불공정하게 행사돼왔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검사 또는 검사 출신 인사가 검찰청 폐지 이전과 같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이는 명백히 취지에 반하는 입법이다. 달라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법조인 집단 내부에서만 권력이 순환되는 구조부터 끊어야 한다. 이미 수사가 끝난 사안에 검사가 다시 개입해서 흔드는 일도 없어야 한다.

10년 넘게 변호사로 일해왔지만, 법조인이나 검사가 수사를 더 잘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알량한 자격증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않기를 바란다.

권혜진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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