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물학자가 도스토옙스키에 빠진 이유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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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구는 갈수록 줄어간다.
그중에서도 도스토옙스키라면? 읽을 엄두도 못 내는 이가 많다.
이런 도스토옙스키를 주제로 김영웅 작가(48)는 1년 6개월간 독서 모임을 했다.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모아 책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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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구는 갈수록 줄어간다. 작은 도서 시장 안에서도 고전은 비주류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도스토옙스키라면? 읽을 엄두도 못 내는 이가 많다. 이런 도스토옙스키를 주제로 김영웅 작가(48)는 1년 6개월간 독서 모임을 했다.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모아 책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을 펴냈다. 심지어 김 작가의 본업은 실험생물학자. 대전시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가벼운 첫 질문이 뜻밖의 인생 이야기로 돌아왔다. 김영웅 작가는 포항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유학을 간, 엘리트 코스를 밟은 과학자이다. 탄탄대로는 미국에서 어그러졌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나머지 건강을 해치고, 삶에 회의감까지 들 무렵 책을 읽게 되었다. 책으로 치유받았다고 했다. “뻔한 스토리지만 나에게는 특별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독서를 그때 처음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읽고 쓰는 걸 즐겼던 학창 시절에는 문학을 전공으로 삼을 마음도 품었다. ‘돈을 벌려면 이과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과학을 택했다. 그때부터는 문학과 담을 쌓았다.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는 논문을 읽어야지 소설 ‘따위’를 어떻게 읽나?’라고 생각했다. 정보를 습득하는 인문학 책만 읽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어려울 때 생각나는 건 멀리하던 문학이었다. 대인관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때 도스토옙스키를 만났다고 김 작가는 말했다. ‘인간 본성을 잘 들여다본 작가’라고 들었는데 과연 그랬다. 일과를 마친 뒤면 도스토옙스키 책을 읽고, 시간 날 때마다 SNS에 감상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글이 450편이 넘었다.
김 작가에게 도스토옙스키의 매력을 물었다. 깊이 읽어보지 못한 청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답을 했다. “읽으면 되게 통쾌하다. 그런데 되게 불쾌하게 쓴다. 인간의 진짜 민낯을 드러낸다. 보통 작가들은 그렇게까지 쓰지는 않는다. 도스토옙스키는 우아함이 없이 다 까발린다. 어느 정도의 위기를 만든 뒤에 해소하는 대부분의 소설과 달리 그의 책은 더 세게, 정도를 넘을 때까지 나아간다. 그런 감정을 끝까지 파고들면 그게 쾌감이 된다.” 도스토옙스키를 한창 탐독하던 때가 ‘욕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와 1년쯤 지나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서울이 아니라 대전인데도 10명 넘게 동참했다. 책을 다 읽을 것, 각자 감상문을 써올 것이 조건이었는데 매번 지켜졌다. 독서 모임의 장점을 묻자 김 작가는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먼저 이야기했다. “책은 영화에 비해 독자의 상상력이 중요하다. 영화와 달리 같은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그리는 바가 다르다는 의미다. 10명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10번 읽은 것 이상으로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
김영웅 작가는 독서 모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텍스트의 온전한 이해’만 목적은 아니다. 50대를 목전에 두고, “인생 후반전을 전반전의 연장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자본주의의 피라미드에서 어떻게든 꼭대기로 올라가려 아등바등했다. 후반전은 이런 생활에 거리를 두고, 가진 걸 나누는 삶을 살려 한다. 여전히 그의 본업은 줄기세포와 혈관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런데 ‘취미’인 문학과 출판에, 마음은 퍽 기울어 있다.
대전·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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