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다 간(肝) 수치 폭발합니다”…3개월 넘기면 ‘독(毒)’ 되는 가르시니아
“밥 굶지 말고 이것만 드세요.”
직장인 김모(29) 씨는 최근 SNS에서 본 광고 문구에 혹해 ‘가르시니아’ 성분이 들어간 다이어트 보조제를 덜컥 구매했습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급하게 살을 빼야 했거든요. 효과가 좋다는 후기를 믿고 매일 꼬박꼬박 챙겨 먹은 지 두 달째. 김 씨는 살이 빠지기는커녕 극심한 피로감과 소화불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단순히 ‘명현현상(치유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증세가 격해지는 현상)’인 줄 알고 넘겼지만, 며칠 뒤 거울을 본 김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눈 흰자와 얼굴이 누렇게 뜬 ‘황달’ 증세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살 빠진다더니 병원행”…배신당한 다이어터들
건강과 미용을 동시에 챙기려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 속에 국내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신고는 매년 1000건을 웃돌고 있다. 이 중에서도 ‘체지방 감소’ 제품은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과 함께 부작용 신고 ‘단골손님’으로 꼽힌다.
문제가 되는 핵심 성분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이다. 남아시아의 열대 과일 껍질에서 추출한 HCA(하이드록시시트릭산) 성분이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알려지며 ‘기적의 성분’으로 불렸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성분이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보고서에 따르면 가르시니아 섭취 후 급성 심장마비, 횡문근융해증(근육이 녹는 병), 그리고 심각한 간 손상 사례가 국내외 학계에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명 약사도 경고 “가르시니아, 딱 ‘3개월’만 드세요”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안전할까. 유튜브에서 ‘고약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180만 구독자의 신뢰를 받는 고상운 약사는 최근 자신의 채널 ‘약사가 들려주는 약이야기’를 통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가르시니아를 ‘기간을 정해두고 먹어야 하는 영양제’ 1순위로 꼽았다.
고 약사는 “가르시니아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기능성 원료지만, 간 독성 이슈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성분”이라며 “체지방 감소 목적으로 섭취한다면 1개월에서 길어도 3개월 이하로만 짧게 끊어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장기 복용’과 ‘오남용’이다. 살을 더 빨리 빼고 싶은 마음에 권장량 이상을 털어 넣거나, 1년 내내 습관적으로 복용할 경우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약사는 “간 손상뿐만 아니라 오심, 구토 등 위장관 장애도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덧붙였다.
◆술 마시고 먹으면 ‘독약’…식약처도 칼 빼들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가르시니아 성분이 든 A제품을 섭취한 소비자들이 집단으로 급성 간염 증세를 보여 판매가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들 중 일부는 음주 후 해당 제품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지쳐있는 상태에서,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고농축 영양제가 들어오자 ‘과부하’가 걸린 셈이다.

식약처는 최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을 포함해 국민 섭취량이 많은 기능성 원료 9종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와 안전성 검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영양제를 ‘식품’이 아닌 ‘약’처럼 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SNS 공구(공동구매)나 지인 추천만 믿고 영양제를 쇼핑하듯 사지 말라”며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평소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가르시니아 섭취 전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내 몸을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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