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몽타주, 기억의 인출과 조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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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3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랭커스터의 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농부를 가장한 한 남성이 매대 두 곳 판매 대금을 몽땅 훔쳐 달아났다.
정확한 피해 액수도 알려지지 않은 그 경범죄 사건이 미국 전역에 알려진 건 시 경찰 당국이 배포한 피의자 몽타주(Montage) 때문이었다.
경찰 당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수가 의아해했고 일부는 '장난'이라며 경찰을 성토하게 한 문제의 몽타주가 이룬 '쾌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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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3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랭커스터의 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농부를 가장한 한 남성이 매대 두 곳 판매 대금을 몽땅 훔쳐 달아났다. 정확한 피해 액수도 알려지지 않은 그 경범죄 사건이 미국 전역에 알려진 건 시 경찰 당국이 배포한 피의자 몽타주(Montage) 때문이었다. 한 목격자가 그렸다는 “초보적이고 만화 같은” 그림. 경찰이 진지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우선 장터 사람들이 그 그림의 적확성에 수긍한 데다, 빠듯한 예산을 쪼개 전문 몽타주 화가(공식 명칭 Forensic Artist)에게 의뢰하기엔 사건이 너무 경미했다.
불과 며칠 뒤 한 경찰관이 우연히 수배 전단 속 몽타주를 보고 용의자를 특정했다. 관내 노숙자였던 만 44세 남성 훙 푸옥 응우옌(Hung Phuoc Nguyen)이 몽타주의 특징과 거의 일치한다는 거였다. 경찰은 몽타주를 그린 목격자에게 응우옌의 사진을 보여준 뒤 진범임을 확인, 두 건의 절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당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수가 의아해했고 일부는 ‘장난’이라며 경찰을 성토하게 한 문제의 몽타주가 이룬 ‘쾌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몽타주는 러시아 감독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의 ‘전함 포템킨’ 등 1920년대 영화 덕에 영상 편집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범죄 수사에는 1880년대부터 쓰였다. 영화의 몽타주가 ‘장면’의 조립이라면 수사의 몽타주는 ‘기억’의 조립이다. 목격자가 기억하는 범인의 코와 눈, 얼굴 형태 등을 엮어 완성된 얼굴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
수작업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근년에는 인공지능과 DNA 분석 기반 디지털 합성 기법들로 3D 몽타주까지 생겨났지만, 희미한 기억을 인출하고 해석-재현하는 과정에는 감정 등 섬세한 심리적 개입, 즉 '사람'이 필요하다. AI는 아직 좀 더 비열한 느낌이나 어딘가 그늘진 듯한 눈빛 등을 구현하는 데는 사람만 못하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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