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15명 숨진 '죽음의 급식실'... 이제야 보호망 얻은 노동자들 '뜨거운 눈물'

송주용 2026. 1. 3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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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폐암이 발생한 학교 급식 노동자가 자그마치 178명입니다.

급식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그동안 학교 급식실은 통일된 법적 기준이 없어서 시도교육청별로 인력 배치가 제각각 이뤄지는 등 고질적 문제가 반복됐다"며 "이번 법안 통과로 조리 노동자의 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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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
폐암으로 15명 숨진 뒤 생긴 보호망
급식노동자들 눈물 흘리며 환호
개정안, 급식노동자 정의 규정하고
노동자 1명당 식수 인원 기준 마련
국가·지자체에 급식노동자 보호 의무 부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학교급식법 일부개정안이 가결되자 본회의에 참관한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년간 폐암이 발생한 학교 급식 노동자가 자그마치 178명입니다. 더 이상 죽음의 급식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교육당국이 나서야 합니다.
김한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기획국장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재석 국회의원 230명 중 찬성 229명, 기권 1명. 이날 본회의 방청석에는 초록색, 분홍색 작업복을 입은 급식노동자 20여 명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법안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자 이들은 주먹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개정 학교급식법은 급식노동자의 존재를 법에 처음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급식노동자는 정확히 누구인지, 학교당 몇 명의 급식노동자를 둬야 하는지 등 관련 규정이 없었다. 매일 수백 명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지만 '유령 노동자'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이날 통과된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학교급식종사자'를 급식시설을 이용해 조리업무 등에 종사하는 조리사, 조리실무사로 명확히 했다. 또 급식노동자 1명당 적정 식수 인원 기준을 정하고 지역과 학교 여건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급식노동자 배치 기준을 수립하도록 했다.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2인 이상의 영양교사를 두도록 했다.

특히 국가 및 지자체가 급식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보장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의무를 부여해 급식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폐암 문제에 해결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정부는 향후 시행령을 개정해 관련 조항들의 더 구체적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급식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그동안 학교 급식실은 통일된 법적 기준이 없어서 시도교육청별로 인력 배치가 제각각 이뤄지는 등 고질적 문제가 반복됐다"며 "이번 법안 통과로 조리 노동자의 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폐암으로 15명 숨진 뒤에야 마련된 보호망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학교급식법 일부개정안이 가결되자 본회의에 참관한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민경석 기자

급식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 놓여 있다. 교육공무직노조에 따르면 급식노동자 1명당 150~200명의 식사를 담당하는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급식노동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2022년 1,178건 △2023년 1,520건 △2024년 1,577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폐암에 걸린 급식노동자 수만 17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5명은 끝내 세상을 떠났다. 급식실에 제대로 된 환기 시설이 없다 보니 조리흄(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및 유해가스)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학교에서 매주 2, 3회 이상 튀김 요리를 하는데 요리를 한번 할 때마다 3시간 이상 튀김 연기 등 조리흄에 노출된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9월 충북 한 고등학교에서 일했던 24년 차 조리사 A씨도 폐암으로 숨졌다.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정인용 교육공무직본부장은 "교육당국은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취지를 고려해 현장 노동자가 참여하는 적정 인력 배치 기준 수립 절차에 서둘러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 인력 배치 기준과 예산 확보, 안전 설비 개선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며 급식실 환기시설 확대 등 후속대책을 주문했다. 교육부는 2023년 학교 급식실 조리 환경을 2027년까지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노동계는 지난해 관련 예산이 오히려 약 1,280억 원 깎였다며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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